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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해와의 숨바꼭질

by 이어진 Mar 16.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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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한 강박을 가지고 있다는 어느 유튜버의 얘기를 들었어요. 문을 닫을 때, 자기 마음에 들지 않게 닫히면(?) 10번이고 20번이고 다시 문을 닫는다고 해요. 마음에 들 때까지요. 때문에 체력과 시간을 많이 낭비해서 괴롭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강박 때문에 체력낭비가 심한데요, 제가 가지고 있는 강박은 햇빛 강박입니다. 햇빛이 느껴지면 마음이 불편해져요. 빨리 뭐로든 이걸 막아야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합니다. 여름에도 긴 팔, 긴 바지를 선호하고요, 방에는 암막 커튼이 365일 쳐져있습니다. 선크림은 가방에 늘 구비되어 있는 필수템이에요.


지치고, 피곤한 인생입니다. 스스로 만든 감옥에 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왜 이런 강박이 생겼지 돌이켜 이유를 찾아보면 초등학생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야만 합니다. 밖에서 온갖 흙장난, 탈출, 얼음땡 등등을 즐겨했던 초등학생 어진이의 얼굴은 대개 붉어져 있었어요. 특히 코는 루돌프의 것과도 비슷한 색깔이었습니다. 엄마가 햇빛 알러지래요. 햇빛을 많이 보면 얼굴이 가려워지고, 가려워서 긁으면 더 빨개지는… 멋쟁이 토마토.. 예 그게 저였습니다.


단순히 빨개지고, 가려워지는 것이 문제라면 참을 수 있을 텐데요. 모기에 물려도 박박 긁지 않을 수 있는 초능력을 지닌 저에게 그깟 가려움은 문제가 아니니까요. 문제는 두통이에요. 나이가 들어서 그런 건지, 강박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어쨌든 이제 머리까지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햇빛을 받으면 멀미하듯 어질어질, 울렁울렁해요. 다시 보니 멋쟁이 토마토가 아니라 개복치 토마토네요.


올해는 특히 여름이 빨리 찾아온다고 합니다. 4월부터 여름해와 숨바꼭질을 해야 한다니. 벌써부터 걱정이 앞서네요. 흙장난, 탈출, 얼음땡은 잘했지만 숨바꼭질에는 영 소질이 없어서요. 강박은 어쩌면 ‘강‘하게 ‘박‘구고 싶은 습관의 줄임말이 아닐까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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