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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나의 이디푸스(8)

스핑크스의 핑키한 꿈

by 아스트랄

나는 아름다운 여신의 얼굴을 하고, 사자의 몸을 하고 있는 현인이야. 지금부터 내 옛이야기를 해 줄게. 아주 어릴 적. 나는 이 지구에 한 소녀로 태어났어. 놀라울 정도로 지혜로왔던 나는 못 푸는 문제가 없었고, 특히 수학의 모든 난제들을 다 풀어내서 천재라는 소리를 들었지. 저 먼 미래에는 40세 이전의 천재 수학자들에게 '필즈'라는 상을 준다던데, 미래에 태어났다면 나는 아마도, 그 상을 받고도 남지 않았을까? 그리고, 수학 때문에 너무나 괴로워하는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있다던데. 그 나라의 초중고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해 줬을 텐데 말이야.


"너희들은 결코 머리가 나쁜 게 아니야. 그저 함정에 걸린 것뿐이야. 그건 마치 이런 거지. 꺼내 먹을 수 없도록 높은 곳에 치즈를 올려놓고 하나에 수백만 원 하는 긴 갈고리 달린 막대기를 계속 사게 해 놓고는, 고무로 만들어져 흐물거리는 그 장비들로 치즈를 끌어내려야 한다고 압박하고, 실패하면 바보라거나 의욕이 부족하다는 둥, 애초에 공부 DNA가 탑재되어 있지 않다고 무시하고 비난하고 경멸하는 시스템 속에서 너희들은 가스라이팅 당하고 있는 거야."라고 말이야.


아무튼. 나는 뛰어난 지적 호기심과 탐구력으로 놀라운 연구 성과를 이루어냈어. 세계의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라고 불리는 사각뿔의 피라미드. 이 안에 계란을 넣으면 잘 썩지도 않는다고 하는데, 사실 이것도 내가 다 설계한 거라는 건, 전혀 눈치채지 못했지?


이렇게 잘 나가던 내가 대체 왜, 사자의 몸을 가지게 되었냐고?


그건, 앞으로 네가 꾸준히 내 이야기를 중간에 끊지 않고 들어 준다면 알게 될 거야. 난 내 이야기에 집중하지 않거나, 딴소리로 흐름을 끊어버리는 사람을 제일 싫어한다는 것만 알아두면 돼.


자, 이제부터 귀를 쫑긋 세우고 잘 듣도록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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