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욱 (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생)
2025 APEC 정상회의가 픽(pick)한 도시! 경주 속 힐링코스
올해 10월 말에서 11월 초에 APEC(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 정상회의가 대한민국 대표 문화 도시 경주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APEC의 발자취를 거슬러 올라가면, 1989년 11월 호주 캔버라에서 한국, 미국, 일본 등 12개국 정상들이 모여 시작되었다. 현재 21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이 협력체는 매년 회원 각국을 돌며 지역의 경제협력 증대를 모색하고 있다. 어림 잡아 세계 인구의 40%, GDP의 52%, 교역량의 45%를 차지할 정도이니 세계에서 으뜸가는 지역협력체로 꼽힌다. 한국에서는 2005년 부산에서 주최한 이후 20년 만에 각국의 정상과 관료를 초대하는데, 항간의 주목을 사는 것은 단연 개최지이다. 개최지 선정의 치열한 경쟁 끝에 경주가 최종 선정되었으며 놀이공원, 워터파크, 엑스포 등 여가 활동을
총망라한 보문관광단지 내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를 위해 국토교통부와 경주시는 주요 회의장과 숙박시설을 연결하는 자율주행 셔틀을 운영하는 등 세계 주요국들을 대상으로 한국의 기술과 문화를 동시에 선보이고자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APEC 정상회의 개최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이때, 온라인상에 넘치는 흔한 코스가 아닌 경주 속 숨어 있는 힐링코스를 추천하고자 한다.
경북 경주시 황성동 982-1
경주는 불국사, 석굴암, 첨성대 뿐이라 생각했다면 눈이 휘둥그레 해질지도 모른다. 황성공원은 여느 도시에나 있는 울창한 숲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신라 때 화랑들의 훈련장으로 쓰였다는 사실을 알면 솔깃하게 들릴 것이다. 공원 내에는 김유신 장군 기마상, 박목월 시비 등 곳곳에 문화유산이 산재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뻔한 유적 답사에서 벗어나 호흡기와 발에 편안한 휴식을 제공하는 쉼터 역할을 해줄 것이다. 10월 초순에는 격년으로 신라문화제도 열리니 타이밍이 맞으면 발길을 이끌어보는 것도 좋다.
특히 이곳에서 추천하고 싶은 곳은 해가 진 후의 ‘빛누리 정원’이다. 아름다운 정원에 다채로운 색상의 조명이 더해져 분위기 있는 밤을 보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경주 MZ 세대의 SNS에는 이 곳이 빠질 수 없는 필수 포토 스팟이다. 감성이 몽글몽글 올라와 조금 더 걷고 싶다면 바로 옆에 형산강을 따라 산책로가 마련되어 있다. 산책로를 따라가다 보면 경주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금장대’에 오를 수 있는데, 이곳은 벚꽃 명소와 나룻배 포토존으로도 유명하다.
경북 경주시 석현로 123
2018년 10월 오픈한 화랑마을은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를 지나 조금 더 들어가면 마주할 수 있다. 이 곳은 화랑과 연관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힐링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화랑에 대한 궁금증을 속속들이 알려주는 전시관은 물론 연못과 폭포가 조화를 이룬 산책로를 따라 걷자면 신라시대 귀족이 된 듯한 느낌이 물씬 들 것이다.
특이한 점은 신라관과 육부촌이라는 숙박시설이 관광지 내에 위치한다는 것이다. 한옥 스테이는 황리단길 근처에만 있을 거라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옛 전통을 고스란히 살리면서도 현대적인 깔끔함과 감각이 더해진 화
랑마을에서 캠핑 못지 않은 자연 속 로망을 실현하길 원한다면 추천한다.
경북 경주시 충효2길 44-7
벚꽃 시즌에 특히 추천하고 싶은 장소는 ‘김유신 장군묘’ 이다. 김유신 장군묘는 통일신라 673년 문무왕 13년에 건립되었으며 사적 제21호로 소중한 우리나라 문화재이다. 신라의 가장 중요한 공신이었기에 왕릉 급으로 모셔져 있다. 끝없이 펼쳐진 벚꽃길 가운데 입구가 있어 벚꽃 내음과 따스한 햇살을 즐기다보면 어느덧 도착해 있을 것이다. 황리단길과도 멀지 않아 택시보다는 자전거를 추천한다. 서울에 ‘따릉이’가 있다면 경주에는 ‘타실라’라는 공공자전거가 마련되어 있다.
경북 경주시 통일로 366-4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된 경주 남산의 기슭에 위치한 경북천년숲정원은 본래 산림환경연구원으로 산림보호를 위한 연구 기관이었으나, 2023년부터 시민들에게 개방되었다. 메타세쿼이아 숲길로 시작하는 이 곳에서는 폭포와 분수 뿐만 아니라 구역 별로 형형색색의 꽃과 피톤치드를 내뿜는 나무를 만날 수 있다. 하절기에는 17시, 동절기에는 16시에 마감하므로 야경을 위한 코스와 시간을 배분하기에 적합하다. 게다가 통일전, 선덕여왕릉 등 큼지막한 유적지가 근처에 자리하고 있어 일거양득의 코스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