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런 상상을 해보았어요. 두려움과 심리적 증상이 나올 때마다 증상에게 '색 입히기'와 '고마워하기'를 적용하면, 제 마음속에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고 있는 '꼬마 마술사'가 활동을 시작한다고요.
이 '꼬마 마술사'를 저는 줄여서 [꼬마술사]라고 부르는데요. 예를 들면 이런 거예요. 제가 두려움에 몸을 떨고 있을 때 '증상에게 고마워하기'를 적용해서 다음과 같이 입으로 속삭이며 말하죠.
"이렇게 두려워하며 몸을 떨어줘서 고마워. 정말 고마워."
이렇게 말하고 나면 이 말을 신호로 해서 제 마음속에서 [꼬마술사]가 알아서 활동을 시작하는 거예요. 저는 이 꼬마술사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제 마음 안에서 활동하는지는 알지 못해요. 이 아이는 보이지 않거든요. 하지만 분명히 있어요. 그리고 이 아이는 열심히 제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알아서 활동을 하는 거예요. 저는 확실히 알지 못하지만 예를 들면 이렇게 활동하고 있지 않을까 상상해요. 제 두뇌에 잠시 머무르며 뇌를 따뜻한 손길로 어루만져주죠. 그리고 두뇌를 떠나 가슴 쪽으로 순식간에 이동해서(마술사니까 가능해요.) 빠르게 두근거리고 있는 심장에게 약간은 시원한 물을 공급해 주며 열 좀 식혀라고 말하는 거예요. 그리고 몸 구석구석을 들리면서 제 몸을 잘 돌봐준 후 다시 마음속으로 순식간에 이동해서 마음을 보살펴주죠. 이러한 행동들은 제가 "고마워."라고 말한 시점부터 일어나는 일들이에요. 저는 단지 제 증상에게 고맙다고 말했을 뿐인데 제 안에서는 이 고마워를 출발 삼아 알아서 열심히 일해주는 작은 아이가 있는 거지요.
이렇게 상상을 하면 왠지 마음이 편해졌어요. 억지로 제가 제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일일이 다 알 필요도 없고 제가 제 마음과 몸을 구체적으로 통제할 필요도 없죠. 그저 고맙다고 말하면 꼬마술사가 알아서 제 안을 돌봐주니까요.
사실 이 [꼬마술사]라는 아이디어는 아이들을 위한 동화책을 보고 떠오른 거였어요. 루카 도니넬리의 '투명탐정 윅슨 알리에니'라는 동화책을 봤거든요. 주인공인 윅슨은 분명히 존재하는 탐정인데 사람들은 윅슨을 보지 못해요. 윅슨이 뭐라고 물어보면 사람들은 대답하기는 하지만 자기가 누구한테 말한 지는 모르는 거예요. 작가는 이렇게 분명히 있지만 보이지 않는 윅슨이 사건을 재밌게 해결해 나가는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어요. 보이지 않는 윅슨이 활동하며 결국 사건을 해결하면 겉보기로는 마치 사건이 저절로 해결이 되는 것처럼 보였죠. 정말 재밌게 읽은 책이었어요. 그리고 이 책을 다 읽고 갑자기 그런 생각이 떠오른 거죠. '아, 내 마음속에도 이런 윅슨 같은 친구가 있다면 정말 재밌겠다!' 이 생각이 오늘의 글을 낳게 되었어요.
step 7. 심리적 증상과 더 잘 공존하기 위한 방법인 '증상에 색 입히기'와 '증상에게 고마워하기'를 적용했을 때 [꼬마술사]가 알아서 내 마음을 돌봐주기 시작한다고 상상해 보세요.
참, 그렇다고 해서 꼬마술사가 증상을 없애려고 하고 있는 건 아니에요. 꼬마술사는 그 증상이 있더라도 우리가 그 증상과 더 잘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몸과 마음의 상태를 만들려고 하고 있죠. 불쾌한 감정이 나타났을 때 그 불쾌한 감정을 없애려고 노력하고 있는 게 아니라 그 불쾌한 감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 감정과 더 잘 어우러져서 그 순간을 더 잘 살 수 있게 도와주고 있는 거예요.
꼬마술사를 믿으면 머리 아프게 내 안을 너무 깊게 들여다볼 필요도 없고 너무 많은 생각을 할 필요도 없을 거예요. 내 뜻대로 감정을 통제하는 것이 불가능할 때 통제를 포기하고 그저 내 안의 꼬마술사가 알아서 내 마음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주고 있다고 믿는 거예요. 그러면 한결 마음이 편안해져요. 꼬마술사가 우리는 알지 못하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우리를 위해 열심히 행동하고 있다고 상상하는 것만으로 우리는 조금 더 위안을 받을 수 있어요. 그러니 우리 마음속 [꼬마술사]를 믿고 조금 더 편안해지도록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