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성향과 기질이 다르다. 어떤 사람은 강남 8 학군에 밀어 넣고 밤낮으로 압박을 가하면 경쟁을 뚫고 악착같이 살아낸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그러한 무한경쟁에 끼어들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맥없이 쭈굴 하게 살아가기도 한다. 그러나 후자를 조금 더 편안한 그룹에 넣어주면, 거기서는 빛을 발해서 잘 살아내기도 한다. 용의 꼬리가 되기보다는 뱀의 머리가 되는 것이 나은 사람도 있고, 바닥에 끌려서 흙먼지를 뒤집어쓰는 수모를 겪을지언정 용꼬리의 비늘이라도 되고 싶은 사람도 있다. 누가 낫고 누가 옳은지는 본인 외에는 아무도 판단할 수 없다.
나는 칭찬과 우쭈쭈만 있으면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숨은 힘을 가진 사람이다. 어릴 적에는 부모님이 나의 기질을 일찍 파악하셔서 꾸지람보다는 회유를 해주셨다. 학교와 학원에서는 선생님들의 칭찬과 우쭈쭈를 한껏 받으며 살았다. 사회 초년생이었을 때는 나의 스펙과 나의 성실함에 주위에서 많은 응원과 격려가 있었다. 그래서 여태껏 하고 싶은 일을 꾸준히 20여 년 하고 있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스멀스멀 이상함이 감지되었다. 물론 나를 칭찬해 주고 격려해 주시는 분이 여전히 많지만, 늘 듣던 레퍼토리의 칭찬도 조금 이상하고, 사람들의 칭찬이 진심 어린 칭찬이라기보다는 의도가 담긴 칭찬이라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마흔이 넘고서야 깨달았다. 진심으로 나의 성장을 응원하고 격려하고 칭찬할 수 있는 사람이 정~~~~ 말 극소수라는 것을. 가족이나 스승 그리고 어쩌면 친구 몇 명이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칭찬을 먹고 자라는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나의 자양분을 어디서 찾아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었다. 그리고 찾았다. 나의 최고의 자양분은 나 스스로라는 것을.
나의 오랜 습관 중에 하나가 혼잣말이다.
"선화야 잘했어. 괜찮아."
"선화야 숨 쉬고. 습습 후 후. 그래. 오케이. 할 수 있어."
특히나 부담감이 있거나 마음이 불편할 때 스스로를 타이르듯이 혼잣말을 많이 하는 것 같다. 몇 해전에 골프를 배우고 나서, 필드에서 나의 혼잣말은 폭발했다. 골프는 스스로와의 싸움이라고 생각하는 나는 항상 혼잣말을 중얼중얼 거린다.
"40 야드. 40야드. 천천히. 천천히. 괜찮아. 할 수 있어."
"(공을 잘 못 친 후) 괜찮아. 다시 하면 돼. 천천히. 괜찮아."
길을 걸으면서 혼자 1인 2역 대화를 해보기도 한다. 모국어가 한국어인 나에게는 영어는 끊임없는 부담이고 연습해야 하는 분야다. 미팅을 가면서도 상대의 예상 질문과 나의 답변을 다양하게 중얼거리면서 연습한다. 맨해튼 길에서 나를 본 사람들은 나를 조현병 환자로 의심할지도 모를 일이다. 훗.
대면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는 부끄러움은 길에서 지나치는 사람들에게서 느낄 찰나의 민망함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래서 오늘도 중얼중얼.. 구시렁구시렁..
나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는 혼잣말을 자주 하지만, 종종 칭찬도 한다. 남들은 모르는 나만의 대견함을 칭찬하기 위해서 내 어깨를 스스로 오른쪽 두 번 왼쪽 두 번 탭탭. 탭탭. 치기도 하고, 거울이나 유리에 비친 나 스스로에게 코 찡긋 미소를 날려주기도 한다. 너~ 무 스스로가 대견한 날은 나를 위한 선물을 하기도 한다. 좋아하는 꽃을 한송이 산다던지, 평소에 사 먹지 않는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 먹거나, 혹은 목구멍이 따끔따끔하게 시원한 맥주 한 캔을 콸콸콸 털어 넣기도 한다. 아주 소소해서 다른 이는 절대 모를 사소하고 평범한 나만의 칭찬. 그게 나의 자양분이다. 탭탭. 탭탭. 코 찡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