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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지는 날에는

by 몽유

짧은 눈맞춤이라도 다시 한번

그것이 무엇이나 되는 양 히죽이

차가운 바람 속에 굳게 다문 입을 열고

새하얀 치아를 살짝 드러내던 너는

그 마저 수줍었던가, 어느새 흘러 날려

애써 남긴 흔적까지도 지우는구나


가만히 둬도 지워질 너의 체취인 것을

창밖으로 내리는 비는 쉼 없이 여전한데

그 무슨 서글픈 연유가 있다는 것인지

바람결에 실린 듯 너의 까닭을 찾아

퀭한 눈으로 어지러이 헤매다 지치는

이 부질없는 그리움이라니


무심하구나 너란

미처 다하지 못한 내 사랑은 이토록인데

못 미더운 척 바람결에 실려라도 것이지

사랑을 채 알지도 못하고

서둘러 이별부터 먼저 해야 한다는 것은

기억하지 못할 지독한 고통만 남기고 마는 것을


시간이란 흐르고 또 흘러가버려

또다시 연분홍 꽃비 분분하게 날리는 봄날에

나는 시간을 멈춰 세워둔 듯한 그 얼굴로

꼭 한번 다시 너와 눈맞춤 할 수 있기를

이토록 눈을 적시는 벚꽃이 지는 날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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