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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유 Apr 18. 2024

바다 - 애증(愛憎)을 그리다

파란 하늘과 맞닿은 바다

그 바다에서 무슨 보람이라도 찾겠다고

온종일 헤매다 온 날엔 유난스레 몸이 말을 안들었다


벌써 몇 해가 지나고 또 몇 해가 될런

이따금씩 찾아오는 너만이 아니었다면

난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겠다


그것은 나의 미련이고, 후회


하얗게 꿈틀거리며

이유를 알 수 없는 파도가 일어난다

파도는 조각처럼 밀려들어

또다시 하얗게 부서지는 뱃전에 섰다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한 발자국 내딛는 것도 새삼스럽다


독백처럼 알 수 없는 말을 되뇌며

실타래처럼 뒤엉켜 바람이 먼저 앞서간다

저마다의 손엔 부적 같은 희망을 움켜쥐고


너는 어디에도 없다


너무 일찍 바다를 떠난 사람들의 손짓

누군가를 애타게 불러봤던 사람들은 안다

그것만큼 애간장을 끊어내는 부질없음을


모두 떠나야 한다는 것을

바람 속으로 길을 잡아야 한다는 것을


파란 하늘과 맞닿은 바다

그 바다에 무슨 보람이라도 있는 양

온종일 헤매다 온 날엔

머릿속이 하얗게 질려 있었던 나는 없었다


나의 갱년기는 그날의 기억들로부터 시작했다

주체할 수 없는 멍한 슬픔이 아직도 생생한 그 날

결국 잊을 수 없는 단면으로 각인된 그 날


차디찬 바다속에서

서서히 쓰러져 갔을 불꽃

그 맑은 눈망울들


아마도 그날에 다시 시작되었나 보다

그래서 나의 갱년기는 아이들 생각에

 못 이루는 날들로 조각조각 흩어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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