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2 – 불행 n단 콤보의 서막 : 예상치 못한 불행의 연속
2023년 6월 3일 토요일, 오후 2시 30분. 초진이 5월 30일이었던 것에 비한다면 유방 MRI 촬영은 비교적 예약이 빨리 잡힌 편이었다. 토요일 오후에 도착한 서울대 병원은 평일보다 훨씬 한산했다. 진료는 없어도 MRI 같은 촬영은 토요일에도 한다는 것도 알았다. MRI를 찍으려고 대기하고 있는 사람은 나 말고도 많이 있었다. 다들 유쾌해 보이지는 않았다. 내 기분이 안 좋아서 그런 것도 있고 MRI를 찍는데 기분 좋을 리가 없는 것도 사실이기도 할 것이다.
젊음의 거리라는 수식어가 항상 붙어 다니는 대학로, 그리고 마로니에 공원. 20대 때부터 주말이나 연휴, 혹은 방과 후에는 우리 집과도 가까운 대학로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멀리 사는 친구들에게 때로는 대학로로 오게 해서 같이 술도 마시고, 동숭아트센터에서 영화를 보기도 하였다. 대학로는 온갖 술집이며 재즈 바, 호프집, 소주방 등 온갖 놀 거리로 가득 차 있었다. 그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오랜 세월 동안 서울대 병원은 한 번도 의식한 적도 눈에 보인 적도 없었다. 그냥, 나랑은 상관없는 곳. 나랑은 인연이 없는 곳이라고만 생각했다. 인연이 있기를 바라지도 않았다. 20대 중반이 넘어가면서 가끔씩 회사 동료의 부모상 때 장례식장엔 가 봤지만 그래봐야 5번이 넘지 않았다. 회사에서 비교적 가까운 아산병원 장례식장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가 본 것에 비해 서울 대 병원은 장례식장조차도 그 오랜 회사 생활을 하면서 5회를 넘어갈 일이 없었다.
하필, 유방 MRI라는 것을 찍으러 가는 날이, 이제 막 날씨가 가볍게 더워지기 시작한 6월 3일 토요일이라니. 대학로를 가는 기분은 썩 유쾌하지는 않았다. 대학로라는 곳은 내게 있어서는 즐거움과 놀 거리로 가득 찬 기대가 있는 거리였는데, 대학로와 서울 대 병원이라니 이 둘은 심리적 거리가 서로 상반되게 멀었다.
뇌 MRI는 몇 번이나 찍어봤지만 유방 MRI라는 것은 있는 줄도 몰랐고, 여태껏 찍어 본 적도 없었다. 유방암 검사라 하면 보통은 유방촬영과 유방초음파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상이 있으면 보통은 조직 검사를 하는데, 왜 왼쪽 유방의 초음파를 실시하지 않고 MRI를 찍자고 하는지 정확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마도 나의 왼쪽 유방의 무사함과 오른쪽 유방의 암세포의 위치등을 파악하기 위해서 유방 MRI를 찍는구나 정도를 예상했다.
비교적 빨리 호출이 있어서 MRI실로 들어갔다. 뇌 MRI는 정자세로 누워 천장을 보는 것에 비해 유방 MRI는 달랐다. 기분이 좋지 않은 와중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MRI 기계 안으로 들어가는 베드 위에 양쪽 가슴을 넣을 수 있도록 커다란 컵 모양으로 두 군데가 나란히 파여 있었다. 자세히 설명하자면, 정자세로 누워 천장을 바라보고 MRI 기계 안으로 쓱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유방 MRI는 엎드려서 찍는 것이었다. 나의 양 쪽 유방을 각각 파여 있는 커다란 홈에 안착시킨 상태로 말이다.
수치심이 드는 것도 아니고 그 와중에 그냥 웃겼다. 정확히 유방 자체만을 찍기 위한 기계가 맞구나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내 양쪽 유방들이 처음 겪는 일에 대해서 이런 일을 겪게 해서 딱하게 되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토요일의 유방 MRI 촬영은 그 와중에도 유방 MRI의 기계 형태 때문에 나에게 그나마 웃음을 주었다. 내 유방 MRI의 사진은 어떤 모양일까? 하는 호기심까지 들었다. 그리고 그렇게까지 찍었으면 제발 내게 행운이 있기를 바라며 촬영에 임했다.
그리고 간절히 기도했다. 제발, 아무 일 없기를... 왼쪽은 무사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