누군가를 몸서리치게 싫어할 때, 역설적이게도 반대로 행동하거나 그 사람을 닮으려는 경우가 있다.
귀엽고 예쁜 캐릭터 소품과 문방구가 너무 좋았다.
그래서 문방구에서 정말 가지고 싶은 물건이 생겼을 때, 스치듯 지나다니며 여러 번 눈에 담다가 갖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애써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던 적이 있다.
중학교는 잘 사는 집 아이들이 가득한 학교였다.
첫날부터 나는 너무 긴장한 나머지 막말을 해버렸고, 날카로운 시선이 썰어버릴 듯 내게로 집중됐다.
차가운 시선은 유명하지 않은 브랜드의 닳아진 신발, 큰 교복과 살이 붙어 못생긴, 어색하게 웃는 얼굴을 차례로 향했다.
그 순간, 스캔됨과 동시에 발가벗겨진 채로 보이지 않는 올가미에 목이 걸렸다.
그리고 이제 내가 하는 모든 말과 행동은 나를 점점 비호감으로 만들게 되었다.
동시에, 소외되고 평판이 점점 떨어지는 나의 상황을 조용히 즐기는 몇몇 아이들은 나를 더 비참하게 만들었다.
나는 그저, 나에게 닥친 묘한 상황들을 조용히 견뎌 내야 했다.
언젠가, 누군가는 말했다.
네가 분수를 모르고 나댄 대가야.
하지만 난 알고 있었다.
그 말조차도, 과거의 합리화라는 것을.
또 언젠가, 사랑하는 사람은 말했다.
넌 우리 집의 희망이야.
사랑과 기대를 담은 이 말은, 내게 위안이 되면서도 짐이 됐다.
아무도 내 절규를 들어주지 않는다는 것을 어렴풋이 깨달았다.
난 친구를 만들기 위해 나름대로 망가지기까지 하며 아이들의 호감을 얻으려고 애썼다.
같이 다녔던 아이들은 내가 늦어질 때면 먼저 이동했다.
수업 시간에 자리에 앉을 땐 한 명이 남아 내가 혼자 앉게 되었다.
남들이 혼자 앉는 것과 내가 혼자 앉는 건 어쩐지 조금 달랐다.
체육 시간에 웃고 떠들 때 난 바쁘게 구석진 곳 끝에 있는 빈자리를 찾아 앉았다.
같이 다녔던 부자 아이는 해외여행을 갔다 오면 일곱 난쟁이 인형, 고전 캐릭터 샤프 등을 선물로 주었다.
그렇지만 우린 친구는 아니었고, 진심으로 다가간 나에게 돌아온 것은 정교한 조롱과 값싼 동정이었다.
무리 속에서 어우러지기 위해 가엾게도 애쓰던 어느 나날들 속에서, 난 내가 없는 단톡방을 발견하고 말았다.
난 무리에서 나오며 날 가장 아프게 할 아이 한 명을 골라, 그 아이에게 같이 다니자고 제안했다.
그 아인 나에게 학교폭력에 신고하려고 했다고 했다.
난 폐에 물이 차오르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미안하다는말을 뱉었다.
마음에 희미하게 금이 간 채로, 위태롭게 버티던 날들 끝에 도망치듯 중학교를 졸업했다.
꿈으로 가득차 시작된 중학교는 결국, 초등학교 사회의연장선이자 더 큰 무대였다.
그리고 난 더 이상 웃지 않았다.
고등학교에서도 희망은 없겠지.
내 마음엔 더 이상 빛이 들어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