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스케치를 즐기는 편이다. 이런 나도 과거에 스케치가 스트레스였던 적이 있었다. 디자인프로젝트를 진행할 때였다. 바로 내일이 아이디어 스케치 미팅인데 마음에 드는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없었을 때다. 그런 때면, 잠을 자다가도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기 위해 잠을 설치기도 했다. 이후 깨달은 바가 있다. 이른바, 나만의 스케치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대단하게 특별한 방법은 아니다. 평소에 많은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습관이다. 언제부터인가 노트와 스마트폰에 많은 아이디어를 수시로 담았다. 그림으로, 글로, 사진으로, 간단한 시제품 제작 및 음성녹음 등 스케치 방법은 많다.
최근 들어 나만의 스케치방법 중 하나는 동네스케치다. 내가 사는 동네는 카페거리와 가깝다. 카페뿐만 아니라 개성 있는 식당과 독립서점과 편집숍 등이 있다. 이 주변을 가볍게 산책한다. 그리고 거리에서 사람들의 표정과 주변을 기억 속 스케치로 담아둔다.
마감이나 의무감에 쫓기지 않고, 그냥 스케치 그 자체를 즐긴다. 그러면서 스케치는 어느덧 나의 일상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다.
날씨의 변화에 따라, 거리의 풍경은 수시로 변한다. 최근에는 비 오는 날에도 편하게 거리를 스케치하기 위해 장화를 샀다. 비가 적당히 내릴 때, 장화를 신고 빗길을 스케치하면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
해 질 무렵의 노을과 함께 산책하다 보면, 바쁜 도시의 일상이 잠시 멈춘다.
날씨가 좋을 때는 미니밸로자전거를 타고 같은 길에서 천천히 페달을 밟는다. 명상에 잠기듯 자전거에 집중하면서 이동하다 보면 가끔 좋은 생각이 떠오른다. 그런 때면 잠시멈추고 스마트폰에 생각을 기록해 둔다. 생각은 휘발성이 강해서 금세 날아가버리기 때문에, 즉시 글이나 그림 또는 녹음 등으로 붙잡아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지금은 글로 스케치를 하는 비중이 점점 높아졌다.
한때 내게 스트레스였던 스케치는 여러 가지로 형식을 바꾸며 내 삶의 일부가 되었다. 그리고 나의 일상을 풍요롭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