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언어적 요소 - 목소리와 제스처
지난 글에서 영어권 정치연설에서 청중의 박수를 받은 메시지에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 공통점이 있다고 소개했다.
1. 스피치 상황에 맞는 특정 메시지 내용
2. 핵심 문장을 겨냥한 메시지 구조
3. 메시지는 7가지 레토릭으로 구성
4. 적절한 비언어적 요소로 메시지 전달
오늘은 이 중 네 번째, 비언어적 요소를 더 자세히 알아보자.
비언어적 의사소통(Nonverbal communication, 넌버벌 커뮤니케이션)은 언어 이외의 표현이다. 목소리, 시선, 표정, 손짓, 몸짓, 자세 등이 있다.
의사소통에서 비언어적 요소는 언어 요소만큼이나 중요한 기능을 한다. 우리는 대화 상대의 목소리와 표정만으로도 상대의 심리를 알 수 있고, 대화 중에는 상대의 억양이나 시선으로 상대가 나에게 대답을 원한다는 것도 알 수 있다.
비언어 요소는 보컬(vocal)과 넌보컬(nonvocal)로 나눌 수 있다.
보컬 요소는 목소리 관련 요소로 목소리의 높낮이, 억양, 크기, 속도, 쉼, 톤 등이다.
목소리에 관한 연구를 요약해 보면:
목소리는 화자의 사회적 지위, 교육 수준, 직업 같은 사회적 특징을 보여주고,
감정을 표현하고,
성향과 성격을 드러내고,
호불호, 지배, 복종 같은 태도를 보여주며,
목소리만으로도 나이, 성별, 체격, 건강 상태 같은 신체적 특징을 알 수 있고,
상대를 설득하는 데도 영향을 주고,
의미를 전달하고,
대화에서 상대와 말을 주고받기, 피드백, 주의집중 등 상호작용을 관리하는 기능을 한다고 한다.
음성 요소는 화자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사회적 상호 작용에서는 화자의 의도를 알 수 있는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넌보컬 요소는 비주얼(visual, 시각적 요소) 또는 보디랭귀지(body language, 몸짓언어)로 시선, 손동작, 표정, 머리 움직임, 몸의 움직임, 자세 등 음성 이외의 요소들이다.
비주얼 요소에 관한 연구를 요약해 보면:
시선(Gaze)은 상대의 반응을 조절하고, 상대의 피드백을 모니터링하고, 화자의 감정을 표현한다.
자세와 몸짓은 말하기 차례를 주고받고, 언어의 의미를 보조해 주고, 말을 강조하고, 글의 단락을 나누듯 말의 단락을 표시해 주는 역할을 한다.
제스처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다.
상징적 제스처는 특정한 의미가 있는 제스처로, 엄지손가락을 치켜드는 제스처는 일반적으로 '좋다' 또는 '긍정적'을 의미하고, 집게손가락을 입술 앞에 대는 경우 '조용히'를 의미한다. 즉, 말을 대신하는 제스처다.
정보 제공 제스처는 정보를 전달하거나 설명하는 제스처로 방향을 가리키거나, 손으로 크기를 보여주거나, 추상적인 아이디어를 묘사하는 동작이다.
언어적 내용을 강조하는 제스처도 있다. 예를 들면, 특정 단어를 말할 때 손을 두드리거나 집게손가락을 드는 것은 단어를 시각적으로 강조하기 위해 쓰는 제스처다.
상호작용 제스처는 화자 간의 대화 흐름을 돕는 제스처다. 예를 들면, 대화 상대에게 손짓으로 말하기 차례를 가리키는 제스처가 있다. 제스처로 서로 정보를 전달하고, 대화 상대에게 구체적인 응답을 요청하고, 말하기 순서를 관리한다.
연설에서 비언어 요소의 기능
언어적 요소인 연설의 내용, 구조, 어휘 선택을 분석하면 연사의 언어적 능력과 논리를 파악할 수 있다. 반면 비언어 요소를 분석하면 연사가 연설을 어떻게 하는지, 어디를 강조하는지, 청중에게 어떤 신호를 주는지 파악할 수 있다.
정치 연설에서 연사의 시선은 중요한 요소다. 청중의 피드백을 모니터링할 수 있고 아이컨텍으로 청중과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청중 전체를 보며 연설하면 청중이 소속감을 느끼게 된다.
청중의 박수를 끌어내는 데는 수사법이 주요 역할을 하고 비언어 요소가 수사법을 보강해 준다는 연구가 있다. 수사법으로 구성된 메시지를 적절한 비언어 요소로 전달할 경우, 메시지 전달과 연설의 목적을 더 효과적으로 달성하고 청중의 박수가 나올 가능성이 높았다고 한다. 비언어 요소가 언어 요소를 보강한다는 견해다 (Atkinson, 1984; Heritage & Greatbatch, 1986).
한편 청중의 박수를 끌어내는 데는 수사법보다 비언어적 요소가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견해도 있다. 연사가 청중의 반응을 유도하는 여부, 연사의 이런 의도를 판단하는 데는 수사법 분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고 연사의 비언어 요소가 연사의 의도를 더 확실히 보여준다는 주장이다(Bull & Wells, 2002).
위의 연구들은 영국 정치연설에서 연사의 전달력을 분석한 것으로 청중의 박수를 유발하는 연사의 전달력을 요약하면:
연사는 메시지의 마무리가 가까워지거나 마무리 부분에서
(1) 청중을 응시하며 전달했고,
(2) 다른 곳보다 더 크게 전달했으며,
(3) 고음으로 강조하며 전달했고,
(4) 강조 의도에 따라 속도를 조절하며 전달했으며,
(5) 적절한 제스처를 썼다.
박수를 받은 메시지의 50%는 위에 5가지 요소 중 두 개 이상을 사용했고, 25%는 한 가지만 사용했다. 두 개 이상의 비언어 요소를 사용하면 박수받을 빈도수가 더 높게 나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위의 5가지 요소와 함께, 쉼(pause)을 적절히 사용해 전달력을 높였다. 연사가 청중의 박수를 원할 때는 메시지가 끝난 후 쉼을 했고 그렇지 않을 때는 쉼 없이 바로 다음 문장을 이어갔다. 연설을 잘하는 정치인들은 쉼을 더 적절히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처칠, 대처, 레이건, 클린턴, 블레어는 다섯 단어마다 쉼을 사용하며 연설했다고 한다(Atkinson, 2008).
아래는 2004년 오바마의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 연설 영상이다. 영상 아래에는 청중의 박수를 받은 메시지 한 부분을 발췌해서 수사법과 비언어 요소를 표시했다(영상 12.00부터 12.30까지). 청중의 박수를 받은 부분을 보면, 위의 5가지 요소를 사용하며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 연설은 오바마가 대선 후보가 되기 전에 한 연설로 이렇게 큰 무대에서 연설한 경험이 없던 시기에 한 것이다. 그럼에도 위의 5가지 요소를 적절하게 사용하며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을 볼 수 있다.
https://youtu.be/ueMNqdB1QIE?si=Zktjyxf9wNVcs7R_&t=719
음성 표시 참고
↑ 올리는 억양
↓ 내리는 억양
/ 쉼
> < 속도 빠르게
< > 속도 느리게
States(텍스트 굵게) 목소리 크게
전사 부분 12.00부터 12.30까지
Now even as we speak, there are those who are preparing to divide us, the spin masters, the negative ad peddlers who embrace the politics of 'anything goes.'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를 분열하려고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여론을 호도하는 사람들, 흑색선전하는 사람들, 무슨 짓이든 하는 사람들입니다.
헤드라인 ㅣ 오른손 검지 포인트
Well / I say to them tonight,
그 사람들에게 한마디 하겠습니다.
펀치라인 1, 대조 전반 ㅣ 왼손 오른손 슬라이스 제스처
>there is not a liberal America ↑ and a conservative America ↑<
진보의 미국과 보수의 미국이 있는 것이 아니라
펀치라인 1, 대조 후반 ㅣ 링 제스처
there is < the United States / of America↓ >
오직 미합중국이 있습니다.
XXXXXXXXXXXX 청중의 박수+환호 XXXXXXXXXXXXXX
펀치라인 2, 대조 전반 ㅣ왼손 검지 포인팅 제스처, 오른손 왼손 슬라이스 제스처
> There is not a Black America ↑ and a White America ↑ and Latino America ↑ and Asian America ↑ <
흑인의 미국과 백인의 미국과 라틴계의 미국과 동양계의 미국이 있는 것이 아니라
펀치라인 2, 대조 후반 ㅣ 양손 펼치기 제스처
there's <the United States / of America ↓ >
오직 미합중국이 있습니다.
XXXXXXXXXXXXX 청중의 박수+환호 XXXXXXXXXXXXXXXX
이상, 청중의 박수를 유발하는 연사의 비언어 요소를 알아보았다. 연사-청중 상호작용에서 비언어 요소의 기능이 기존의 연구에서 파악한 것보다 더욱 중요한 요소로 밝혀지고 있지만, 아쉽게도 언어 요소에 비해 비언어 요소와 청중 반응의 연관성을 분석한 연구는 많지 않다.
Atkinson, J. M. (1984). Our masters’ voices: The language and body language of politics. London: Routledge.
Atkinson, J.M. (2008). Speech-making and presentation made easy: Seven essential steps to success. London: Vermilion.
Bull, P., & Wells, P. (2002). By invitation only? An analysis of invited and uninvited applause. Journal of Language and Social Psychology, 21(3), 230–244.
Heritage, J., & Greatbatch, D. (1986). Generating Applause: A study of rhetoric and response at party political conferences. American Journal of Sociology, 92(1), 110-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