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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02 알 수 없는 인생

by 마잇 윤쌤

<살고 싶어서 퇴사했습니다> 시리즈를 연재하며 목차 흐름상 제외했던 글 4편을 에필로그로 올립니다.


며칠 전, 예전 회사 상사분을 만났어요.


우연한 기회로 학교에 함께 강의를 가게 되었거든요.


그 상사분과는 퇴사하기 전 마지막 2년 반을 함께 일했고, 관리자로 승진을 하며 가장 바쁜 시간을 보낸 분이기도 했어요.


제가 관리자로 일하며 상사분에게 많은 배려를 받기도 했고요.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도 한걸음에 달려와주신 고마운 분이죠.


학교 강의가 끝나고, 식사를 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돌아보니 그때 상사분과 저는 참 젊은 나이였더라고요. 30대 중반의 나이로 지금보다 한참 더 어렸을 아이를 케어하며 일하느라 참 힘들고 바빴다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신기했던 것은 분명 힘들었던 기억도 많았는데...


다시 만나서 이야기하니 다 추억이 된 것처럼 몽글몽글해지고 웃음이 나더군요. 그럴 때도 있었지 하면서요.


상사분도 저도 지금은 그때와는 정말 다른 삶을 살고 있었어요. 좀 더 가정과 건강, 아이들을 케어하는 데에 더 초점을 두는 삶을 살고 있었죠.


함께 한 2년 반의 시간 동안

정말 바빴고,


버거울 만큼 많은 일들을 하면서,

무엇이 제일 중요한 지에 대해 더 깊이 깨닫게 되었던 것 같아요.


상사분은 지금도 여기저기서 같이 일하자는 제안을 받으시지만, 정중히 거절하고 있다고도 했어요.


건강하게 아이와 시간을 많이 보내며, 여유 있게 살고 싶으시다면서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마음 깊이 공감이 되었어요.


예전에 아웅다웅거리며 일할 때는 몰랐는데

이제 이만큼 시간이 지나고 나니

뭘 그렇게 힘들게 일했나 싶고,

같이 일했던 사람들을 만나면 그저 반갑다는 얘기에도

고개가 끄덕여졌어요.


힘든 시간을 함께 한 만큼 전우애 같은 마음이 들어서일까요. 오랜만이었음에도 며칠 전에 만난 것처럼 친근하고 편안했어요.


학교에 함께 강의를 나가게 된 것도 신기했고요. 인생은 참 알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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