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 쓰는 집사 Nov 16. 2024

나의 신앙생활 2

아직 성당에 다니기가 망설여진다. 마음의 준비가 덜 되었는가 보다. 나를 망설이게 하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본다.

나는 신의 존재를 믿는다. 막연하고 맹목적인 믿음인지도 모른다. 우주와 자연은 과학으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나는 불가지론자는 아니다. 하지만 인간은 유한한 존재이며 인간의 노력은 시간적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인간은 아직 태양계 바깥에 도달하지도 못했고 그 밖은 그저 멀리서 바라볼 뿐이다. 인간의 존재는 시간적으로 공간적으로 우주와 자연의 작은 일부일 뿐이다. 나에게 우주와 자연에 대한 경외심은 신에 대한 믿음이다. 미개한 정령 신앙일지도 모른다. 신과 자연의 섭리를 따르는 삶이 더 나은 삶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예수님에 대한 나의 생각은 좀 다른 것 같다. 기독교인이라면 당연히 믿고 있는 예수님의 기적과 부활을 나는 아직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인간적인 예수님의 모습으로 그의 삶과 가르침을 따르고자 할 뿐이다. 예수님은 신인지 하느님의 말씀을 깨닫고 전하는 인간인지 아직도 혼란스럽기만 하다.

주변에 많은 예수님의 신자들이 있다. 그들의 믿음은 어떤지 궁금하다. 이성과 과학이 지배하는 시대에 기적과 부활을 믿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 그저 놀랍기만 하다.


늦은 봄 5월에 세례를 받고 정식으로 천주교 신자가 되었다. 나의 세례명은 토마스다. 유토피아의 저자 토마스 모어가 얼결에 내가 존경하는 성인이 되었다. 무엇보다 인본주의자라는 점에 마음이 끌렸다. 여하튼 여름 같은 봄날 저녁 성당 분들의 과분한 축하를 받으며 세례식을 마쳤다.

입교가 내 삶에 어떤 의미가 될지. 앞으로 내게 어떤 영향을 줄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매주 성당에서 드리는 미사는 한 주간의 생활을 반추하는 시간이 된다. 짧은 시간이나마 돌이켜 보고 기억하는 것이 또 다른 한주의 자양분이 되어줄 것이다. 잘못과 후회가 반복되더라도 작은 긍정적 변화라도 생기리라 믿는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예비 신자 교리서를 세 번 읽지 못했다. 쉽게만 느껴졌던 3 회독이 내 마음을 아직도 편치 않게 한다. 신부님의 당부이자 신부님과의 약속이었다. 난 아직도 마음 한구석이 개운찮고 불편한 정식 신자다. 고해성사라도 할 요량이 아니라면 교리서부터 마저 읽어야겠다. 고백하면 난 아직도 예비 신자다.

작가의 이전글 나의 디지털라이프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