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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무 속에서

by 몽유

잿빛 안개가 축축하게 젖어들어

뻔히 뜬 생눈을 가리기라도 하는 날이면

나는 여전히 우리가 함께 한 그 바다에서

너를 쓰다가 지우기를 반복하고 있다

그것이 너를 향한 나에게

남아 있는 유일한 구도(求道) 임을 안다

그동안에 안개는 못다 한 말을 삼키고

바다는 얼굴을 잃은 시간을 품는다

안개는 새처럼 바다 위를 유영하더니

바다 위에 지친 어깨를 풀어헤친다

낮게 내려앉은 안개 때문에

틈은 점점 더 커진 흔적을 지운다


모든 기억들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어

모든 것은 한 번에 무참히 끊어진다

사랑은 불완전한 빛이고

기억은 슬픔을 울리는 고요함이다

슬픔으로 가득 찬 바다에서 군데군데

안개가 내어주는 틈을 찾아야 한다


너를 향해 가는 길은

안갯속에 감춰진 보이지 않는 섬이다

너는 언제나 그 자리에 서 있으나

나는 언제나처럼 너를 썼다가 지우고 있다

그것이 너를 향한

나의 유일한 구도(求道) 임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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