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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니 Aug 19. 2024

영화 《스위스 아미 맨》 리뷰

비급 정서가 선사하는 위로

 

    너무 어이없고 웃기지만 감독 나름의 철학까지 담겨있는 영화.


 이런 미친 상상은 대체 누가 하는 건가- 싶었는데 재작년 아카데미 상을 휩쓴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를 만든 감독이었다. 그러고 보니 묘하게 둘 다 비슷한 느낌이 난다. 《에에올》도 말 그대로 신선하고 젊은 패기를 갖춘 미친 상상력에 감독의 철학까지 담겨있는 탁월한 영화였는데, 이 영화도 비슷하다. 저급해 보이는 화장실유머에 방심하면 안 된다.

 세상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매니(다니엘)에게 이런저런 걸 알려주는 행크(폴 다노). 행크가 죽은 사람은 숨긴다니까, 그런 난 쓰레기 같네, 라로 말하는 매니. 그러자 "아니 넌 달라(..) 넌 다용도 칼 같은 사람이야.(영화 제목이 스위스 아미 맨인 이유-스위스 아미: 유명한 다용도 칼 회사 이름) 넌 특별해. 넌 내가 돌아가게 도와줄 거야. 70억 명이 사는 문명 세계로 말이야. 달리고 눈을 깜빡이고(..) 너는 그중 한 명이었어. 너도 남들처럼 행복을 추구했을걸."이라고 말하는 행크. 이 대사가 마치 자기 자신에게(혹은 삶의 희망을 잃은 사람들에게)하는 말처럼 느껴진다. 영화를 보다 보면 매니가 행크 내면의 또 다른 자아라고도 느껴진다. (실제로 "살기 위해 상상한 걸지도 몰라." "그래, 네 뇌가 날 만들어냈는지도 모르지"라는 대사가 나오기도 한다.)

 행크는 자꾸 매니에게 사회적 규범과 규칙들을 가르친다. 예를 들면, 생각난 대로 말하면 안 된다, 자위 얘기를 꺼내면 안 된다, 여장하면 밖에 사람들이 이상하게 본다, 다른 사람 앞에서는 방귀를 뀌어서는 안 된다, 등등. 그리고 이런 행동들을 하는 있는 그대로의 매니는 부정한다. 이렇듯 둘은 이상함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이런 대사가 나온다.

 "나도 너랑 똑같이 하면 이상하지 않잖아."/

 "생각은 어떻게 숨기지? 왜 모든 걸 숨겨야 해?"/

 "사람들 앞에선 방귀를 뀌어선 안돼. 혼자 있을 때 뀌거나 참는 거야. 그게 정상이야."

 "정말 슬프다. 너무 슬퍼! 그럼 뭐 하러 돌아가?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데."

 "그러게. 그냥 여기서 살까 봐.. 우리가 원하는 대로 살 수 있잖아. 그 여자는 이제 필요 없어. 우리에겐 서로가 있잖아." (이 말은 이제 자기 자신을 사랑하게 되었으니 그걸로 충분하다는 말처럼 들리기도 한다.)

 감독의 생각이 이런 대사들에서 펄럭, 커튼이 들춰진 듯 살짝 모습을 드러냈다가 이내 사라진다. 영화가 후반부로 치닫고, 마침내 인적 없는 숲에서 벗어난 후, 매니와 행크는 행크가 짝사랑하던 여자의 뒤뜰에서 이런 대화를 나눈다.

 "넌 진짜 세상을 몰라. 나와 생각이 다르다면?"

 "누구나 조금은 추해. 다들 쓸모없고 죽어가는지도 몰라. 딱 한 명만 그 사실을 인정하면 모든 사람이 노래하고 춤추며 방귀를 뀔 거야. 덜 외로워질 거라고."

 커튼 사이로 얼핏 모습을 드러냈던 감독 나름의 철학이, 이로서 마침내 완전한 모습을 드러낸 것 같았다. 완벽한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 자신의 추함을 포용하고, 자신과 타인의 못난 모습까지 있는 그래도 사랑하자. 이 대사야말로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영화의 주제가 응집되어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행크와 매니가 물에 빠진 후 서로 키스를 하는 장면은 행크가 마침내 자신의 못난 자아까지 포용하고 사랑하게 된다는 의미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또한 마지막 씬인 세상 사람들에게 매니의 존재를 알리려는 행크의 시도는 자신의 못난 부분을 감추지 않고 당당하게 드러내며, 자신을 있는 그대로 표출하고 포용하며 살아가려는 의지를 드러내는 것처럼 보인다. 행크는 사람들 앞에서 매니와 함께했던 시간들을 고백하며, 부루룩 방귀를 뀌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처음에 사람들은 수군수군 흉을 보고 등을 돌린다. 하지만 정말로 죽은 것처럼 보이던 매니가 부루루훗 방귀를 뀌고 몸소 제트스키(궁금하면 영화를 보시라.)가 됨으로 행크의 방귀에 화답하게 되고, 얼굴을 찌푸리던 사람들도 미소와 함께 이 이상해 보이는 매니와 행크를 받아들인다. 정말이지 방귀로 감동을 주는 영화가 있다니. 사람들은 모두 추한 면이 있고 이를 받아들임으로 좀 더 살만한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교훈을 전해주며 해피엔딩. 그렇다. 영화 《에에올》이 탄생한 배경에는 《스위스 아미 맨》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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