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려야 뗄 수 없는 미술과 음악
모네의 <인상, 해돋이>.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드뷔시의 <달빛>. 이 역시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 두 작품의 공통점은 바로, 둘 다 프랑스 인상주의의 대표작이라는 것이다.
프랑스 인상주의 미술과 프랑스 인상주의 음악은 한 뿌리에서 태어나, 인상주의가 막을 내릴 때까지 매 순간을 함께 했다.
오늘은 인상주의 미술과 음악을 함께 다뤄보려고 한다.
인상주의 미술, 그리고 앙데팡당전
프랑스 인상주의 미술은 19세기 후반, 1860년대부터 1880년대까지 융성한 미술 사조다. 근현대 미술의 시작을 열었다고 평가받지만, 당시에는 그렇게 환영받지 못했다. 천박한 그림, 혹은 대충 그린 그림이라는 혹평이 지배적이었고, 보수적인 살롱전 심사위원들은 그런 그림들을 대차게 낙선시켰다.
그 후 파리에서는 흥미로운 전시회가 열리기 시작하는데, 그 전시회가 바로 앙데팡당 (살롱 데 앙데팡당 Société des Artistes Indépendants)이다. 이 전시회는 살롱전에서 낙선한 작품들을 모아 전시하던 낙선전이 발전한 형태로, 보수적인 프랑스 미술 아카데미에 저항하는 수많은 인상주의 작품이 세상에 나오는 계기가 되었다.
일본의 우키요에 그림에서 영감을 받아 평면적이기도, 강렬하기도 한 그림.
붓자국이 덕지덕지 보이고, 사람의 이목구비조차 제대로 분간하기 힘든 흐릿한 그림들은 동시에 프랑스 음악계에도 변화의 바람을 불러왔다.
파리 음악원이 내친 라벨
작곡가 모리스 라벨 Maurice Ravel 또한 당대 미술가만큼의 수모를 겪은 인물이다.
당시 파리 음악원은 로마대상이라는, 매우 저명한 장학금 + 예술 경연 대회를 개최하고 있었다. (로마대상은 그 유래가 상당히 깊은데, 무려 1663년 루이 13세 시대에 창설되었다!) 라벨은 이 로마대상에 여러 번 도전했으나 번번이 낙선했다. 피아노와 작곡 분야에서 큰 두각을 드러내던 라벨이 상을 한 번도 타지 못한 것이다...! 이 일로 인해 프랑스 음악계에는 큰 분열이 일어났고, 훗날 프랑스 정부가 위로 차원으로 훈장을 수여했지만 라벨은 거부했다고 한다.
https://youtu.be/Z1QrFd7lNcU?si=vuzHo4Omulbf3DLY
괴짜 사티
사티 Erik Satie 는 파리 음악원에 입학한 후, 음악에 재능이 없다는 평을 들으며 방황했다. 그는 보수적인 교육 방식에 반발하며 중퇴와 복학을 반복했고, 결국 정규 음악 교육에 적응하지 못하고 독자적인 길을 걷기 시작했다.
사티는 음악계의 괴짜였다. 신비주의에 심취했고, 1인 종교를 만드는 등 기이한 행동을 많이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곡 제목 또한 독자적으로 단어를 조합하여 지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짐노페디 Gymnopédies 와 그노시엔느Gnossiennes 인데, 아직도 사람들은 이 제목의 뜻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
사티는 음악, 미술, 영화, 문학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예술활동을 펼쳤다. 가명으로 글을 투고하는가 한편, 그의 애인 쉬잔 발라동 Suzanne Valadon (화가이자 모델)과 함께 미술 활동에도 참여했다. (사실 쉬잔 발라동은 엄밀히 말하면 탈인상주의 화가이다. 인상주의와는 다르다.)
사티는 백색음악 White music 과 가구음악 Musique d'ameublement 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다. 백색음악은 간결하고 깔끔한, 복잡한 화성이나 관습에 구속되지 않은 음악이다. 대표적인 예시로 짐노페디를 들 수 있겠다. 짐노페디는 테크닉적으로도 부담스럽지 않아서 초심자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레퍼토리다.
가구음악은 음악이 마치 방 안의 가구처럼, 얌전한 배경음(?)이 되어 공간을 채워야 한다는 사티의 주장이다. 백색음악과 가구음악은 곧 미니멀리즘으로 이어지며, 크게 환영받지 못하던 괴짜 사티의 작품들은 인상파의 문을 닫고 새로운 시대의 문을 여는데 한몫했다.
https://youtu.be/y7kvGqiJC4g?si=scZwUFnBCSGp3jF2
일본 그림과 사랑에 빠진 드뷔시
드뷔시야말로 당시 시대상을 잘 나타내는 인물이다. 당시 프랑스에서는 일본의 우키요에가 크게 유행하고 있었다. 드뷔시도 어느 날 우키요에 그림 한 점을 보게 되었는데, 그 그림이 바로 (모르는 사람이 없는) 가쓰시카 호쿠사이의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 神奈川沖浪裏>였다. 드뷔시는 그 그림을 보고 큰 영감을 받아, 교향시 <바다 La mer – trois esquisses symphoniques pour orchestre>를 작곡했다. <바다>의 오케스트라 총보 표지 또한 드뷔시가 첫눈에 반했던 바로 그 그림이었다.
https://youtu.be/ogYtW1Yb5s4?si=q6tNDwkLYNykVJJi
cover image_ Claude Monet <Promenade sur la falaise, Pourvil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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