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와이프 조사가 시작된다
오늘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다.
차주 월요일, 담당 형사와 면담이 잡혔다.
드디어, 와이프의 모욕죄와 횡령죄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순간이다.
솔직히 지금 기분이 묘하다.
짜증과 분노가 가득한데, 한편으로는 기쁘기도 하다.
이제라도 이 막장 같은 상황에 변화를 줄 수 있을 테니까.
그동안 나는 당하기만 했다.
이혼하겠다면서 내 돈은 주지 않고 버티는 와이프.
접근금지명령을 걸어놓고, 정작 금전적인 책임은 회피하는 태도.
그걸 지켜보면서, 나는 이성적으로 법적으로 대응하려고 했다.
하지만 현실은 참 더럽게도 굴러갔다.
대한법률구조공단?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반복하는 무책임한 상담.
변호사 상담?
"쉽지 않다"며 해결책 대신 막막함만 남기는 대답.
그러나 이제, 경찰이 직접 나선다.
이제부터는 와이프가 수사 대상이 되고,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한다.
솔직히 이건 당연한 절차인데도,
지금까지 얼마나 답답하고 억울했던지, 이게 기쁘게 느껴질 정도다.
"이제 니 차례다."
월요일, 나는 경찰과 면담한다.
이제부터 중요한 건 경찰 조사에서 내가 어떻게 대응하느냐다.
나는 이 기회를 최대한 활용할 것이다.
나는 형사에게 이렇게 물어볼 것이다.
"현재 와이프 조사는 어느 단계인가?"
"와이프가 혐의를 인정했는가?"
"추가 증거가 필요하면 어떤 걸 준비하면 되는가?"
경찰이 이미 와이프를 조사했다면, 그녀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면?
나는 추가 증거를 제출해서 확실한 압박을 가할 생각이다.
나는 경찰에게 "와이프가 돈을 돌려줄 의사가 있는지 확인해달라"고 요청할 것이다.
이건 단순한 복수극이 아니다.
나는 내 돈을 받아야 한다.
만약 와이프가 "돈을 돌려주면 처벌이 줄어들 것"이라는 걸 인식한다면,그 순간부터 그녀의 태도가 바뀔 가능성이 크다.
경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압박을 느끼면, 돈을 돌려줄 가능성이 높아진다.
나는 경찰 수사와 별개로, 와이프의 계좌를 동결하거나 재산을 묶을 가압류도 고려하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 나온 정보가 민사 소송에도 도움이 될 수 있으므로,나는 경찰에게 "이 자료를 활용해 민사적으로도 대응할 수 있는지" 확인할 것이다.
횡령죄에서 중요한 건 돈의 흐름이다.
경찰 수사를 통해 계좌 내역이 확인되면, 가압류 진행도 더 쉬워진다.
...
그러던 와중,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애가 태어났단다.
나는 순간 멍해졌다.
솔직히 축하해야 할 일이지만, 그 순간 나 자신이 너무 한심해 보였다.
나는 지금 전처와 법적으로 싸우고, 돈을 되찾기 위해 경찰 조사를 기다리는 중이다.
그런데 친구는 새로운 가족을 맞이하고 있다.
문득 생각했다. 만약 나에게도 아이가 있었다면?
나는 과연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었을까?
솔직히, 나는 내 자식은 나처럼 살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사업에 실패하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던 강한 아버지도 한편으로는 술에 의존하시곤 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아파하는 그 모습을 또 보고싶지 않다.
내가 고등학생이었을 때 아버지의 상황은 말이 아니었다. 치매걸리신 할아버지를 앞세워 고모부랑 이혼 한 고모가 생활비가 없어 아버지를 이간질하고 같이 살고 있는 집에서 내쫓아버리고 갑자기 우리는 길바닥에 나앉았다.
이유도 없이 부모님께 갑자기 버림받았던 아버지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내색하지 않았지만 술을 매일 드시며 혼자 감당하셨다.
나는 아무것도 해줄 수 있는게 없었고...
그때, 내가 돈을 벌 수 있는 성인이었다면...
내가 금전적으로나마 모든 걸 감당할 수 있는 아들이었다면? 과연 어땠을까? 아버지가 술을 드시곤 어느날 너 모은 돈 혹시 얼마냐 있니? 아니다ㅎㅎ 하시며 웃으실 때 무슨 기분이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동생과 나는 어떻게든 빠르게 취업해보겠다고 정신을 붙잡아 둘수 있었고 군대도 빨리 다녀오고 남들보다 1년을 벌어서 취업도 얼른 할 수 있었다.
그때였을까? 내 몸 하나 누울 집은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갑자기 길거리에 나앉은 가족들을 보며 내가 지킬수 있는 힘은 있어야겠다고...
청약도 사실 그래서 얼른 신청한것이고 집을 어떻게든 만들어보려고 하는것이다. 그래서 결혼도 빨리 서둘렀고.
와이프는 단순히 이런 사정은 모르겠지만 나는 내 부모님이랑 동생을 이제는 좀 지켜내야만 하는 목표가 있었다. 다시는 그때처럼...고모에게 전달할 목적으로 돈이 필요하다는 할아버지 때문에 뒷돈을 써가며 마음약한 아버지는 사업 자금에도 몰래 빼서 해주셨고 결국은 그 고모의 이간질에 다 잃고 내쫓겨진 셈이다. 그런 역사가 아직도 내 마음속에 끓어오르는 불처럼 집착으로 남았고 나는 내 재산을 빼앗길 수가 없다. 청약도 눈독 들이는 것 같은데 용서할 수 없다.
내가 무슨생각으로 어떻게 준비했는데.
내 집이고 내 재산이다. 내 청약이고.
고등학생이 당시 이걸 눈으로 직접보면 무슨 생각을 할 것 같은지?눈알이 뒤집히지 않을까?
아버지는 결국 그 상황에서도
우리를 잘 키워내신 것이다.
아버지는 진짜 아무나 되는게 아니다.
아무나 부모가 되는것도 아니고.
더구나, 나는 아이에게 그렇게 가정교육도 없이, 청소 하나 하지 않고, 모든 걸 떠먹여 주는 송장 같은 철부지로 만들고 싶지도 않았다.
이게 잘 지켜지지 않으면 무슨 일을 하더라도 그 애는 가난의 대물림이 될 게 뻔했다. 계획도 없이 인생을 살아가다가 결국 나를 원망하겠지.
나는 만약 애가 있었다면 아버지처럼 강인하면서도, 어머니처럼 겉으로는 부드럽지만 내면은 단단한 사람으로 키우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나는 지금 스스로를 챙기기에도 벅차다.
나는 화가 났다.
와이프에게 화가 났고,
대한법률구조공단 같은 곳의 무책임함에 화가 났고,그 누구보다도 이렇게까지 된 내 자신에게 화가 났다.
웨이트를 요즘은 하루에 밥먹듯이 간다.
나는 내 모습이 싫고 내 자신이 미워질 때 조금이라도 바꿔보기 위해 집착을 한다.
온 몸이 타들어갈듯 아프지만 더 쥐어짜서 하게 되는건 왜인가? 내가 스스로 내 거울을 볼 때마다 마음에 안들면 늘 이 모든 감정의 기류가 기폭제가 되어 나를 학대하면 좀 나아지니까 온몸의 힘을 다 빼두어야 요동치는 심장도 분노도 가라앉을 수 있었다. 혼자 속상해서 술도 마시고 원래 술마시면 쉬어야하는데 딱 한병 마시면 한숨자고 운동하러 나간다. 이런식으로 하면 간에 치명적이라던데...그게문제니?
짜증과 분노, 그리고 묘한 기쁨
이제 와이프도 알게 될 것이다.
내가 끝까지 밀어붙인다는 걸.
내가 지금까지 참아왔지만,
이제는 법이 움직이고, 경찰이 직접 그녀에게 질문을 던질 차례다.
나는 이 싸움을 끝까지 갈 것이다.
이제 와이프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지켜볼 일만 남았다.
"가만히 있으면 끝까지 당한다."
"결국, 내 문제는 내가 해결해야 한다."
월요일, 경찰서에서 모든 걸 확인한다.
이제 진짜 게임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