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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놀이치료사 윤쌤 Sep 20. 2024

공부는 아이가 했는데, 왜 엄마가 더 힘들까요?

   놀이치료사 윤쌤에게는 초등 3학년 딸아이가 있어요. 집에서 매일 공부를 함께 하고 있는데요. 하루하루 정해진 양을 미리 체크하고 딸아이가 풀어두면 저와 남편이 채점을 해주고 잘 모르는 것은 같이 풀어가고, 어려워하는 것들은 동영상 강의를 보며 도움을 받기도 합니다. 


   매일매일 정해진 학습량을 해내는 것도 잘하고 있는 거라고 말해주는 남편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그렇지 맞아 딸아이 많이 칭찬해 줘야지라고 마음먹었다가도, 

   사소한 실수로 문제를 틀릴 때면 저도 모르게 아이에게 잔소리를 하고 있더라고요. 


   그렇게 정해진 과제를 마치고 나면, 딸아이보다 제가 더 피곤한 날들이 있어요. 


   참 이상하죠? 공부는 아이가 했는데, 제가 더 피곤하다는 게요. 


   어제는 딸아이가 과제 하는 모습을 보며, 그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어요. 딸아이가 과제를 하고 있는데 저의 어린 시절이 겹쳐지더라고요. 


   놀고 싶은데 엄마가 무서워서 억지로 공부하고 있던 저의 모습이요. 사소한 실수를 했을 때 화를 내며 나무라던 엄마의 모습도 보이더라고요. 


   마음속으로는 내 딸에게 그렇게 하지 말아야지 하면서 무의식적으로 엄마와 닮은 모습을 딸에게 보이고 있다는 것이 깨달아지면서 정말 복잡한 감정이 밀려왔어요. 


   누구보다도 내 상처를 딸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은데 나도 모르게 그러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마음이 들어서, 밤에 딸아이가 자는 얼굴을 한참이나 들여다봤던 것 같아요. 


   놀이치료사 윤쌤도 엄마는 처음이라, 실전에서는 서툰 것들이 많네요. 이제 본격적인 학습이 시작된다고 보는 초등 중학년을 엄마가 되어 함께 겪어나가는 중인가 봅니다. 딸아이에게도 저에게도 조금 더 여유 있게 너른 마음을 가지고 하루하루 차곡차곡 쌓아가기를 다시 다짐하기로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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