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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피치 큐레이터 Mar 22. 2024

코미디에서 웃음을 유발할 때도 레토릭을 쓴다

웃음을 유발하는 레토릭(rhetoric, 수사법)


지난 글에서 영국 미국 정치연설에서 청중의 박수를 유발할 때 자주 쓰는 7가지 레토릭을 알아보았다: 대조(contrast), 열거(list), 퍼즐-솔루션(puzzle-solution), 헤드라인-펀치라인(headline-punchline), 포지션 테이킹(position taking), 콤비네이션(combination), 추구(pursuit).


연구에 의하면 이 7가지 레토릭은 정치연설뿐만이 아니라 강연에서 청중의 웃음을 유발할 때도, 스탠드업 코미디에서도 관객의 웃음을 유발할 때도 쓴다 (Greatbatch & Clark, 2003; Wells & Bull, 2007). 데이비드 그레이트바치과 티모시 클락 교수는 매니지먼트계 구루(guru)들의 강연에서 청중의 웃음이 나온 메시지를 분석했다. 웃음을 유발하는 요소에는 언어적 요소와 비언어적 요소가 있었다. 언어적 요소에서는 정치 연설에서 자주 쓰는 이 7가지 레토릭이 웃음을 유발하는 요소였다. 영국 스탠드업 코미디에 레토릭과 청중의 웃음을 분석한 연구도 있다. 청중의 웃음을 유발한 메시지를 분석한 결과, 81%의 메시지에 이 7가지 레토릭이 쓰였다. 


이렇게 영어권 사회에서는 정치연설에서 청중의 박수를 끌어낼 때 쓰는 7가지 레토릭을 경영학 강연과 스탠드업 코미디에서 청중의 웃음을 유발할 때도 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문화에서는 어떨까? 청중의 웃음을 유발하는 데 수사법을 활용할까?


한국의 코미디에서 웃음을 유발하는 기제들을 연구한 논문을 검색해 봤다. 영국에서 실행한 연구처럼 레토릭에 초점을 맞춰 분석한 논문은 찾지 못했지만, 한국 코미디에도 레토릭을 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음은 논문에서 웃음 유발 기제를 요약한 것이다.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은 관객의 반응이 즉각적이므로 웃음을 창출해 내는 장치의 활용이 매우 중요. 개그콘서트를 포함한 코미디프로그램에서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웃음 유발 기제는 모방, 과장, 우매, 반전, 폭로. 수사법에 따라 나타난 언어유희에서는 반복, 은유, 과장, 문답 - 육영주(2003), 「언어유희에 관한 연구: 개그콘서트를 중심으로」

웃음을 창출해 내는 언어적인 기제는 반복, 모방(패러디), 과장, 우매, 기대, 역전(반전), 부조화, 불균형, 연쇄반응, 실수, 착오, 폭로, 부조리 등. - 김선관(2003), 「TV 코미디 프로그램의 '웃음' 생성에 관한 연구: KBS-2TV 개그콘서트 [봉숭아학당] 분석을 중심으로」

코미디의 웃음 유발 기제들은 반복, 모방, 고장, 우매, 기대, 역전, 부조화, 불균형, 연쇄반응, 실수, 착오, 폭로, 부조리 - 유수열(1985), 「텔레비전 코미디(희극)의 웃음에 관한 연구」

한국 만담 수사적 특징
강조법: 말하고자 하는 내용의 비중이나 강도를 점차 높이거나 넓혀, 그 뜻을 강조하는 표현기법으로 억양, 운율, 음의 고저와 장단. 
언어유희: 동음이의어, 동의어, 반복, 모방. 문답법, 의인화. - 유대용(2019), 「한국 만담 연구: 박춘재·신불출·장소팔의 발화와 수사적 특징을 중심으로」




저자:유병재, 출판: 비채

조금 더 알아보기 위해 코미디 책을 검색해 봤다. 

찾았다. 『유병재 농담집 블랙코미디』

여기서 조금 발췌해 레토릭을 분석해 보자. 




제1장 블랙코미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 

그러나 블랙코미디를 한마디로 정의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대조


“금기를 다루어야 한다” “풍자가 들어가야 한다” “우울해야 한다” 등.

그것은 다루는 소재에서 기인할 수도 있고, 풀어내는 방식에서 찾을 수도 있다. 

어차피 학술용어가 아닌 이상 해석은 각자의 의지에 맞게 가져가는 편이 맞을 것이다. 

3의 법칙, 반복, 대구


나의 해석은 이렇다. 

즐거움이라는 한 가지 감정에만 의존하지 않는 코미디.

코미디는 웃음을 향하고, 웃으면 즐겁기 마련이다. 

내가 생각하는 블랙코미디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화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에 빠지게 되는 코미디이다. 

요즘 말로 쉽게 바꾸면 '웃픈' 농담쯤 되려나.

헤드라인-펀치라인, 대구, 병렬, 대조, 반복


어린 시절 동네 할아버지께서 즐겨 하시던 농담 한마디로 더 이상의 지저분한 설명을 대신하겠다. 

“내가 구정에 죽어야 느이들이 제사 지내기 수월헐 텐디.”

헤드라인-펀치라인 



진퇴양난


마스크 벗고 미세먼지를 마실 것이냐.

마스크 쓰고 내 입냄새를 마실 것이냐. 

대조, 대구, 병렬, 반복, 운율(리듬)




이렇게 전체 메시지가 레토릭으로 구성되어 웃음 포인트를 거들어주고 있다. 


고등학교 국어 시간에, 선생님 말씀 "시인들이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 국어 교사래, 시를 시로 읽는 게 아니라 자꾸 수사법을 분석한다고."


유병재 님이 싫어할지도 모르겠다. 농담집을 농담으로 즐겨야지 이렇게 수사법을 분석한다고. 


그래도 이렇게 분석해 보니 머릿속에 느낌표 하나 그려지지 않은가. 그리고 또 배운다. 




Greatbatch, D., & Clark, T. (2003). Displaying group cohesiveness: Humour and laughter in the public lectures of management gurus. Human relations56(12), 1515-1544.


Wells, P., & Bull, P. (2007). From politics to comedy: A comparative analysis of affiliative audience responses. Journal of Language and Social Psychology26(4), 32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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