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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놀이치료사 윤쌤 Oct 09. 2024

엄마의 사망 신고

   2024년 1월 15일 월요일, 폐암 4기 엄마가 하늘의 별이 된 지 이제 5일이 지났어요. 실제 장례는 어제 끝났고, 마냥 슬퍼하고 있을 줄만 알았는데, 이게 왠걸 할일이 너무 많은 거 있죠. 


   아빠가 혼자 처리하기 어려우실 수 있으니, 모친상 휴가로 가족들이 함께 있을 수 있는 지금 많은 일을 처리하기로 했어요. 



* 사망 신고


   사망신고는 가까운 동주민센터와 시(구)읍면사무소에서 할 수 있었고, 사망 사실을 안 지 한 달 이내에 해야 했어요. 


   엄마가 살던 지역에서는 화장지원금을 지원해주는 제도가 있었어요. 그래서 사망신고와 화장지원금 신청을 한번에 했어요. 


   간혹 상속 처리를 위해 사망신고를 하기 전 먼저 명의변경을 하려고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해요. 하지만, 병원에서 돌아가신 경우, 우리가 사망신고를 하지 않더라도, 그 자료가 다 넘어간다고 해요. 오히려 이후에 오해를 살 수 있으니 적법한 절차를 통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하네요. 



* 상속 


   정부24에서는 상속인(또는 후견인)이 금융거래내역, 토지, 자동차, 세금, 연금가입유무 등 사망자(또는 피후견인)의 재산내역을 한 번에 통합 조회하는 안심상속원스톱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어요. 


   이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으면, 모든 금융기관과 업체에 개별적으로 연락해서 조회해야 하기 때문에 이용률이 매우 높다고 합니다. 돌아가신 후 1년 동안 이용 가능하다고 하니 혹시 못하신 분들 기간을 놓치지 말고 이용해보시면 좋겠어요. 


   저도 엄마가 사시던 집 관련해서는 법무사님을 통해 처리했어요. 법무사님을 통해 했음에도 준비해야 할 서류가 너무도 많았고, 복잡했어요. 


   상속은 살아계실 때 해야 한다고, 그래야 훨씬 편리하다고 많이 들었지만, 막상 제 상황이 되니 그럴 수는 없었어요. 상황은 나빠지고 있었지만 여전히 치료 의지를 다지고 있는 엄마에게 언제 어떻게 될 지 모르니 먼저 정리하자고 할 수도 없었고 사경을 헤매는 와중에 정리를 먼저 해야 하니 인감이 어디있는지 말해달라고 할 겨를도 정신도 없더라고요. 



* 카드, 휴대폰, 각종 생활서비스 (TV, 인터넷, 정수기 등) 


   살림에 관한 것들은 주로 엄마가 맡아서 처리했기 때문에 TV와 인터넷, 정수기 렌탈 등등 모두 가입자가 엄마로 되어 있었어요. 


   번거롭지만, 한 곳 한 곳 모두 전화해서 정정해야 했죠. 한번에 되면 참... 좋겠네요... 아빠는 거의 하루에 1곳씩 순서대로 리스트를 적어 처리하셨어요.


  엄마가 사용하던 카드들도 정리가 필요했는데요. 카드사들마다 정책이 다른지 어떤 카드는 사망신고를 하자마자 바로 해지 처리 되고 청구서가 날아오기도 했고요. 어떤 카드는 고객센터를 통해 요청해야 카드대금을 지불할 수 있었어요. 


   엄마가 오래 사용하던 휴대폰 번호는 가족들이 간직하고 싶어 몇달 그냥 두었는데요. 3개월 정도 지나자 통신사 직권으로 해지되었다고 우편으로 서류가 오더라고요. 엄마가 병원에서 돌아가셨기 때문에 그렇게 직권 처리가 되는 거라고 했어요. 



* 카카오톡 추모 프로필 


   엄마의 번호가 사라졌다는 것이 뭔지 모를 상실감으로 다가오더라고요. 그 때 우연히 카카오톡 추모 프로필 기능을 알게 되었어요. 


   고인의 휴대폰을 해지하거나 휴면 상태가 되더라도 카카오톡 프로필이 ‘(알 수 없음)'으로 변경되지 않고 프로필 공간에서 고인을 추모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해요. 


   엄마의 친구들과 지인들에게 챙겨 연락을 하기는 했지만, 혹시나 소식을 몰랐던 분들도 있을테고, 가장 중요한 건 우리가 엄마를 이대로 떠나보내기가 너무 아쉬워서... 신청하게 되었어요. 


   근 열흘 동안 3~4번 고객센터와의 상담을 통해 신청을 완료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우선 신청 서류가 아주 많았고요. 신청하고 보니, 엄마가 카카오페이를 해지하지 않아 그걸 먼저 하고 다시 신청해야 해서 예상보다 시일이 걸렸어요. 


   그래도 신청이 완료되고, 엄마의 카카오톡 프로필에 국화꽃이 한 송이 놓여져 있는 것을 보니 괜시리 뿌듯하더군요. 앞으로 10년간 유지된다고 하고, 1번 연장 가능하다고 해요. 그래서 지금도 가끔 엄마가 보고 싶으면 엄마에게 카톡을 보냅니다. 1이 사라지지 않고, 답장도 없지만, 이제 엄마는 어디든 오고 갈 수 있을테니 다 보고 계실거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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