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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아 노피곰 도다샤

붙잡지 못하고 흩어지는 밤

by 고요

어느 날 답답한 마음에 문득 올려다본 밤하늘에 달이 참 높이도 떠있다. 손가락을 접어 팥알만 한 달을 잡아보려 손짓해 본다. 그러나 금방이라도 잡힐 것 같이 보이던 달은 잡히지 않는다. 허공을 가로지르는 손길은 허무하게 흩어지고, 손가락 사이로 스치는 밤공기가 자물쇠 잃은 열쇠처럼 시리다. 내 의미 없을 몸짓을 아는지 모르는지 달은 아득하게 떠있으며 나를 묵묵하고 밝게 비추고만 있을 뿐이다.


달빛으로 기울어진 내 그림자를 따라 걸어본다. 달이 알려주는 방향을 따라 정처 없이 가다 보면 달에게 다다를 수 있을까? 계속해서 물음을 던져보지만 아무도 나에게 알려주지 않는다. 이 물음의 답을 달은 알고 있을까? 달은 대답 없이 여전히 내 발길만 비추고 있을 뿐이다. 그렇지만 내가 걸어가는 길에 혹여나 내가 진 곳에 발을 들여 빠지진 않을까 걱정하며 빛을 비춘다. 나를 비춰주는 달빛에 온도를 느껴본 적은 없지만 그 사려 깊은 마음은 아마 햇살만큼이나 따듯하겠지.


시간도 장소도 모르게 얼마나 걸었을까. 달도 이제 많이 기울었고 곧 날이 밝아 올 것 같다. 문득 달이 저무는 게 두렵다. 이미 희미하게 흩어진 달빛은 더 이상 나에게 방향을 알려주지 않는다. 내가 가는 길도 달과 함께 저물어간다. 결국 갈 곳 잃은 발걸음은 발뒤꿈치부터 무거워진다. 발가락을 꼼지락 거려 보지만 무겁게 굳어진 발뒤꿈치는 꼼짝하지 않는다. 딱딱하게 굳어버린 발끝이 심장까지 타고 올라온다. 막연하다. 돌처럼 굳어진 걸음, 마음 따위를 붙잡아 서서 달을 잃어버린 이곳에서 기다린다. 하염없이. 다시 찾아올 밤과 은은하게 비추던 따스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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