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아침, 출근길 버스 정류장에서 정말 우연히 전 회사에서 같이 일하던 동료분을 만났어요. 제가 그 회사를 퇴사한 시점은 2019년 12월 말이었는데요. 딸아이를 낳고 복직한 이후 4~5년의 시간 동안 함께 일했던 분이라 반가운 마음으로 인사를 드렸어요.
언젠가 더 이야기를 하게 되겠지만, 놀이치료사 윤쌤의 1년 육아휴직 이후 복직한 저의 회사 생활은 정말 매일매일이 전쟁이었어요. 남들 다 하는 9시 출근, 6시 퇴근이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는지 새삼 다시 알았죠. 몸과 마음이 갈려지는 게 이런 거구나 하며 다녔어요.
그 와중에 능력을 인정받아 2018년 관리자로 승진도 했고요. 지금 생각해 보면 묵묵히 옆을 지켜준 남편과 딸아이에게 한없이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딸아이도 많이 어렸지만, 저 역시 갓 서른 중반이었던 나이에 관리자의 직책을 맡아 그저 잘 해내고 싶은 욕심이 앞서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 날카로웠던 것은 아닌가 후회하는 순간들도 많아요. 그래서 그날은 그 마음을 표현했던 것 같아요.
"선생님~
혹시 제가 일하면서 서운하게 했거나 실수했던 거 있으시면 이제 잊어주세요~"
용기 내어 마음을 전했더니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대답이 돌아왔어요.
"선생님~ 무슨 얘기신가요~
그런 것 전혀 없고요~
그때 정말 열심히 하셨잖아요~
다 기억합니다. 아이도 어렸을 텐데...
정말 열심히 하셨어요.
그리고 지금 정말 달라 보이세요.
처음에 인사했을 때 못 알아봤어요.
인상이 훨씬 부드럽고 편해 보이세요."
그렇게 버스를 기다리며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그 선생님과의 대화가 오래도록 마음에 남더군요. 내 스스로는 너무 열심히 했던 게 탈이었다고 자책했던 부분도 있었는데, 그래도 열심히 했던 것을 알아주는 이가 있었다는 게 큰 위안이 되더라고요. 잘 해내야 한다는 마음을 내려놓으니 얼굴이 달라졌다는 이야기도 들었던 것 같아요.
이왕 하는 일 잘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아이를 두고 복직하게 되니 알 수 없는 비장한 마음도 생겼어요. 적어도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고 싶었어요. 아이가 엄마가 나를 두고 나가서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해하는 나이가 되었을 때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고 싶었거든요.
사람들은 남의 이야기를 쉽게 해요. 저에게도 "남편이 그렇게 잘 도와주니 일할 수 있는 거다. 친정 엄마가 애를 봐줘서 일할 수 있는 거다." 많이들 그랬죠. 제가 들었던 이야기들 중에 사실 틀린 말은 없어요. 남편과 친정 엄마의 도움을 받았던 것은 사실이니까요.
그렇지만 나를 가장 일하게 했던 힘은" 엄마가 아닌 나를 잃지 않고 살아가고 싶었던 마음"이었어요. 그 마음과 엄마 가운데서 타협점을 찾아가느라 오늘도 치열하고 고민하고 있어요.
일하는 엄마라는 이름의 무게로 인해서 아이에게도 지나치게 엄격해지지 않기를 스스로에게도 다독이며 길을 찾아가고 있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