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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이한 Jul 23. 2024

해결하려고 너무 서두르지 마세요.

어쩌면 이번 글은 너무 뻔한 말일 수도 있어요. 그리고 어쩌면 어떤 분에게는 해당하지 않는 말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적어도 어떤 분에게는 필요한 말일 수도 있기에 글을 쓰게 되었어요.


step 8. 심리적 증상을 해결하려고 너무 서두르지 마세요.


자신을 괴롭히는 심리적 증상을 갖게 된 사람들은 어서 빨리 이 증상에서 벗어나고 싶어 해요. 제가 그랬거든요. 그래서 닥치는 대로 이것저것 해보죠. 어서 이게 해결되어야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런데요. 이건 어디까지나 제 의견일 수 있지만 저는 여러분이 부디 서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 증상 때문에 많이 힘든 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요. 그래도 부디 천천히, 삶을 조금 낭비해도 괜찮으니까,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으니까,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삶을 나아가주었으면 해요.


심리적 증상은 인생에서 마주치는 다른 난관과 조금은 성질이 다르다고 저는 생각해요. 다른 난관들처럼 해결하는 것이 아닌 극복하는 것이 아닌 그것과 더 잘 공존하는 것이 필요한 독특한 난관이니까요. 그것과 더 잘 지낼 수 있는, 공존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간과 여유가 필요해요. 물론 현실이 우리에게 여유를 잘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은 잘 알고 있어요. 우리는 돈을 벌어야 하고 도태되지 않아야 하고 성장해야 하지요. 이건 어쩔 수 없어요. 하지만 그 어쩔 수 없는 상황 속에서도 자신만이 발견할 수 있는 스스로의 몸과 마음을 지키며 어느 정도의 여유를 도모할 수 있는 길을 찾기를 바라요. 그런 길을 발견하는 것은 물론 쉽지 않겠지만 필요하다면 주변에 도움을 요청해서라도 잠시라도 여유로운 환경을 자신에게 선물해주었으면 해요. 조금이나마 여유로운  환경을 마련했다면 일단은 심리적 증상을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잠시라도 그냥 쉬어주었으면 해요.  그리고 이러한 쉼 속에서 어떻게 하면 빨리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이 증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증상과 함께 있더라도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천천히 생각해 보는 거예요. 


저도 알아요. 이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는 것을요. 현실은 촉박하게 우리를 채찍질할 테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자신이 할 수 있는 한에서, 다른 누군가의 도움을 빌려서라도 자신에게 여유를 주세요. 심리적 증상이 언제 해결될까, 혹시나 해결되지 않는 건 아닐까 마음이 쫓기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유를 주세요.


적어도 제가 아는 한에서는 '해결한다.'와 '서두른다.'라는 단어는 심리적 증상과 어울리지 않는 단어예요. 마치 물과 기름처럼요. 심리적 증상을 해결하려고 할수록 그리고 그렇게 서두를수록 오히려 증상은 더 자신의 힘을 과시하려 들 거예요. 우리는 증상을 극복하기를 포기하자고 했어요. 더 잘 공존하기로 결정했었죠. 그러니 '해결한다.'라는 단어보다는 '함께 더 잘 지낸다.' 그리고 '서두른다.'는 단어보다는 '천천히 나아간다.'라는 말로 대체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대체된 단어를 통해서 우리는 심리적 증상을 바라봐야 해요. 증상 때문에 삶이 막힌 채로 진행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쉼을 통해서도 삶은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믿어주었으면 해요. 쉼과 여유를 통해서 우리는 심리적 증상과 더 잘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나갈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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