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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이한 Jul 02. 2024

소중한 존재를 지키기 위해

두려움과 심리적 증상에 휘둘리게 되면 삶을 밝게 바라보는 것은 정말 어려워져요. 그래서 쉽게 절망하게 되죠. 그런데요. 절망하게 되면 이 절망이 삶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만들고 이로 인해 이 절망이 어떤 불행을 불러오더라고요. 저는 불행이 또 다른 불행을 불러오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보다는 그 불행에 제가 절망할 때 이 절망이 또 다른 불행을 불러온다는 것을 살면서 깨닫게 되었어요.


절망이 불행을 불러오고 그러면 다시 이 불행에 절망하게 되고 다시 이 절망이 또 다른 불행을 불러오는, 이런 악순환에 빠져버리게 되는 거죠.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 불행이 비단 저에게만 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였어요. 저의 절망과 불행은 제게만 속하는 것이 아니었어요. 여러분. 제가 불행하잖아요? 그러면 제 주변 사람들과 제 곁에 있는 저의 소중한 존재들에게도 이 불행이 전달돼요. 그래서 저는요. 두려움과 심리적 증상에 휘둘리는 바람에 저에게 소중했던 존재들에게 크고 많은 아픔을 주었어요. 이것은 저에게 죄책감과 괴로움을 주었지요.


우리는 증상을 없애는 것이 아닌 증상과 더 잘 공존하기 위한 방향으로 지금까지 이 글을 이끌어 왔어요. 그런데 여기서 증상과 더 잘 공존한다는 것에는 사실 증상뿐만 아니라, 내 주변의 소중한 존재들과도 더 잘 공존한다는 의미가 들어있다고 볼 수 있어요. 증상이 나에게 줄 수 있는 절망으로부터 내 주변의 소중한 존재들을 지킨다는 의미가 들어있는 거죠.


저는 이전에는 '절망'의 반대말이 '희망'이라고 생각해 왔어요. 이건 분명 맞는 말이긴 하지만 적어도 저에게는 절망의 반대말이 희망보다는 다른 어떤 말이었어요. 바로 이전 글들에서 살펴봤던 '고마워'였죠. 적어도 저에게는 '절망'에 맞설 수 있는 말이 '희망'이 아니라 '고마워'였어요. 희망도 분명 좋은 것이지만 저에게는 '고마워'가 더 좋은 힘을 가지고 있었어요.


희망을 비롯해 어떤 다른 긍정적인 말들은 저에게 그렇게 큰 힘이 되지 않았어요. 그 희망과 그 긍정적인 말을 떠올린 그 순간에는 잠시 기분이 좋아졌지만 그 기분은 쉽게 없어지고 온전히 내 것이 되지 못했죠. 이런 긍정적인 말들은 대부분 미래를 향해있거나 저에게 무언가를 강요하는 뉘앙스를 가지고 있었어요. 그리고 이들 대부분은 어려운 현실이 닥치면 쉽게 부서지는 말들이었죠. 하지만 ‘고마워’는 조금 달랐어요.


제가 가진 심리적 증상에게 '고맙다.'라고 말해줌으로써 증상이 저에게 줄 수 있는 '절망'에 쉽게 삼켜지지 않을 수 있었어요. 고마워라는 말이 가진 수용의 힘과 따뜻한 뉘앙스가 절망이 다가오는 것을 막아주는 방패막이 되어주었죠. 그리고 이로써 저의 현재를 지킬 수 있었어요. 저의 현재를 절망으로부터 지키면 이것은 자연스럽게 절망이 제 주변의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는 것을 막은 것이 되므로 제 주변 사람을 지킨 것이 되기도 하죠. 그래서 이것이 이번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증상과 더 잘 공존하기 위한 방법인 [스텝 5]예요.


step 5. 내 곁에 있는 소중한 존재들을 지키기 위해 나의 증상에게 고맙다고 말해주세요.


이것을 이전의 고마워를 말하는 [스텝 4]와 분리해서 다음 스텝인 [스텝 5]로 말한 이유는 이 [스텝 5]가 오직 자신을 위해서 고맙다를 말하는 것이 아닌 나에게서 벗어나 내 주변의 사람에게 그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에요. 나 스스로에게 말하는 고마워라는 말의 영향력이 나라는 영역을 벗어나 내 주변 환경에게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요. 증상 때문에 절망하고 증상을 없앨 수 없어서 좌절하고 증상을 극복하려고 하다가 자신을 망치는 것이 아니라 증상에게 고맙다고 말하면서 자신을 지킴으로써 자신뿐만 아니라 자신 주변의 소중한 존재들도 지킬 수 있다는 것을 이 [스텝 5]를 통해 말하고 싶었어요.


고마워를 사용하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이전 글들에서 [스텝 4]로 충분히 살펴보았어요. [스텝 5]는 이 [스텝 4]를 사용하되 나로부터 한 걸음 더 나아가 내 주변의 소중한 존재들을 위해서도 [스텝 4]를 사용한다는 목적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요.


나 그리고 내 주변의 소중한 존재들 모두를 위해 증상에게 고맙다고 말해줌으로써 자신의 현재 상태를 절망이 삼킨 차가운 상태가 아닌 따뜻함이 유지되는 상태로 보호해 주세요. 자신의 상태가 따뜻하다면 분명 그 따뜻함이 주변 존재들에게도 이어질 테니까요. 그렇게 현재를 지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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