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알아본 '고마워'를 사용하는 [스텝 4]를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볼게요.
[스텝 4]는 다음과 같은 단계로 이루어져 있어요.
(1) 나를 괴롭히는 심리적 증상이 나왔다!
(2) 이 증상은 나란 존재가 나를 지키기 위해 표출하는 행위임을 이해한다.
(3) 그러므로 이 증상이 나를 괴롭게 하더라도 이 증상의 순수한 의도에 고마워할 수 있다.
(4) 나를 위해 애써주는 심리적 증상에게 전달해 줄 '고마움'의 메시지가 담긴 문장을 만든다.
(5) 이렇게 만든 문장을 입으로 속삭이며 반복해서 말한다. 꼭 입 밖으로 소리 내어 말한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서 위 단계를 다시 살펴볼게요. 음, 심리적 증상에는 여러 예들이 있을 수 있어요. 증상은 어떤 생각일 수도 있고, 어떤 감정일 수도 있죠. 여기서는 좀 일반적이고 평범한 예인 짜증이 난 경우를 들어볼게요.
(1) 갑자기 짜증이 나서 마음이 불편하고 괴롭다.
(2) 짜증은 나란 존재가 이 상황을 불편하게 느껴서 이 상황을 피하거나 어떤 반응을 하도록 부추기기 위한 행위이다. 그러므로 짜증은 결국 나란 존재가 나를 위해 표출한 감정이라는 것을 알아차린다.
(3) 짜증은 힘든 감정이지만 짜증이 나타난 것은 결국 날 위한 것이므로 짜증이 한편으로는 고맙게 여겨진다.
(4) '짜증'과 '고마워'가 포함된 문장을 만든다. "나를 위해 짜증 내줘서 정말 고마워"
(5) 이 문장을 입으로 속삭이며 반복해서 말한다.
여기서는 짜증에 관한 예를 보았지만 화가 났을 때라든지, 미래에 대해 터무니없는 걱정을 한다든지, 누군가를 미워하게 되었을 때와 같은 경우들에도 위와 같은 방식으로 [스텝 4]를 적용할 수 있어요. "이 상황에 내 안에서 화내줘서 고마워.", "이런 걱정들을 해줘서 고마워.", "그 사람을 질투해 줘서 고마워."라고 자신에게 말하는 거예요. 이런 감정과 이런 생각을 만들어낸 자신을 나쁘다고 몰아치는 것이 아니라 이런 것을 나를 위해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자신에게 말해주는 거예요.
[스텝 4]의 위 단계들이 충분히 익숙해지면 단계 (2), (3)은 생략할 수 있어요. 즉, 그것이 나를 위해 나타난 것이고 나는 그것에게 고마워할 수 있다는 인식의 과정은 생략할 수 있죠. 인식의 과정을 생략한 후 바로 실천 단계인 (4), (5)로 넘어가면 돼요. 다음처럼요.
(1) 나를 괴롭히는 심리적 증상이 나왔다!
(2) 심리적 증상에게 전달해 줄 '고마움'의 메시지가 담긴 문장을 만든다.
(3) 이 문장을 입으로 속삭이며 반복해서 말한다.
[스텝 4]는 증상을 없애는 것이 아닌 증상과 더 잘 공존하기 위한 방법이에요. 그러므로 [스텝 4]를 실행할 때는 증상을 없애려고 기를 쓰고 애쓰는 태도로 하는 것이 아니에요. 우리는 그저 증상은 증상대로 놔두면서 고마워가 포함된 문장을 편안하게 읊조린다는 느낌으로 [스텝 4]를 실행하면 돼요.
[스텝 4]를 실행하면 자연스럽게 한 가지 이점이 생기는데, 그것은 생각의 흐름이 증상의 원인 또는 과거로 가지 않게 해 주고 현재에 있게 해 준다는 점이에요. 우리는 심리적 증상이 생기면 너무나도 쉽게 과거를 떠올리게 돼요. 과거에 내가 이것을 잘못해서 지금의 내가 이렇게 되어버렸다는 후회와 좌절이 생겨나지요. 과거를 복귀하면서 잘못된 점을 바로잡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면 좋겠지만 심리적 증상이 나왔을 때 과거를 생각하는 것은 대부분 자기를 파괴하는 방향이 되기 쉬워요. 그래서 저는 여러분들이 가급적 심리적 증상이 나왔을 때는 과거를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스텝 4]가 이렇게 하도록 도와줘요. 증상에게 고맙다고 말하면 그 증상에 묻어 있는 과거를 보는 것이 아니라 그저 그 증상 자체의 현재성을 볼 수 있거든요. 이렇게 되는 이유는 증상에게 고맙다고 말함으로써 우리가 그 증상을 수용한다, 포용한다, 안아준다는 뉘앙스도 같이 표현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에요. 배척하지 않기에 현재를 떠나지 않아도 되고, 수용하기에 현재에 머물 수 있어요. 증상이 나왔을 때는 가급적 과거로 가지 말아 주세요. 이때 과거로 가는 것은 자신을 파괴하는 행위일 수 있어요. 그러니 자신을 위해 현재에 머물러 주세요.
[스텝 4]를 사용하는 간단한 요령을 말하자면, 어떤 괴로운 생각이 떠올랐을 때 그 생각 뒤에 그저 ‘고맙다’를 붙여서 다시 새로운 문장을 만드는 거예요. 예를 들면 다음처럼요.
‘어차피 해도 안 될 거잖아.’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면
‘어차피 해도 안 될 거라고 생각해 줘서 고마워.’라고 말해주세요.
‘나 때문에 다 망칠거야.’라는 생각이 떠올랐다면
‘나 때문에 다 망칠 거라고 생각해 줘서 정말 고마워.’라고 말해주세요.
‘난 항상 왜 이럴까. 난 바보, 멍청이야.’
-> ‘난 항상 왜 이럴까라고 생각해줘서 고마워. 나보고 바보, 멍청이라고 말해줘서 정말 고마워.’
이처럼 어떤 문장이든 그 뒤에 ‘고마워’를 붙여 [고마움]으로 확장시킨 문장을 새롭게 만들어 자신에게 속삭이듯 말해주는 거예요. 이렇게 하면 그 생각에 괴로워하기보다 그 생각을 그저 포용할 수 있는 힘과 여유를 가질 수 있을 거예요.
물론 모든 상황에 이 [스텝 4]를 적용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분명 예외도 있겠죠. 완전하고 완벽한 방법 같은 건 없으니까요. 하지만 아마 대부분의 경우에는 이 [스텝 4]를 적용할 수 있을 거예요. [스텝 4]를 통해 심리적 증상에게 고맙다고 메시지를 전달한다면 어쩌면 증상도 우리에게 다음처럼 말할지도 몰라요. "고맙다고 말해줘서 고마워." "나를 마냥 미워하지 않아 줘서 고마워."라고요. 우리가 증상에게 고맙다고 말하면 증상도 자기를 좋게 생각해 주는 우리에게 고마움을 표현할지도 몰라요. 이처럼 고마움으로 우리가 증상과 소통한다면 증상과의 관계가 이전과는 다른 형태가 될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