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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이한 Jun 11. 2024

'고마워'로 뇌를 절여주세요.

두려움과 심리적 증상 때문에 삶을 괴로워하다 보면 평상시에도 얼마나 나쁜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지 몰라요. 표현이 좀 그렇지만 마치 김치가 소금에 절여지듯 제 두뇌도 두려움에 절여져 있었기 때문에 언제나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었던 거죠. 한때는 억지로 이 습관을 고쳐보려고 미래를 일부러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려고도 노력했지만 이것은 잘 되지 않았어요.  억지로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그 생각 자체가 진실이라기보다는 나의 바람에 불과했기에 아주 작은 외적인 영향에 의해서도 쉽게 깨져버리곤 했죠.


저는 그래도 이렇게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에 절여져 버린 저의 두뇌에게 무언가를 해주고 싶었어요. 어떤 다른 행동(예를 들어 운동 같은)을 통해서 이 절여짐을 바꿔볼 수 있을까 기대하곤 했지만 결국 저는 결론적으로 이 절여짐은 좋은 의미를 갖는 언어를 통해서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겠다고 판단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제가 여태까지 발견한 이런 언어는 딱 하나밖에 없었어요. 바로 "고마워."라는 말이었죠. 제가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말은 오직 이것밖에 없었어요. 억지로 만들어내는 다른 긍정의 말들은 거짓에 가까워서 실질적인 힘이 없었지만 "고맙다.", "고마워"라는 말만큼은 진실의 힘을 갖고 있었죠. 그리고 두려움과 저를 괴롭히는 심리적 증상을 배척하지 않고, 없애려 하지 않고, 받아들이고 수용할 수 있는, 그러면서도 좋은 뉘앙스와 따뜻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마법과 같은 단어가 바로 이 "고마워."였어요.


원래 저는 심리적 증상이 나왔을 때만 "두려워해줘서 고마워.", "나를 지켜주기 위해 이렇게 불안해해 줘서 고마워."와 같은 말을 스스로에게 해주었어요. 그런데 증상이 나오지 않은 평상시에도 제 두뇌가 부정적인 느낌에 절여져 있고, 그래서 부정적인 생각을 저도 모르게 엄청 많이 한다는 것을 알게 된 후에는 평소에도 수시로 이 고마움이 들어간 문장을 속삭이듯 말하게 되었어요. 저는 따로 종교가 없지만 마치 스님이 "나무아비타불"을 평소에 자주 말하듯이 저 역시 "이런 이상한 생각을 떠올려줘서 고마워.", "이런 괴로운 감정을 지금 이 순간 나타나게 해 줘서 고마워.", "최선을 다해 날 지키기 위해 굳이 나오지 않아도 되는데 이렇게 노력해 줘서 고마워." 같은 고마움이 포함된 말을 제 마음대로 되지 않는, 내 안에 있는 또 하나의 나란 존재에게 평소에도 말해주었죠. 아. 그래요. 저는 두려움과 부정정인 생각, 부정적인 감정에 이미 절여질 대로 절여져 있는 두뇌를 "고마워"라는, 제가 해줄 수 있는 유일한 긍정적이고, 진실된 말로 덮어씌우며 새롭게 절여보려고 한 거지요. 정말로 절여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저는 그렇게 된다고 생각했던 거예요.


Step 4-2. 평상시에도 자신에게 ‘고맙다.’가 포함된 문장을 입으로 속삭이며 반복해서 말해주기.


스텝 4-1이 증상이 나왔을 때만 고맙다고 하는 것이었다면 스텝 4-2는 평상시에도 고맙다는 말을 하는 거예요. 이때 고마움의 대상은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는 내 안의 또 다른 나(두려움과 같은)가 될 수도 있고, 아니면 예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열심히 최선을 다해 자신의 삶을 이끌어 나가고 있는, 열심히 생각이라는 것을 하고 있는 나일 수도 있죠.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나와 내 마음대로 되는 나, 둘 모두에게 고맙다고 저는 말해줬어요. 둘 다 나름 최선을 다해 저를 위해 애쓰고 있는 존재들이니까요. 정말 고맙죠. 스텝 4-1과 마찬가지로 스텝 4-2를 할 때 정말 중요한 것은 말을 속삭이듯 입 밖으로 내뱉으며 해야 한다는 점이에요. 마음으로만 생각하는 것과 말로 꺼내어하는 것은 정말 다르거든요. 꼭 기억해 주세요.


그런데 제가 이렇게 평소에도 고맙다는 말을 하게 된 것에는 우연히 읽게 된 '고바야시 히로유키'의 '나는 당신이 스트레스 없이 말하면 좋겠습니다.' 책의 영향도 컸어요. 그 책을 통해서 말 한마디가 우리의 자율신경에게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우리의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은 말에 영향을 많이 받기에, 말이 건강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내용이 들어있었어요. 그리고 평소에 제가 얼마나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는지 깨닫게 된 후 이것이 저의 건강과 자율신경계를 아프게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그래서 원래는 증상이 나올 때에만 고맙다는 문장을 말했지만 평소에도 고맙다는 말을 해주기로 결심했어요. 다행히 평소에 해주는 이 고맙다는 말이 부정적인 말을 상쇄하는 힘이 있어서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좋은 언어인 고맙다를 통해 평소의 저를 이전보다 조금은 더 지켜낼 수 있었죠.


보통 사람들은 자신에게 정말 고마운 대상에게만 고맙다고 말하게 돼요. 하지만 저는 저를 힘들게 하는 어떤 것들에게도, 저를 괴롭게 했던 어떤 것들에게도 고맙다고 말해주었어요. "외롭게 살아줬어서 고마워.", "아무것도 안 해줘서 고마워.", "그렇게 죄책감에 괴로워해줘서 고마워.",  "언제나 두려워해줘서 고마워", "언제나 무서워해줘서 고마워.", "나를 지키기 위해 그렇게 불안해줘서 고마워." 이와 같이 최대한 제가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들에 고마워라는 말을 붙였어요. 물론 그렇게 할 수 없는 것도 있지만 가능한 선까지는 최대한 고마워의 범위를 넓혀 봤어요. 그리고 이렇게 하면 평소에 계속해서 고맙다고 말할 소재거리가 충분하게 되죠. 여러분도 이렇게 한번 해보세요. 긍정적인 것에도 부정적인 것에도 할 수만 있다면 고맙다는 문장으로 만들어서 고마워해주세요. 그러면 분명 고마워란 말이 그 힘을 평소에 발휘하는데 도움이 될 거예요.


이전에 우리는 가설 1에서 언어를 통해 증상을 극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다행히도 고맙다는 말은 언어이지만 증상을 극복하고자 함이 아닌 증상을 포용하고자 함이기에 가설 1에 위배되지 않으므로 우리는 고맙다는 말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어요. 증상과 좀 더 잘 공존하기 위한 방법으로서 사용할 수 있는 거죠. 또한 저는 이전에 언어는 두려움과 부정적인 감정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그래서 아마 여러분은 고마움이 포함된 문장을 만들어서 사용하다 보면 언어를 오염시키려는 또 다른 언어와 마주치게 될지도 몰라요. 그럴 때 다행히도 우리에게는 이것을 상쇄시킬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이 있어요. 바로 스텝 3인 '색 입히기'와 이전에 살펴본 '마트료시카 방법'이죠.  언어가 오염되려고 할 때 스텝 3에서 했던 색 입히기를 해주세요. 그리고 이것으로도 안 될 때는 마트료시카 방법을 사용할 수도 있어요. 이전에는 마트료시카 방법을 색으로만 했지만 고맙다는 말에도 마트료시카 방법을 사용할 수 있죠. 자신의 심리적 증상에게 고맙다는 말을 해주었을 때 이것을 비꼬는 또 다른 말이 나타난다면 이 비꼬는 말까지 포함해서 "이런 비꼬는 말을 또 해줘서 고마워. 나를 위해 그런 말을 해줘서 고마워."라고 말하며, 껍질의 껍질까지 포용할 수 있을 거예요.


머릿속 생각이 나를 괴롭히며 나를 지배하려고 할 때 저는 입술을 움직이며 능동적으로, 적극적으로 ‘고맙다’는 말을 내뱉었어요. ‘입을 움직이며 밖으로 내뱉는 말’이 ‘머릿속 생각’에 앞설 수 있다고 봤거든요.


다음 글에서도 계속해서 이 고마움의 힘을 활용하는 또 다른 방법에 대해 알아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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