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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연지기 Oct 07. 2024

호접지몽(胡蝶之夢)

내가 꿈에 나비가 되어버린 건지, 나비가 꿈에 내가 되어버린 건지

- 호접지몽(胡蝶之夢) -



꿈과 현실을 구분 할 수 없는
코마 상태에 홀로 빠졌다.
홀로 빠지고 건져지길 수십번.
누가 나를 건져주는건진 아직까지 모른다.

내버려뒀음 좋겠다는 생각을 몇번 했다.
잠에들면 대게 6시간 내지 7시간 시체처럼
조용하게 몸이 무거워지며 온 몸에 힘이 빠진다.
눈을 뜨고선 30분 내지 1시간을
이부자리 밖으로 벗어나질 못한다

다리에 힘이 없는것도 하나의 이유이지만
머리맡에 둔 컵을 들 힘마저 없는것도 또 하나의 이유이다.
집밖에서 누군가 문을 두드리며 나를 찾거든
아무도 없는척 조용하게 이불속으로 파고든다

그 모습은 마치 나비가 되고싶은 번데기의 모습을 연상캐 한다.
완전변태(完全變態)를 하는 곤충처럼 나는
잠에들면 유충이 되듯 코마같은 꿈속에 빨려들어간다.

마주하고 싶지 않은 장면들을 목격하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끔찍한 살해 현장에 내가 유력한 용의자가 되고도 부인하지 않았다.
푼돈을 받고 자격지심을 느껴 도둑질을 감행 했음에도 죄의식은 없었다.
상류층의 일부가 되어 일확천금의 부를 누리며
거리에서 노숙하는 사람들을 벌레보듯 쳐다보고
그 사람들은 나의 구두를 닦는 시중을 들게하고
나는 자연스럽게 팁을 주는 괴상망측한 꿈을 꾼다.
옥상에서 투신을하고서 상처없이 살아남고 아무렇지 않은듯
옷에 묻은 먼지들을 툭툭 털곤 일어남과 동시에 꿈에서 깨어나는 꿈을 꾼다
아니, 정확히는 사실을 알아도 개입 할 수 없는
코마상태에 가깝다.

그 모든 상황을 겪고도
나는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무아지경의 상태에 가까웠다.
곧 깨닫길.
나는 번데기에 불과했나?
고작 번데기다.
이불을 걷어차고 일어날 수 있음에도
그러지 않고 있음을.
성충이 되어가는 과정을 거부하고싶은
유충으로 남고싶음을.

자연의 섭리를 거스를 수 없음에도 거스르고 싶은
유충도 성충도 아닌 유충의 퇴화 과정을 밟은 번데기의 모습이다.
더는 현실과 꿈을 구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나는 나비가 되어버렸다.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 어디로든 향해봤지만
이렇다할 마주하기 싫은 상황도
그렇다할 살해 현장도
이렇다할 노숙자들도
그렇다할 시중을 드는 사람들도.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꿈이 아니라는것을 증명하려면
내가 번데기 따위가 아니라는것을 증명하려면
꿈속에서 벌어진 묵비권을 깨뜨려야만 한다.
이 세상의 이치대로 흘러가게 할 수 없다.
이 세상이 정한 법도를 거슬러야 한다.
나의 세상을 움직이게 하는건
고작, 위대한 한걸음 부터다.

옥상으로 올랐다.
지금의 현실이 코마가 아님을 증명하기 위함이다.
번데기는 으래 높은 나무에 매달려 성충으로 변태 하길 기다리지 않는가
지금이 그 시기 라는것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꿈이라면 나는 날것이다.
현실이라면 다시 코마로 돌아갈것이다.
동전 던지기, 2분에1, 둘중 단, 하나.
현실로 돌아가기 위한
위대한 첫 걸음.

내가 꿈에 나비가 되어버린 건지
나비가 꿈에 내가 되어버린 건지

날아서 어디로 가야하는지
왜 날아야 하는지.
알 수 없다.
나는 한걸음 발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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