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의 겨울방학이 따뜻했던 이유

by 마잇 윤쌤

딸아이는 친정엄마의 보살핌 속에서 무럭무럭 자랐어요. 저는 그 사이, 복직해 일을 계속하며 틈틈이 자격증도 따고 연수도 다녔고요.


지금 돌아보면, 그 시절 딸아이에게는 친정엄마와 제가 반반씩, 엄마의 역할을 절반씩 했던 것 같아요.


함께 친정에 갔을 때면,

딸아이는 베개를 들고 할머니와 자겠다고 했으니까요.


그렇게 일곱 살이 된 딸아이가 유치원에서 마지막 겨울방학을 맞았을 무렵이었어요. 어느 날, 엄마가 조심스레 말했어요.



"이제 학교 가면 며칠씩 할머니 집에 오기 어려울 테니, 겨울방학 동안 며칠 다녀가게 해 줘."



딸아이도 저도 흔쾌히 좋다고 했지요.


짐을 챙겨 몹시도 신이 난 딸아이를 데려다주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돌아오는 길, 차 안도 부쩍 조용하게 느껴졌고, 집에 도착하니 딸아이의 장난감과 책이 널브러진 거실이 그렇게 쓸쓸할 수가 없었어요.


코로나19로 인해 집에서 함께 지내던 시간이 많았던 터라, 딸아이의 빈자리가 유독 고요하고 허전하게 느껴졌지요.


반면, 딸아이는 엄마가 해주는 맛있는 음식도 많이 먹고,

아침저녁으로 엄마 아빠를 따라 산책도 다니고,

동네 카페에 가서 팥빙수도 먹고,

슈퍼에서 제가 안 사주던 과자도 잔뜩 사며

아주 바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답니다.


며칠 뒤, 딸아이가 돌아오기로 한 날 아침,

엄마에게 전화가 왔어요.



"우리 내일 가면 안 되니?"



갑자기 무슨 일인가 싶어 물었더니,

딸아이는 너무 잘 지내고 있고,

엄마도 딸아이도 이대로 돌아가기 아쉽다며, 친정에서 하루 더 자고 오고 싶다는 거였어요.


그런데 그날은 딸아이와 제가 함께 초등학교 예비소집일에 가기로 한 날이었답니다.


바로 학교에 문의해 보니 예비소집일은 다음 날까지 진행된다고 했지만, 저는 출근해야 하는 날이라 망설여졌어요. 딸아이의 첫 학교 가는 날이라 함께하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엄마와 딸아이는 둘이서 함께 예비소집일까지 다녀오겠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지요.


그렇게 딸아이는 유치원 마지막 겨울방학의 일주일 가까이를 친정에서 보냈어요.


돌아오기 전날, 딸아이는 할머니 품에서 잠들며 손가락을 꼭 걸고 약속했대요.



"다음 방학에도 꼭 올게!"



다음날 오후, 딸아이와 초등학교 예비소집일에 다녀온 친정엄마는 한껏 신이 난 목소리로 열 번쯤은 말씀하셨던 것 같아요.



"이제 같이 지내는 게 하나도 안 힘들더라.

정말 많이 컸어!"



엄마의 사랑으로 딸아이도,

저도 함께 자라고 있었어요.


그 겨울, 아이의 일곱 살 겨울방학은 그렇게 따뜻한 기억으로 남았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 겨울, 딸아이를 친정에 보내기로 했던 것도,

하루 더 있다 오라고 했던 결정도,

참 잘한 일이었어요.


엄마와 딸아이, 저에게 오래도록 따뜻한 기억으로 남았을 테니까요.








부모도 처음이라 서툴지만,

우리 충분히 잘하고 있어요.


마음을 잇다 : 마잇 윤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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