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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nowfield Jun 15. 2024

그래서 네가 하고 싶은 게 뭔데?

어느새 제가 캐나다에서 지낸 지 3년 차가 되었네요. 이 ‘어느새’라는 단어가 참 기특하게도, 야속하게도 느껴지네요.


그간 많은 일들이 있었고, 많은 질문도 받았어요. 왜 캐나다에 갔는지, 그곳의 시장은 어떤지, 부적 작업은 더 이상 안 하는 건지, 영주권을 따려는 건지, 캐나다에 스튜디오 오픈은 어떻게 되는 건지 등등. 이 모든 질문들을 하나로 요약해 보자면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네가 하려는 게 뭔데?’


저도 솔직히 제가 뭘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루고자 하는 목표와 살고 싶은 인생, 되고 싶은 사람은 분명히 있는데 그 청사진으로 가는 길은 순탄하지 않네요.


항상 목적과 계획이 있지만, 늘 그렇듯 계획대로만 되지는 않죠. 그래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기록하기로 결정한 것도 같은 이유인 것 같아요.


사실 캐나다에 간 이유는 특별히 없습니다. 캐나다가 아니라 해외 어디든 나가려고 했던 거였어요. 당시 저에게 죽도록 힘든 상황이 필요했는데, 나를 가장 무섭고 힘들게 할 수 있는 방법이 무일푼으로 혼자 말도 통하지 않는 해외에서 생활하는 것 같아서 그런 결정을 내렸어요. 처음엔 미국을 준비하다가 어쩌다 보니 캐나다에서 살게 되었네요.


영어 한마디 못하는 상태로 비자도 없이 혼자 캐나다에 가니 바라던 대로 처음엔 정말 모든 게 다 어렵고 힘들었어요. 언어와 문화 차이는 기본이고, 집 계약, 은행 개설, 세금 신고 등 뭐 하나 쉬운 게 없더라고요. 첫 2년 동안은 문화 적응과 각종 계약서, 서류 처리, 비자 문제 해결에 매일 고군분투했던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더니, 2년쯤 지나니 그 낯설고 힘들던 캐나다 생활도 어느새 익숙해졌어요. 더 이상 많은 노력을 하지 않아도 생활하는 데 큰 문제가 없게 되었죠.


많은 분들이 돈을 벌기 위해 캐나다로 오신다고 알고 있는데, 제 경우에는 한국에서 벌던 것과 큰 차이는 없었어요. 수입 금액만 보면 한국보다 조금 높았지만, 월세와 생활비를 고려하면 지출도 높아서 결국 남는 돈은 비슷했어요.


하지만 한국에서처럼 매일 힘겹게 노력하지 않아도 캐나다에서는 그만큼의 수입을 얻을 수 있어서 제 일상에도 여유 시간이라는 게 생겼어요. 그 덕분에 2012년에 타투를 시작한 이후로 저와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눈 한 해였어요. 정말 그간 저 하나 돌아볼 틈도 없이 정신없이 살아왔더라고요.


그렇게 지난 한 해 여러 일들을 겪으며 저와 대화한 결과, 더 이상 캐나다에 살 이유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현시점에서 가장 쉽게 돈을 버는 것만 생각한다면 캐나다에 계속 있는 것이 유리하지만, 그렇게까지 돈을 벌 필요는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인 것 같아요. 언젠가 캐나다에 대해 느낀 점들도 이야기해 볼게요.


결론적으로, 저는 캐나다를 떠나기로 결심했습니다. 30살이라는 나이가 참 어렵네요. 120세 시대의 한 인간으로 보면 젊은 나이지만, 엄마가 되기를 준비하기엔 여유가 많지 않은 나이죠. 한 사람으로서의 저와  한 가정의 엄마로서의 저 사이에서 고민한 결과, 아직 안정적인 미래 준비보다는 더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싶다는 결정을 했습니다. 


어쩌면 이 선택이 도박처럼 느껴집니다. 만약의 경우엔 정말 길바닥에 나앉을 수도 있겠죠. 그렇기에 앞으로 나아가는 일상을 기록해보려 합니다. 제가 살아보려는 인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모르지만, 이 기록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이야기를 나눠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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