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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들을 부탁해

에필로그

by 블루랜턴

"Sorry for stealing your last baby!"


아들네가 분가하던 날, 며느리가 나를 안아주며 한 말이다.

갑자기 울컥한다. 주책이다.

마음을 가다듬고 나도 답한다.


"땡큐 포 메이킹 힘 얼웨이즈 해피!"


언뜻 그녀도 울컥한 것 같다.

며느리와 나는 그렇게, 심중에 넣어둔 말 한마디를 꺼내어 주고받는다.


아들은 나머지 짐을 차에 싣느라 분주하고, 나의 남편은 혹시 빠트린 것이 있나 확인하느라 정신이 없다. 드디어 차 문이 닫히고 그들이 떠났다.


뭘까? 이 심정은?


시원섭섭이라고 하기엔 좀 부족하다. 그다지 시원하지도 않다. 몸이 조금 차가워지고 마음이 성글어지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시어머니에게는 며느리를 사랑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


잘 키운다고 키웠으나 여전히 부족한 아들을 며느리에게 인계하는 엄마의 심정이 첫째이니,

내 아들이 행복할 수 있도록 잘 봐달라는 부탁의 마음이 있고,


둘째는, 좋은 일도 많았지만 아들로 인해 속을 썩는 경험도 많았으니, 이제는 나 대신 속 썩을 며느리가 안쓰럽기 때문이며,


마지막으로, 나 역시 딸로 태어나 누군가의 아내였고 며느리였기에, 나처럼 낯선 시댁에 남편 하나 믿고 시집온 며느리를 미워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이 세 번째 이유다.


대표적 이유는 세 가지이지만, 이것 말고도 며느리를 사랑해야 할 이유는 셀 수 없이 많다.


시어머니를 영어로 mother-in-law라고 하여 법으로 맺어진 엄마라는 뜻이고,

며느리는 영어로 daughter-in-law 라 하여 법으로 맺어진 딸을 의미하니,

어쨌거나 부모와 자식이라는 뜻이다. 자식을 사랑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어색하고 어려운 시부모이지만 그럼에도 친해지기 위해 죽어라 애를 쓰는 며느리,

아들이 데려온 낯설고 젊은 다른 여자를 가족처럼 대하기 위해 마음을 다하는 시어머니,


애초부터 둘은 서로를 알지 못 했고, 둘 사이에 사랑이 있었던 것은 더욱 아니다.


그렇다면, 시어머니가 먼저 마음을 열고, 손을 잡아주는 것이 옳지 않을까? 아들의 행복이 이제는 며느리에게 달려있는 것이다.




아들 부부는 일요일마다 내 집에 오겠다고 한다. 그들이 다니던 성당이 근처인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성당은 그들이 이사한 동네에도 있다. 일주일에 한 번 엄마아빠를 보러 오는 것이 주된 이유라고 하니 나도 '그래라' 했다. 부모를 헤아리는 그들의 마음이 고마웠다.


그리고 첫 번째 일요일이 되어 아들네가 왔다.

나는 보통의 부모처럼 아침부터 반찬을 준비하고 국을 끓여서 점심을 차렸고, 아들과 며느리는 일주일 만에 보는 한식요리를 맛있게 먹는다. 그릇을 싹싹 비운 아들이 실내 온도 조절 장치를 점검하고, 보일러 필터를 교환하며 아빠가 해야 할 일을 대신한다. 며느리는 고무장갑을 얼른 끼고 설거지를 하겠다며 달려든다.


그들은 늙어가는 부모를 챙길 수 있어 마음이 놓이고, 나는 자식에게 밥 한 끼 해먹일 수 있어서 뿌듯하다.


낯설고 조심스러웠던 아들 며느리와의 합가 생활을 순조롭게 끝내고 우리는 그 사이 정이 들고 친밀해졌다. 길지 않은 7개월의 시간이지만 그거라도 함께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아마도 우리 둘은 이 느낌으로 죽 이어갈 것이다.


나의 순수한 마음을 존중하고, 왜곡 없이 그대로 받아준 며느리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그리하여,


친애하는 나의 며느리, 만세다! 만세!



대문사진 : Pixabay로부터 입수된 Jane Jago 님의 이미지입니다.




덧붙이는 글: 22화를 끝으로 브런치 연재북 '친애하는 나의 20대 며느리'를 완결합니다. 분가 후의 이야기를 담아 25화까지 발행할 계획이었지만 갑작스러운 개인 사정으로 인해 아쉽게도 일찍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보내주신 공감과 다정한 댓글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한편으로, 당분간 브런치에 집중할 수 없을 것 같아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6개월, 혹은 1-2년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렇지만 꼭 돌아올 것을 작가님들과 독자님들께 약속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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