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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제인 Aug 03. 2024

숲과 빛 III



 

 숲은 터널만큼 어두웠다. 그리고 그렇게 많이 걸었어도 억울하지가 않았다. 그보다 더 힘들었기 때문이다. 언니와는 서울에 와서 다시 만났다. 몇 번 보지 않은 내게 늘 다정한 언니는 사랑스러웠다. 이전에 비해 우리의 상황이 크게 변화하고 발전했는가 하면 그렇지 않았다. 거의 모든 게 그대로였다. 다만 하던 일에서 벗어나서 둘 다 진짜 하고 싶은 것을 시작하는 중이었다. 시작했던 그 일은 지금 많이 왔나? 어둠이 우리를 덮치도록 놔두면서 끝없이 걷는데도 출구가 어디인지 하는 문제와 어서 빠져나오게 되는 일에 집중하지 않았던 이유는, 내가 더 이상 특별히 아픈 사람으로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일원 중 하나의 존재가 되어있었는데 서로가 잘 안 보이는 상태에서도 그렇게 된 것만은 확실했다. 그 불온한 안정감이.



 밝을 때 본 토산리 마을의 샛길은 정말 아름다웠다. 너무 아름다운 나머지 그곳을 지나다 갑자기 비밀이 생긴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아니면 혼자의 비밀이 생긴 사실이 아름다웠다. 나는 그 길을 익히려고 노력했다. 며칠 뒤 어느 저녁에 다시 자연스럽게 그곳으로 향했을 때, 거기엔 처음 보는 빛이 있었다. 밤하늘보다 훨씬 어두운, 칠흑이 된 나무들이 망원경처럼 길 전체를 감쌌고, 내가 불안한 마음으로 하늘을 올려다 보자 빈 공간보다 더 많은 수의 별들이 그곳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요가원에 도착했을 때 선생님께서는 의외인 눈빛으로 어느 길로 왔는지를 내게 먼저 물었다. 그리고 그 샛길이라고 하자, 차를 나누어 마시고 있다가 연신 용감하다며 갑자기 다 같이 축하 같은 것을 해주셨다. 용감하시다- 그렇지 않아요? 용감하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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