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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이야기를 마칩니다.

by 마잇 윤쌤

누군가 젊은 나이에 승진도 하고 잘 다니던 직장을 왜 그만두었냐 물으면,

"살고 싶어서 퇴사했어요"라고 대답했어요.


뭘 또 그렇게까지?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죠.


그 뒤로 저는 살고 싶어서 퇴사했다는 이야기를 언젠가 글로 남겨두고 싶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했었습니다.


퇴사하고 만 5년이 되어가던 작년 가을,

흙탕물처럼 섞여서 머릿속에 떠돌던 이야기들과 감정들을 이제 차근히 정리해야겠다는 결심이 섰어요.


힘든 시간을 마주하고 떠나보낼 용기가 생겼던 모양입니다.


그렇게 2024년 12월 2일부터 <살고 싶어서 퇴사했습니다>를 연재하게 되었습니다.


2012년 9월 회사와의 첫 대면이었던 면접을 망쳤던 이야기부터 열정 넘치던 신입사원 시절을 지나 결혼을 하고,


임신과 출산, 육아와 일을 병행하며 승진을 하고 퇴사를 하는 순간까지...


8년여의 시간들을 한 편 한 편 정리하고 올릴 때마다 제 마음 깊숙이 가라앉아있던 묵은 감정과 기억들이 해소되는 기분을 느꼈어요.


미리 쓰려고 정리해 두었던 에피소드 들 중에서는 개인정보와 명예훼손이 염려되어 삭제한 이야기들도 많았답니다.


그런 이야기들이 훨씬 재미도 있고 조회수가 높았을 수는 있었겠지만, 과감하게 포기했어요.


그러다 보니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보다는 더 저의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게 된 장점을 얻었네요.


제 인생에 있어 많은 중요한 부분들을 회사에서의 시간들이 차지하고 있다는 것도 글을 쓰며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되었답니다.


<상담사도 피할 수 없었던 산후우울증>,

<포기할 수 없었던 그날>,

<엄마라는 삶의 책임감>,

<그럼에도 퇴사할 수 없었던 이유>,

<너무 열심히 살면 안 되겠다>,

<번아웃, 모든 것이 불태워졌으면> 등등...


한 편 한 편의 글들은 지난날 열심히 살아온 나에게 보내는 긍정의 편지이기도 했습니다.


매일매일 출근해야 하는 풀타임 워킹맘의 삶의 레이스에서 벗어나 조금은 자유로운 프리랜서 워킹맘의 삶을 살고 있는 지금,


매일매일 전쟁 같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 풀타임 워킹맘들을 향한 존경과 응원의 마음을 제 글에 가득 눌러 담고 싶었습니다. 그 마음이 부디 잘 전달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언젠가 딸아이가 어른이 되어 이 글을 보았을 때, "엄마 참 수고했구나" 생각할 수 있으면 더 바랄 게 없겠어요.


아주 오랜 뒤에 딸아이가 어른이 되어 일을 하고 엄마가 될 그때에는 이런 모든 과정들이 한결 더 수월해지기를 바랍니다.


만약 그때도 수월하지 않다면, 엄마인 제가 건강하게 버티며 도와주어야겠다 마음먹고 있습니다.


이렇게 저의 인생의 중요한 한 챕터를 글로 정리할 수 있어서 참 행복했습니다.


비슷한 경험을 했던 많은 분들의 응원과 공감을 받으며 이 시리즈를 연재하는 동안 제 스스로 많이 성장할 수 있었어요.


글을 쓴다는 것은 누구보다 자신에게 가장 의미 있는 일 같아요.


못다 한 이야기들은 언젠가 다른 시리즈로 선보일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많은 의미를 가진 퇴사 이야기를 이렇게 마칩니다.


그동안 <살고 싶어서 퇴사했습니다>를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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