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이한 Jun 18. 2024

진실을 만들어줘서 고마워.

앞선 글들에서 우리는 두려움과 나를 괴롭히는 심리적 증상들에게 "고맙다."라고 말하기로 했어요. 그렇게 그 증상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면서 그 증상을 극복하거나 없애는 것이 아닌 받아들이기로 했죠. 스텝 4-1과 스텝 4-2에서 고마워라는 말이 포함된 문장을 입으로 속삭이듯 말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살펴보았어요.


"이렇게 힘들어해 줘서 고마워.", "이렇게 최선을 다해 두려워해줘서 고마워.", "나를 위해 이렇게 작은 선택에도 최선을 다해 고민을 해줘서 고마워.",  "항상 불안해해 줘서 고마워.", "그렇게 나를 비난하는 생각을 떠올려줘서 고마워.", "그 사람이 나를 싫어하게 될까 봐 무서워해줘서 고마워."


이와 같은 문장들을 증상이 나왔을 때나 평소에 입으로 속삭이듯 말해주기로 했죠. 이렇게 고마워라는 문장을 말하게 되면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에 절여져 버린 두뇌를 긍정적인 느낌으로 따뜻하게 새롭게 절여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이전 글에서 살펴봤어요.


이전 가설 1에서 두려움과 생각패턴들이 지배해 버린 머릿속 언어의 세계는 이 세계를 극복하려는 외부의 언어를 허용해주지 않았어요. 하지만 고마워라는 단어 내지 문장은 이 세계를 극복하는 것이 아닌 이 세계를 포용하려는 것이었기에 저로서는 부정적인 방향으로 편향된 머릿속 언어의 세계에게 건넬 수 있었던, 어쩌면 유일하게 허락된 긍정적인 말이었던 거죠. 적어도 지금까지는 또 다른 단어를 발견하지 못했거든요.


이번 글에서는 고마워를 두려움이 만드는 생각에 적용하는 또 다른 방법에 대해 알아보려고 해요. 이전 글들에서 보았듯이 저의 두려움은 계속해서 미래에 대해 나쁜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이렇게 행동했다가 혹시 나쁜 일이 일어나면 어떻게 하지?', '내가 이런 말을 했다가 상대방이 나를 싫어하게 되면 어떻게 하지?', '어? 접시가 깨졌잖아. 나쁜 일이 생길 거라는 징조인가?', '앗. 내가 시험에 합격하는 상상을 해버렸어. 안돼. 내가 미리 이런 생각을 하면 내 생각대로 안 될 거야. 취소야. 난 불합격할 거야. 그래. 이렇게 생각해야 합격할 수 있어.' 이와 같은 생각과 생각패턴들을 제 머리는 끝없이 떠올렸어요.


그리고 저는 이러한 생각들에 '고마워'를 활용하는 방법을 고민했죠. 그러다 이 생각들에 공통된 성질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것은 제 머리가 이 생각들을 진실로서 떠올리고 있다는 점이었죠. 이 생각들이 실제로 미래에 일어날지, 안 일어날지는 알 수 없어요. 미래는 누구도 정확히 알 수 없으니까요. 혹은 이 생각들이 정말 맞는 생각인지, 틀린 생각인지는 알 수 없어요.  미래는 정확히 알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적어도, 제 머리에게는 이 생각들이 진실인 것은 틀림없었죠. 제 안의 두려움 또는 제 안에 있는 또 하나의 저는 이러한 생각들을 저를 위해, 저를 지키기 위해 진실된 생각으로서 만들어내고 있는 거니까요.  이 생각이 정말 맞는지, 틀린 지 또는 옳은지, 그른지 또는 정말 일어나는지, 안 일어나는지에 상관없이 이 생각은 적어도 제 머리에게는 진실이었던 거예요. 그래서 저는 이 생각들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죠.


“나를 위해 그런 진실된 생각을 만들어줘서 고마워.”

  

이전에도 말했지만 미래에 대해 떠올라버린 두려운 생각을 없애려고 해서는 안 돼요. 그 생각이 아무리 엉뚱하더라도 적어도 그 생각은 나라는 존재가 나를 위해 만들어준 결과물이니까요. 사실상 두려운 생각이 없다면 우리는 자신의 생명을 지키지 못할 거예요. 그러니까 그 두려운 생각이 맞든 틀리든 일단 떠올라버린 이상 그 생각을 품어내면서 그 생각과 더 잘 공존할 방법을 찾아야 하는 거죠.


그 방법이 바로 적어도 제 머리에게만큼은 진실인 이런 생각들을 내 머리가 만들어줬다는 것에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이었어요. 이렇게 말하게 되면 이제 이 두려운 생각이 맞는지 틀린 지는 중요도에서 1순위가 아니게 돼요. 내 머리가 이런 생각을 만들어 줬다는 것, 나를 위해 이렇게 애쓰고 있다는 것에 대해 기특하고 고맙게 여겨지는 것이 더 앞선 순위가 되죠.


그런데 이 문장의 진짜 포인트는 바로 [만들다]라는 단어예요. [만들다]라는 단어가 가진 뉘앙스는 기존에 없는 것에서 어떤 의도를 가지고 무언가를 인위적으로 생기게 하다거든요. 제 머릿속 생각들이 ‘만들어진’ 생각이라고 여기게 되면 그 생각 자체가 나라고 여기기보다는, 그 생각은 그저 나라는 존재가 무언가를 위해 생각의 단편들과 경험들을 조립해서 구축한 인공물로서 여길 수 있게 돼요. 그리고 이렇게 여기게 되면 그 생각 자체에서 한 발 물러나 조금 여유롭게 그 생각을 살펴볼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이제 위 문장을 두려움, 심리적 증상과 더 잘 공존하기 위한 스텝으로서 다음처럼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Step 4-3. 미래에 대해 떠오른 두려운 생각은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적어도 내 머리에게는 진실이에요. 그러니까 다음처럼 말해주세요. ”이런 진실된 생각을 나를 위해 만들어줘서 고마워.“ 이 말을 속삭이듯 입으로 말해주세요.


이 말을 마음 속으로만 생각하지 마시고 꼭 입 밖으로 작게 속삭이듯 내뱉으며 말해주세요. 그래야 더 효과가 좋거든요. 이렇게 말함으로써 그 생각 때문에 괴로워하기보다 그 생각을 만들어준 나에게 고마워하기를 바랄게요. 고마워라는 말의 따뜻함을 괴로움 속에서도 느낄 수 있기를 바랄게요. 그러면 우리는 이전보다 심리적 증상과 좀 더 잘 공존할 수 있을 거예요.


이전 14화 '고마워'로 뇌를 절여주세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