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비옷의 소년

by 몽유

91년도인지, 92년도인지 군 제대 후 대학 복학 전에 경남 함양에서 택시 아르바이트를 했던 고등학교 선배로부터 전해 들은 이야기입니다.

그 선배로부터 이 이야기를 전해 듣고서 스토리라인을 정리해서 tv에 보냈더니 채택되어 짤막한 단막극으로도 제작되었던가 그랬는데, 시청하신 분들도, 들어보신 분들도 계실 듯한 그런 이야기입니다.



해거름 녘이었습니다.

많지도 적지도 않은 비가 추적거리면서 내렸습니다. 함양에서 장거리 손님을 태우고 1시간 남짓 운전해서 진주 문화방송국 근처에 하차시켜 드렸었죠. 그리고, 막 다시 함양으로 출발하려는데, 저만치 앞에서 노란 비옷을 입은 초등학교 5-6학년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손을 흔들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다가가 태웠더니 가까운 약국에 가자고 하더군요. 시내 쪽으로 조금 내려가면 약국이고, 눈에 보이는 첫 번째 약국 앞에 차를 세웠는데, 아이가 내리지 않고 머뭇거리더군요. 왜 그러냐 했더니 엄마가 많이 아프신데, 돈을 안 갖고 나왔다고 하며 집에 가서 드릴 테니 약값을 빌려달라고 하더군요.

장거리 손님도 태우고 왔겠다 아이가 귀여워 보여서 약값을 손에 쥐어주고 다녀오라고 했죠.


얼마 후 아이는 약봉지를 들고 택시에 탔고, 그렇게 아이를 태우고 아이의 집이 있는 진주고등학교 뒤편의 옥봉동 한 골목길 앞에서 정차를 하고 내렸죠. 아이가 골목길 안쪽 파란 대문집이 자기 집이니 들어가서 약값과 택시비를 받아서 나오겠다며 뛰어들어갔고, 아이를 기다렸죠.

한참 동안이나 아이를 기다렸는데, 벌써 나왔어야 할 시간이 지났는데도 아이가 나오지 않길래 혹시나 하며 우산을 쓰고 골목길을 따라 쭈욱 들어갔죠. 그리고, 아이의 말대로 골목길 안쪽 파란 대문집 앞에서 아이를 불렀는데, 아무런 답이 없더군요. 걱정스러운 마음에 대문을 밀고 들어갔더니 안방이 연결된 작은 마루에 아주머니 한 분이 쓰러져 계시고, 그 옆에 방금 아이가 갖고 들어온 약봉지가 있더라고요. 옆에는 보릿차를 끓인 주전자와 컵이 쟁반에 놓여있고. 그래서 또 아이를 불렀죠.


여전히 답이 없는 아이. 안 되겠다 싶어서 아주머니를 부축하고 약을 드시게 도와드렸더니, 고맙다고 하며 어떻게 오셨냐고 물어보더라고요.

그래서 아이 이야기를 했더니 아주머니께서는 장난치지 마라며 역정을 내시는데, 아이는 얼마 전에 교통사고로 하늘나라로 갔으니, 그런 말하면 안 되는 거 아니냐 그러더라고요.

그제야 둘러보니 방 한쪽에 증명사진을 확대한 듯한 영정사진처럼 보이는 아이의 커다란 얼굴사진이 하나 보였고, 그 바깥쪽 벽에 조금 전에 아이가 입었던 듯한 노란 비옷이 걸려 있었는데, 비옷 아래로 빗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더라니까요,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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