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희망♣

14화. 소풍

by m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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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아파트 나무 사이를 걸었다. 밤새 내린 비로 떨어진 낙엽들을 보며 아! 이렇게 가을은 가는구나. 싶다.


며칠 전 경북 어느 곳에서 중대장을 하고 있는 친구와 통화를 했다. 오십 대 중반의 나이에서 우리가 준비해야 할 건 노후준비이다.

그 고민 끝에 내가 하고 있는 재테크에 대해서 물어보고 공유하기 위해서 전화를 했다는 것이다. 결론은 친구에게 별로 도움이 되지 못했다.

젊은 시절부터 주식, 부동산 등 이런 것에 관심을 가지지도 않았고, 직장에서 일만 열심히 해서 따박따박 받는 월급으로 살면 된다는 이차원적인 생각을 지금껏 하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러니 친한 시골친구가 조언을 구해도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현재 내가 하고 있는 건 국민연금, 개인연금, 퇴직연금밖에 없다. 는 말로 용건을 마치고, 얘기 끝에 한번 보기로 했다.


친우와 만나는 건 바로 약속을 잡아야 하기 때문에, 창원에서 자영업을 하는 친구에게 바로 전화를 했다. 지태가 전화 와서 올해 가기 전 초등학교 동창모임을

하자고 한다. "네 생각은 어떻노? 네 가게에서 하자.! 네가 친구들 의향 물어보고 날짜를 잡자." "그래! 의견들 물어보고 천천히 잡을게!"라는 말로 통화를 끝냈다.

그리곤, 30분 뒤에 다시 전화가 왔다. "내가 친구들에게 전화 싹 다 돌렸다." "두 명 제외하고 다 된단다." " 날짜는 12월 13일 토요일이다."

" 그 날 보자! 무탈하게 살자!" 이렇게 말이다.


설렜다.

이렇게 친구들을 보는구나! 매번 어른들의 장례식장에서만 잠깐 보고, 다음 날 각자의 일로 술 한잔 기울이지 못하고 헤어지기 바빴는데 말이다.

사는 건 그리 거창한 게 아니다. 일상의 이런 작은 즐거움이 우리를 잘 살아진다 여긴다. 건강하자!는 다짐을 몇 번이고 했다.


어릴 때 집 문만 나서면 늘 보였던 친구가 떠올랐다. 오가며 집 밥도 많이 먹었었다.

멋지게 늙어 잘 살고 싶어 잠까지 줄이며, 열심히 살았는데 얻은 건 뇌졸증이라며 울먹이던 절친이... 그 친구는 누구보다 찬란히 빛나던 운동선수였다. 떠나고 나니 왜 자주 보지 못했을까? 후회가 된다.


사는 건 소풍이구나! 싶으니 천상병 시인의 '귀천'이 생각난다.

상상도 못 할 일을 겪고도 살아감의 가치에 대해 더 없는 고귀한 뜻을 가졌던, 천상병 시인님처럼

고운 마음으로 살고 싶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도 말하리라...


*귀천 歸天

넋이 하늘로 돌아간다는 뜻으로, 사람의 죽음을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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