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9.7 ~9.9. 영국 여행기
영국여행에 대한 설렘은 14시간이라는 비행시간에 주춤거렸다. 14시간의 지루함과 답답함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비행기 창가 쪽 좌석에 앉는 순간부터 걱정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하늘 높이 올라 구름사이를 가르는 비행기 창밖의 모습에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은 자유로운 느낌이 비행기 안에 답답하게 앉아있는 나의 지루함을 잊게 했다.
강렬한 햇빛 때문에 창문을 통해 계속 바깥을 볼 수 없었으나 구름 위를 나는 그 기분은 마음속으로 계속 유지할 수 있었다.
영국 런던 히드로공항에 도착하니 밤이었다. 출발할 때 무더웠던 9월 초 한국날씨와 달리 선선한 바람이 불었다. 런던 중심가에 위치한 숙소로 향하면서 중년의 여성 가이드가 버스 차창 밖으로 보이는 건물이나 공원, 장소등을 설명해 줬는데, 그 내용보다는 다양한 인종의 많은 사람들 모습에 관심이 더 갔다.
숙소는 말로만 듣던 템즈강변에 위치해 있었다. 다음날 아침 템즈강변을 걸었다. 런던 중심지임에도 도로가 넓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로 일터로 가고 있었다. 자전거 속도가 매우 빨랐지만 나름대로 수신호도 하고 신호등도 잘 지키는 것 같았다. 영국의 랜드마크 영국국회의사당 시계탑 빅벤은 시계 주변으로 금빛이 선명하게 보여 생각보다 화려했다. TV나 사진으로만 보던 국회의사당 건물이나 007 영화로 유명한 첩보기관 MI6 건물을 직접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게 신기했다.
템즈강변을 따라 걷고 있을 때 한쪽 벽면에 빨간색 하트가 많이 그려져 있었다. 벽화라고 하기엔 너무 단순해 가까이 가서 자세히 보니 하트 하나하나마다 코로나19로 세상을 떠난 사람을 추모하는 글이 쓰여 있었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가족들의 슬픔을 위로하고자 만든 것 같았다. 전 세계적으로 유행한 팬데믹이었고 많은 사람이 죽은 지 방송을 통해 알고 있었지만 벽화에 그려진 하트 모양을 보고 그 규모를 실감할 수 있었고 인간의 운명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됐다.
관광객들이 많이 가는 대영박물관에 갔다. 엄청나게 많은 유물이 모여있다고 했으나 시간이 없어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 몇 군데만 관람했다. 옛 그리스 유적들에 관심이 갔다. 돌을 깎아 정교하고 화려한 조각을 만들었는데 그 석공들의 솜씨가 경이로웠다. 조각을 하다가 실수로 돌을 잘못 깼을 때 어떻게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화려하고 웅장한 모습 뒤에는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이나 예술가들의 피와 땀, 그리고 약탈과 전쟁, 노예계급이 있다는 게 느껴져 그 예술성에 마냥 감탄만 나오지는 않았다.
런던 타워성을 멀리서 볼 수 있었다. 적의 공격을 막기 위해 수로를 파고 그 뒤에 세워진 거대한 성벽을 보면서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봉건 중세시대의 사회가 좀 더 실감 나게 머릿속에 그려졌다.
2박 3일의 짧은 여정 동안 내가 느낀 영국 런던은 화려함과 다양함이었다. 화려하고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즐비해서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예술 감상을 하는 것 같았고 다양한 인종이 각양각색 모습으로 사회를 구성하는 모습을 보며 차별과 편견을 너머 각자의 가진 모습을 존중하는 세계화의 표본을 보는 것 같았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산업 혁명의 나라'라는 수식어를 가지고 있는 영국을 짧은 기간이지만 경험할 수 있어서 좋았고 도시의 활기와 그림 같은 모습은 오랫동안 여운으로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