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글쓰기를 좋아하였다. 학교에서 주최하는 글쓰기 대회는 모두 참여하였다. 선생님이나 부모님께 편지 쓰기, 표어 쓰기, 독후감 쓰기, 시 쓰기, 수필 쓰기 등 정말 다양한 주제의 글을 썼다. 감사하게도 대회를 참여할 때마다 늘 수상하였다. 좋아하는 것을 하고 그것에 대한 보상도 받음으로써 나의 자신감이 향상되었다. 글쓰기 대회 상을 받고 집으로 가는 발걸음은 깃털처럼 가벼웠다. 현관문을 열며 한껏 들뜬 목소리로 외쳤다.
"엄마, 나 상 탔어요!!!"
내 어깨는 이미 하늘과 맞닿아있는 것처럼 솟아 있었다. 그만큼 뿌듯하다는 것이다. 당시 너무 힘들었던 시기여서 평소에는 풀이 죽어 있었다. 다른 사람에 비해서 잘하는 게 없는 것 같다는 이유로 스스로를 힘들게 했다. 그런데 글쓰기는 나에게 숨통을 트이게 해주는 도구였다. 좋아하는 일에서 상을 받았으니 얼마나 기뻤을까! 눈이 안 보일 정도로 활짝 눈웃음을 지으며 상장을 보여 드렸다. 엄마는 그런 내 모습을 보시며 열심히 박수를 쳐주셨다. 이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거 네가 한 거라고 생각해?"
이게 도대체 무슨 질문인가? 당연히 내가 글쓰기 대회에서 글을 열심히, 잘 썼으니까 상을 받은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신이 주신 달란트잖아! 너는 그 달란트를 올바른 곳에 썼고. 우리는 늘 감사하며 살아야 돼. 글쓰기 달란트가 없었으면, 못 받았을 수도 있잖아!"
맞다. 나에게 글쓰기 달란트가 없었다면, 어렸을 때부터 글쓰기나 책과 친하지 않았더라면 거들떠도 안 봤을 것이다. 일기를 쓰든, 글자를 쓰든 꾸준히 달란트를 갈고닦은 덕분에 빛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엄마의 말씀을 듣고 난 후에 내 달란트에 대해 자부심을 가졌다.
누구에게나 달란트가 있다.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 있고, 어떤 사람은 미술을 잘한다. 음악을 잘하는 사람이 있고, 말을 잘하는 사람이 있다. 나의 달란트는 글을 쓰는 것이다. 자신감과 자존감이 향상된 이후로 나와 타인을 잘 비교하지 않게 되었다. 비교할 때가 있더라도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것에 집중하기보다, 나의 귀한 달란트를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에 대해 더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이후에 내가 가지고 있는 달란트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 몇몇 사람들처럼 하나의 달란트를 특출 나게 잘하는 것과 다르게, 다양하게 조금씩 잘하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많은 것을 친구들 사이에서 가장 잘하고 싶은 마음은 내 욕심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의 글쓰기 달란트에 대해 생각하며,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였다. 글쓰기를 잘한다는 것은 생각하는 것을 문자화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상에서 힘들고 지친 마음을 글 하나로 위로해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짧지만 진심 어린 메시지를 써서 전달하였다. 잠깐의 시간을 들였을 뿐인데, 나의 메시지를 읽고 너무 위로받았다는 연락을 받으면 덩달아 나도 기분이 좋아진다.
요즘은 책을 집필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 글쓰기는 정말 매력이 있다. 실제로 경험한 것을 기록하며 나눌 수 있다. 그리고 소설의 경우에는 직접 캐릭터를 설정하여 이야기를 전개할 수 있다. 글쓰기를 하면서 가장 감사한 것을 떠올려보라고 한다면, 내가 그동안 살아온 날들에 감사하다고 이야기할 것이다. 행복함, 기쁨, 슬픔, 아픔, 화남, 즐거움 등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음에 감사하다. 다른 사람을 품어줄 수 있고, 헤아릴 수 있을 만큼 마음이 넓어졌음에 감사하다. 그리고 그것으로 글로 써서 전달할 수 있음에도 감사하다. 내가 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음을. 지금까지 혼자 살아온 게 아니라, 곁에 머무르고 함께했던 사람들이 있어서 나의 삶이 흘러갈 수 있었음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인생을 살며 만난 빌런들 덕분에 화를 다스리며 인내심을 키웠고, 듣는 연습을 하였고, 감정적으로 하기보다 이성적으로 사고할 수 있게 되었다. 모든 순간이 내가 되게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