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놀이치료사 윤쌤 Sep 13. 2024

하루만큼 크는 딸 : 기특한데 허전한 엄마 마음

   놀이치료사 윤쌤은 초등 3학년 딸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입니다. 딸아이는 어릴 때부터 엄마 손을 많이 찾았어요. 제가 15개월 휴직을 마치고 복직을 해서도 있었지만, 물 주는 사람도 안아주는 사람도 자기가 정해주는 까다로운 아기였죠. 


   유달리 겁도 많고 낯선 환경을 무서워해서 새로운 곳에 가거나 도전을 할 때면 미리미리 연습을 하기도 했습니다. 학교에 입학하게 되었을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혼자서 화장실을 다녀오는 연습을 단계적으로 1년 가까이 했고, 1교시 (40분)을 앉아서 집중하는 연습을 해주려고 학습지도 단계적으로 시간을 늘렸어요. 


   입학기 다가오고, 집에서 학교로 가는 다양한 길을 일주일에 걸쳐 아이와 산책을 했고,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도 다양하다는 것을 알려주었어요. 교문 앞까지 갔던 날 마침 나와계시던 교장 선생님과 보안관 선생님과도 인사했고, 엄마가 없으면 교문 밖으로 나오지 말고, 보안관 선생님 옆에 있으라고도 얘기했어요. 엄마가 어디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만나자는 약속도 함께요. 돌아보면 휴대폰도 없이 학교를 다녔던 딸아이가 많이 긴장하고 무서웠을 것 같기도 해요. 다행히 딸아이는 학교에 잘 적응했고, 즐거운 학교생활을 이어가고 있어요. 


   어느새 3학년이 되고 딸아이에게는 휴대폰이 생겼어요. 아직 카카오톡이나 다양한 앱을 깔지 않아 정말 전화와 문자만 되는 휴대폰이지만 딸아이는 언제든 엄마 아빠와 연락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큰 안정감을 느끼는 듯했어요. 


   휴대폰이 있어도 중간 지점에서 만나던 3학년 1학기를 지나, 이제는 학교에서 학원까지, 학원에서 집까지 정도는 통화하며 씩씩하게 혼자 다니기도 하고요. 가끔은 옆에 친구가 있다며 간단하게 통화하고 끊겠다고 하기도 해요. 


   엄마가 화장실 갈 때도 따라오겠다고 엉엉 울던 아기 시절이 있었는데, 친구랑 얘기하며 오겠다고 전화를 끊는 초등 3학년 딸아이를 보니, 이것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렇게 하나씩 자기가 해나가며 조금씩 독립해가는 걸 잘 지켜봐 줘야 하는 게 부모의 역할인 거겠죠. 



   근데 조금은... 서운하기도 허전하기도 하네요. 저를 키우는 부모님도 한편 그랬을까요. 하루만큼 자라나는 딸아이가 기특하고 신통하면서도 어린 시절 나의 모습과 부모님의 모습이 겹쳐져서 마음이 뜨거워지네요. 



이전 07화 갑자기 비가 내리는 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