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하늘에서 번쩍거리는 번개와 가슴을 요동쳤던 천둥소리. 뒤이어서 퍼붓듯 쏟아졌던 소나기가 두 차례나 있더군요. 그리곤, 또 금방 해가 나오며 푹푹 찌는 듯했던 무더위. 지난 며칠은 계속 이런 날씨였는데, 알게 모르게 큰 죄를 지은 듯한 생각이 드는 분들은 조심해야 하겠어요.
여름밤의 납량시리즈 '추억 속 괴담을 들려 드립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중3 때 초봄 학기가시작되던 시기에 있었던 일입니다.
중고등 학창 시절에 교실 환경미화 경연대회 다들 해보셨죠?
어느 학급이 깔끔한 학습분위기로 교실을 잘 꾸몄는지 심사해서 상을 주는 교실 환경미화 경연대회 그거 말입니다.
저도 며칠 동안 반장과 부반장을 비롯해서 학생회 임원이었던 친구 몇 명과 수업이 끝난 교실에 남아서 교실 벽면에 페인트도 새로 칠하고, 각종 게시판과 그림ㆍ글짓기 전시품들도 새로 예쁘게 꾸미고 또 정리하고 했었죠.
학급 친구들과 여럿이서 늦게까지 남아서 교실을 꾸미는 일은 성가시기보다는 제법 재미난 일이었으니 친구들과 함께 했기 때문이겠죠.
아마 이틀째 환경미화 경연대회 준비를 하며 교실 꾸미기를 마무리하는 날이었을 겁니다. 그날도 친구들과 함께 학교 매점에서 간단히 저녁을 먹고와서 친구들과 떠들면서 한참 페인트 칠을 하고 있었어요. 갑자기 아무런 낌새가 없었던 한 친구가 배가 아프다고 하기 전까지는요.
당황스럽기도 하고, 걱정스럽기도 했지만, 뭘 잘못 먹었으면 혼자 아프진 않을 텐데, 유독 그 친구만 아프다고 하니 조금 쉬면 괜찮아지겠지 하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죠. 하지만, 우리 교실은 엉망이라 딱히 누워서 쉴만한 공간이 없어서 아무도 없는 옆반에서 좀 쉬라고 하고 우린 계속 작업에 열중했었답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한참 작업을 하고 있으니 이 친구가 좀 나아졌다며 왔더라고요. 그래서 저와 다른 친구 한 명이 하고 있던 교실 뒤편 게시판 정리를 도우라고 했죠.
그런데, 이 친구가 함께 해왔던 일인데도 불구하고, 계속 엉뚱하게 하는 거 있죠. 예를 들면 그림은 그림대로 모아서 전시하고, 글짓기는 글짓기대로 함께인데, 이걸 막 섞어서 한다든가 말이죠.
심지어는 잘 정리되어 있는 것들까지 떼어내고 다시 엉망으로 붙이기도 하고. 그래서, 교실 전면에 마무리하고 있던 페인트칠을 도우라고 보냈더랬죠. 그랬더니 거기서도 한 번도 페인트칠을 해보지 않은 아이처럼 굴더라고요.
그렇게 어이없어하며 일을 하고 있는데...
늦은 시간에 수고한다며 담임선생님께서 간식거리를 싸 오셨더라고요. 그래서 교실 뒤쪽에 서서 간식을 먹는데, 조금 전에 그 친구가 화장실에라도 갔는지 안보이더라고요. 간식을 먹으면서 마무리는 어떻게 하자하며 친구들과 선생님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도 올 생각을 하지 않으니, 걱정이 되었던 반장이 찾아보겠다며 일어섰고, 선생님께서는 누구를 찾는 거냐고 묻더라고요.
그래서 자초지종을 말씀드렸죠.
그랬더니 선생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두 시간 전쯤에 우리가 잘하고 있는지 둘러보러 올라왔는데, 아무도 없어야 할 옆교실에 불이 켜져 있어서 들어갔더니, 그 친구가 배가 아프다며 엎드려 있길래 집에 데려다주고 왔다는 거 있죠.
아닌데, 선생님께서 간식을 갖고 오시기 직전까지 함께 작업을 했었는데 말이죠. 그럼 조금 전까지 함께 작업을 했던 그 친구는 누구란 말인 것인지?
다음날 교실에서 이 친구를 보자마자 확인을 했더니 선생님이 우리에게 했던 이야기 그대로 들려주더라고요. 그리고, 집에서 잤다고 하니 대략 한 시간 넘게 우리를 도왔던 이는 누구였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