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경기

by 글 쓰는 집사

내가 서울을 마지막으로 가 본 지가 언젠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2005년쯤이었으니 정확히 2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렇게 오랜 시간 서울을 찾지 않게 될 줄은 몰랐다. 서울에서 내가 잠시 머문 곳은 큰 매형집이었다. 그곳은 서울과 접한 경기도의 신도시였다. 아직도 일부에서는 트램 공사 중이었다. 아파트 입주 전에 공사를 완료하기로 했었다며 누나는 다소 짜증스러워했다. 통행에 다소 불편을 줄뿐더러 먼지와 소음도 심했다. 그 부분만 제외하면 깔끔하게 새롭게 지어진 건물들로 가득한 쾌적한 도시였다. 집은 수변공원에서도 가까워 산책을 즐기기에도 좋았다.


4박 5일간의 짧은 일정이라 친구들이나 잠깐 보고 대부분의 시간을 신도시에서 보내야 했다. 한 친구는 길을 잘 모르는 나를 배려해 서울에서 신도시까지 오는 수고를 마다 하지 않았다. 가끔 어머니를 뵈러 고향에 내려오는 친구였지만 서울에 올라와서 만난 것은 역시 20년 전 일이었다. 요즘은 지도 기능이나 맛집 검색 기능이 있어선지 약속 장소도 서울에 있는 친구가 잡았다. 자리 잡은 지 얼마 안 된 신도시라 그 친구도 처음 와 본 곳이었다. 해녀상경이라는 독특한 상호를 가진 가게가 입가에 미소를 짓게 했다. 바닷가를 끼고 있어 고향식당에서 쉽게 먹을 수 있는 물회였지만 맛이 색다르게 느껴졌다. 요즘은 가맹사업이 발달해서인지 전국 어디서나 같은 이름을 가진 가게들이 많았고 그중 한 커피숍에 들어가 고향에서 마저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점심식사와 차 한잔을 한 둘은 내일 서울에서 만날 약속을 정하고 헤어졌다.


하지만 의정부에 살고 있는 또 다른 친구를 만나기 위해서는 다음날 서울로 가야만 했다. 이른 아침을 먹고 서울에 있는 약속장소로 향하는 길은 그나마 제일 편리하고 찾기 쉬운 지하철을 이용했다. 내가 서울을 떠날 즈음에는 없었던 새로운 노선과 역들을 지나 익숙한 잠실에 들어서자 조금은 편안함이 들었다. 눈에 익숙한 놀이동산과 백화점이 지하철과 연결된 통로를 가진 전철역에 들어서자 안도감마저 느껴졌다. 예전에는 백화점만 있었던 옆쪽에 새로 쇼핑몰이 생겼고 5층에 있는 식당가가 약속장소 중 한 곳이었다. 일식집에서 오래간만에 의정부에 사는 친구와 만났는데 꽤나 힘들어 보였다. 얼굴은 거무튀튀해서 농기계 대리점을 하는 게 아니라 농사를 짓는 농사꾼 같았다. 또 다른 친구는 대학시절 고향에서 가끔 만났던 여사친이었다. 그 친구는 세종에서 가게를 하면서 주말에는 아이들이 있는 경기도에 머무르는 모양이었다. 그 친구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시집을 가서 우리를 슬프게 했다.


초밥 정식을 먹고 난 우리는 커피숍에서 차 한잔을 마시고 그것도 아쉬워 차 한잔씩을 더 시켜 바깥에 있는 석촌호숫가에 자리를 잡았다. 서로 안 만난 지 오래되었지만 자주 만났던 것처럼 친숙한 이야기들로 다들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의정부에 사는 친구는 아들이 캐나다에 연수를 갔다가 회사에 취직이 되어서 이민 간 격이 된 모양이었다. 이번에 시간 내서 캐나다에 한번 다녀왔었는가 본데 항공요금과 여행비가 꽤나 많이 들었다며 우는 소리를 했다. 나만 유일하게 미혼인지라 조금은 이야기의 바깥에서 겉도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었지만 나름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힘든 도시생활을 해 나가는 친구들이 한편으로는 힘들어 보이면서도 대견해 보이기도 했다. 평범한 보통의 삶을 살고 있는 친구들을 보면서 조금은 위로를 받았다.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방향이 맞는 친구와 전철을 타고 오는데 고향소식을 궁금해할 줄 알았는데 문명의 이기로 소셜미디어의 발달 덕택인지 나보다 고향소식을 더 많이 알고 있었다. 조금은 머쓱해지기도 했다. 친구들을 만나고 돌아오면서 문득 이곳에서의 생활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스치기도 했지만 이내 현실적인 문제들이 머리를 때렸다. 이 도시는 잠깐 여행을 올 수밖에 없는 곳이라고 깨닫게 되었다.


돌아오는 날. 큰누나의 잔소리를 뒤로 하고 버스에 올랐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들을 언제 또 마주할지 알 수가 없었다. 올 때와는 달리 프리미엄이 아닌 좌석이 불편함과 아쉬움을 부추겼다. 서울의 변화를 느끼기에는 너무도 짧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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