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

by 글 쓰는 집사

올해 초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시간이 꽤 지나자 어머니와 관련된 법적인 절차들을 처리하면서 관공서에 들를 일이 몇 번 있었다. 그전까지 대체로 관공서의 업무처리는 늘 규정에 따르는 공정한 것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나는 이전과는 다른 경험을 하게 되었다. 내가 갖고 있던 지식과는 다른 방식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었고 업무를 처리하는 공무원조차도 알지 못하는 방식으로 업무가 처리되고 있었다. 관련 공공기관으로부터 납득할 수 없는 궁색한 변명만 듣고 돌아서야 했다. 나 자신의 생각이 맞다는 확신에도 내 생각을 굽혀야만 했다. 더 이상 상황을 악화시키고 싶지 않고 상황 변화가 나에게 단기적으로는 경제적 손해를 주기 때문에 굳이 무리하지 않았다. 하지만 무력감을 느끼긴 했다. 나 자신과 관련된 일조차 스스로 결정권을 포기해 버리는 일이 생길 것 같아 조금은 두려웠다.


그리고 얼마 전 또 다른 일을 겪게 되었다. 예전에 조금은 불합리하다고 생각했던 규정으로 약간의 불이익을 받게 되었던 일이 규정이 바뀌어 혜택을 보게 된 줄 알았는데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다시 예전 규정대로 혜택이 없어지게 된 것이다. 규정이 그대로이니 불합리하더라도 규정을 따라야겠지만 공평하게 적용되지 않는 규정을 보면서 조금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규정이 불명확하고 법규의 적용에 어려움이 있다면 상급감독기관에 정확한 해석을 구하는 것이 필요하리라 본다.


최근 이런 일들을 두세 번 겪었지만 별다른 방법을 찾지 못하고 개인적으로 불합리하고 불공평하다고 생각하는 상황을 받아들여야만 했던 기억이 난다. 나에게 불리한 결정도 감내해야 했다.

내 생각이 잘못되었다고 인정해야만 내 마음이 편해지고 평화로워질 것 같다. 석연치 않은 면이 많지만 나도 어느덧 오십 대 중반이라는 나이에 이르고 시골생활에 익숙해지다 보니 바뀌지도 않을 일에 작은 불이익은 감수해야 할 것 같다. 정의와 공정과 상식을 부르짖던 분들이 별로 그렇지 않았던 것처럼. 내가 나잇값을 못하고 지나친 기대를 갖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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