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나의 이디푸스(7)

7.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

눈 내리는 사막. 20세기의 젊고 잘 생긴 한국배우 '현빈'을 닮은 한 남자가 말을 타고, 터번을 두르고 회색빛 눈발과 모래바람을 함께 헤치며 달리고 있다. 대낮이지만 앞이 뿌옇고 캄캄하디.

사마 빈(신하 1): 헉헉ᆢ 이 사막에 눈이 다 내리다니ᆢ날씨가 정말 미쳤구나! 내 애마 '비머' 발가락에 동상이 걸리겠네ᆢ 그나저나 이 할망구 괴물, 스핑크스는 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ᆢ?

---

한 달 전. 이디푸스왕의 집무실. 온통 흰색 대리석으로 장식되어 있고, 통창 유리가 햇빛을 받아 반짝거린다.

군데군데 왕비의 네일아트처럼 반짝거리는 포인트 벽지가 세련미를 더하는 집무실의 책상 맞은편 벽에는 먼 미래의 화가 '클림트'의 작품처럼 온통 황금으로 빛나는 색조의 드레스를 입은 검정 머리색의 여인, 이오카스테 왕비의 초상화가 걸려 있다.

이디푸스 왕은 아침부터 가장 측근의 신하들을 불러 모아 미션을 하달했다. 원래 남편이 부인의 요구를 들어주는 건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특히 오카스테 왕비의 요구사항을 맞춰주기란 정말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라고 생각하며ᆢ

이디푸스: 왕비가 언급한 최고의 현인, 스핑크스님을 찾아서 이 '유리의 성'으로 모셔와라. 최대한 정중하게. 이오카스테 왕비의 스승이 되실 분이다.

신하 1(사마 빈): 왕이시여! 스핑크스는 벌써 삼십 년 전에 전하가 테베에 입성하시며 그 검은 물로 가득한 스틱스 강에 빠져 죽지 않았습니까?

신하 2: 맞습니다. 오이디푸스님이 자신이 낸 어려운 퀴즈를 맞혀 그 수치심에 자살했다고 하던데ᆢ

이디푸스: (한숨을 푹 쉬며) 누가, 이 테베나 아니면 인접한 이웃 국가에서라도, 스핑크스의 시체를 본 사람이 있는가?

신하들: ᆢ

이디푸스: 아니면, 그녀가 스틱스강이나 아니면 다른 강이라고 하더라도, 빠져 죽는 걸 목격한 자가 있는가?

신하들: ᆢ

이디푸스: 그렿다면 스핑크스는 지금도 어디선가 살아 있다고. 가정해도 되지 않는가?인간도 아닌, 게다가 거의 불로장생하는 괴물인데 말이지.

신하 3: (역시 똑똑하긴 해ᆢㅡㅡ; 그러니 스핑크스의 퀴즈도 맞추고ᆢ) 왕이시여, 하지만, 당신이 이오카스테 왕비와 결혼하신 그날 이후 스핑크스는 그 존재가 완전히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생활반응이 전혀 없다고요!

신하 4: 맞습니다! 그래서 스핑크스가 그동안 숱한 나그네들을 죽인 살인마임에도 불구하고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된 것 아닙니까..!

이디푸스: (근데 이것들이 일하기 싫으니까 꼭 뭔 말을 하면 이렇게 반항을 해요ᆢ) 맞긴 뭐가 맞아!!! 경들은 정말 '태형'을 당하고 싶은 것이오? 왕이 명령을 하면, 최소한 "왕비님의 스승이 되실 분이라니, 최선을 다해 알아보겠습니다. "라고 하지는 못할망정 맨날 안된다. 못한다. 모르겠다. 내 일 아니다. 그렇게 대답들을 해야겠소?

당신들이 바로 그ᆢ신탁이 보여준 미래에서ᆢ 말하는ᆢ 뭐라더라ᆢ '싸가지 없는 엠쥐(쥐의 일종인가?)' 요?

잔말 말고 스핑크스를 정중히 모셔 올 준비나 하시오!

신하들 : (이걸요? 제가요? 왜요?) ㅡㅡ;;;

이디푸스: (반응이 영 구리구리하네ᆢ좀 살살 다뤄야겠어ᆢ 당근을 줄 타이밍이군ᆢ;) 이 일은 왕비의 소원이며, 왕의 약속이므로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하오.

나는 최소한 스핑크스의 생사라도 확인해야겠소. 삼십 년이 지난 일이라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건 알고 있으니, 경들 중 임무를 성공시키는 자에게는 한강 뷰 타워팰리스 50평형 아파트 입주권과 함께 머씨디스 차 한 대, 그리고 3대가 넉넉히 먹고살며 부를 누릴 만큼의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연금을 매달 지급하겠소. 자, 누가 맡을 것이오?

---

사마 빈: 아무튼ᆢ 그렇게 해서, 오이디푸스 왕에게 맨 처음 스핑크스의 자살 이야기를 전했던 내가, 스핑크스의 생사를 확인하고, 만약 그녀가 아직 살아있다면 '정중히' 모셔와야 하는 엄청나게 중대한 역할을 맡게 되었다ᆢ아니, 사실은 돈 좀 벌어서 전에 코인투자 망한 거 원상회복이라도 시도해 봐야 해서 자원한 것이긴 하다.

그나저나 이 오천 년 먹은 '할머니'는 대체 어디에 있을까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