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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놀이치료사 윤쌤 Sep 06. 2024

갑자기 비가 내리는 날

   갑자기 비가 내리는 오후, 아이들의 하굣길, 드라마에 정말 자주 등장하는 장면이죠. 엄마나 할머니, 저마다 갑자기 내린 비에 우산을 들고 아이들을 데리고 오고, 부모님이 바쁘거나 오지 못하는 아이들이 학교 입구에 서성이는 모습이요.

   아침에 딸아이를 데려다줄 때 날씨 앱으로 확인했을 때는 12~1시 사이에 잠시 비가 내리고 그칠 거라고 했는데요. 오후 2시가 넘어서도 비가 그칠 줄은 모르더군요. 딸아이가 하교하는 2시 30분이 가까워지자 빗줄기가 더욱 굵어졌어요.

   오늘은 마침 수업과 상담이 오후 늦게부터 시작하는 날이라, 제가 딸아이 학교 앞으로 데리러 갔어요. 딸아이는 우산이 있었던 친한 친구와 함께 학교 정문까지 나왔더라고요.

   학교 앞에 우산을 들고 데리러 갔다만 왔는데 오늘 할 일 다 한 기분이 드네요. 물어보니 딸아이는 엄마가 안 왔으면 친한 친구와 집 거의 근처까지 같이 왔을 거라 하더라고요. 엄마 없어도 우리 딸은 다 계획이 있구나 싶어서 기특했어요.

   사실 놀이치료사 윤쌤은 어릴 때 엄마가 우산을 들고 학교 앞에 데리러 왔던 적이 있었나 생각해 봐도 잘 기억이 안 나요. 제가 기억을 못 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엄마는 미리미리 우산을 잘 챙겨주셨고, 세 살 터울의 남동생이 있어 엄마가 돌보느라 바쁘셨어요.

   육아를 하며, 인생을 다시 살 수 있다는 말을 오늘 다시 한번 체감했어요. 우산을 두 개 챙겨 학교 앞으로 딸아이를 만나러 가는데 많은 장면이 머릿속을 스쳐갔어요.

   그 시절 친한 친구와 우산을 쓰고 집으로 온 저의 모습과 지금 제 나이보다 어렸을, 하루 종일 남동생과 지낸 엄마의 모습과 엄마가 데리러 와서 한껏 신난 딸아이의 모습까지요.

   그래도 엄마가 한 번쯤 우산을 들고 와주면 안 되나 하는 서운한 마음과 엄마가 이렇게 힘든데 큰딸인 너는 스스로 알아서 해줄 수 있지 하는 마음이 함께 느껴지더군요.

   신난 딸아이를 보니 그 시절 엄마가 남동생만 안고 있어 속상했던 저의 마음속 어린아이도 행복해지는 것 같았어요.

   딸아이와 만나 집까지 걸어오며, "갑자기 비가 와서 정말 좋다" 생각했어요. 비가 와서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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