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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니 Sep 16. 2024

영화 《루비 스팍스》 리뷰

있는 그대로의 상대를 사랑한다는 것


    상대방을 자신의 입맛에 맞게 통제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실제 커플인 폴 다노와 조이 카잔의 알콩달콩한 사랑놀음과 열연에 잘 버무린 영화. 로맨스 영화인 동시에 캘빈이라는 남자의 성장영화라고도 볼 수 있겠다.

 영화의 전개를 대출 설명하자면,

 1. 캘빈 위어필즈는 유명한 작가이지만 weirdo 그 자체랍니다!(심지어 이름조차 weir-fields임)

 2. 그런 캘빈이 꿈에서 본 여성에게 영감을 받아 소설을 쓰게 되고, 그녀와 사랑에 빠지게 된답니다.

 3. 그러던 어느 날, 무슨 피그말리온 신화처럼 소설 속 여주인 루비가 실존 인물이 되어 눈앞에 나타나게 되는데..

 4. 연인이 된 둘은 아주 깨를 볶습니다.

 5. 현실 커플이 그러하듯 둘 사이에도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하고, 이를 막고자 캘빈은 루비가 현실화되고 난 후 봉인해 두었던 소설의 원고를 꺼내 다시 자신이 원하는 대로 글을 쓰며 루비를 통제하려 들게 되는데..(캘빈의  '창조물'인 루비는 캘빈이 글을 쓰는 대로 행동하게 된다.)

 6. '통제'가 쌓이고 그 강도가 심해짐에 따라 갈등은 절정을 맞이하게 되고,

 7. 마침내 캘빈은 루비를 해방시키게 됩니다.

 8. 그렇게 모든 걸 잊고 자유의 몸이 된 루비는, 다시 캘빈과 마주치게 됩니다! 그렇게 진정한 사랑이 비로소 시작될 가능성을 드러내며(Can we start over?) 영화는 끝이 난답니다~

 영화 초반에 보면 상담사가 캘빈에게 이런 말을 한다.  

 "스카티(캘빈이 키우는 개)가 침을 흘리고 사람들을 무서워해도 좋아해 주는 누군가에 대한 글을 써봐요."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캘빈은 꿈속에서 루비를 만나게 되고, 그녀는 스카티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암놈처럼 볼일을 봐도 마음에 들어요. 지금 그대로가 좋다고요."

 영화를 보다 보면 스카티와 캘빈이 동일시되는 장면이 꽤 많은데, 위의 대사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말은 스카티라고 하지만, 캘빈의 이름을 대입시켜 봐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이렇듯, 루비는 "있는 그대로"의 캘빈을 사랑한다. 하지만 캘빈은 그렇지 못하다. 상대방을 이미지화시켜 놓고 조금이라도 그것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면 통제하려 든다. 캘빈은 전여자 친구와의 관계에서도 그랬던 것 같다. 초반의 캘빈의 말만 들어서는 전여자 친구가 못된 여자였구나 싶지만(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얼마 지나지 않아 헤어졌다), 영화 후반부에 나오는 전여자 친구의 입장을 들어보면 생각이 바뀌게 된다. ("나에 대해선 관심 없었잖아. 날 이미지화 시켜놓고 그걸 벗어나면 그냥 무시했고 내가 별 볼 일 없다고 떠난 게 누군데?")

 후반부에 글을 쓰며 루비를 조종하는 씬은 호러 영화나 다름이 없어 보였다. 깜빡이도 없이 순식간에 로맨스 영화에서 호러 영화로 바뀐 느낌에 당혹스러웠다. 애인을 자기 생각대로 행동하게 만드는 것이 얼마나 폭력적인 행동인지를 직접 감정으로 느끼게 만든 씬이었다.

 그렇게 캘빈과 루비는 창조물 대 창조자의 관계가 아니라 동등한 자아 대 자아로서 새로운 만남을 시작하게 될 것으로 보이며 영화는 끝이 난다. 캘빈이 역경을 통해 성장했듯이 둘의 사랑 또한 성장했기를, 그리고 더 성장해 나가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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