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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제19회 국제 쇼팽 피아노 콩쿠르에 대한 따끈따끈한 소식

by 클래식 영업사원

요즘 클래식 피아노계는 꽤나 시끄럽다. 피아노계의 올림픽이라도 말해도 과언이 아닌, 쇼팽 콩쿠르가 성황리에 개최되었기 때문이다. 오늘은 쇼팽 콩쿠르의 역사를 알아보는 한편, 올해 10월에 열린 (글 쓰는 시점 기준으로 어제 입상자가 발표됐다) 제19회 쇼팽콩쿠르를 되짚어 보도록 하겠다.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 대한 모든 것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줄여서 쇼팽 콩쿠르는 세계에서 제일 오래된 단일 음악 콩쿠르다. 쇼팽의 고향인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에서 1927년에 첫 대회를 열었고, 이후 5년마다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이 콩쿠르의 가장 독특한 점은 오직 한 작곡가의 작품만을 연주하고 심사한다는 것이다. 그 영광의 작곡가는 당연히 - 쇼팽이다. 영상심사부터 예선, 본선 1,2,3차 그리고 결선까지 모든 스테이지에서 ‘오직’ 쇼팽의 작품만을 연주해야 한다.

대회 측에서는 먼저 스테이지 별 과제곡의 범위를 정해주고, 참가자들은 그 범위 내에서 자신이 연주하고 싶은 곡을 고른다.

과제곡을 간단하게 요약해서 정리하면, 예선에서는 에튀드 3곡, 녹턴 한곡, 스케르초 한곡, 마주르카 한곡을 연주해야 한다. 본선 1차에서는 에튀드 1곡, 녹턴 및 녹턴풍 발라드 1곡, 왈츠 1곡, 발라드/뱃노래/환상곡 중 1곡을 연주해야 하며, 본선 2차에서는 프렐류드 중 6곡(또는 전곡), 폴로네즈 1곡, 그리고 기타 자유곡으로 최소 연주시간 40~50을 채워야 한다. 본선 3차에서는 소나타 중 1곡, 마주르카 중 같은 작품번호의 곡 전부, 그리고 기타 자유곡으로 최소 연주시간 45~55분을 채워야 한다. 그리고 대망의 결선. 결선은 환상 폴로네즈 (2025년 올해 대회부터 처음으로 추가된 곡이다!) 피아노 협주곡 중 1곡을 연주한다.

1980년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포스터

아무나 범접할 수 없는 콩쿠르

이 콩쿠르는 참가하고 싶다고 해서 무조건 참가할 수 있는 대회가 아니다. 우선 연주영상을 보내 사전 심사를 거치고, 저명한 음악가의 추천서 또한 제출해야 한다. 운 좋게 심사를 통과하더라도, 고생길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지원자는 자비를 털어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몇 달을 지내야 한다. 먹고 자고, 연습하는 모든 것을 낯선 이국 땅에서 해결해야 하기에, 재정적-심리적 부담이 굉장히 크게 다가온다. 우리가 콩쿠르 실황 생중계로 만나는 화면 너머 피아니스트들은 모두 이런 과정을 거치고 있었던 것이다.

가끔 콩쿠르 실황 생중계를 보다 보면, 한국어로 댓글에 아무 말이나 써대는 사람들이 있다. 소위 방구석 전문가들이 납셔서, 못 친다느니, 아쉽다느니, 깊이가 없다느니, 방금 실수했다느니…온갖 코멘트를 남발한다. 지난 대회부터 줄곧 지원자들을 낮잡아 보는 댓글을 많이 봤는데, 혹시 이 글을 읽는 당신이 그런 일을 한 적이 있다면, 앞으로는 그러지 마시기를 부탁드린다.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참가자들은 모두 세계에서 거르고 걸러서 올라온 국가대표 급의 피아니스트들이며, 몇 달간의 힘든 대장정을 이겨내고 있는 중이다. 그들을 마구잡이로 평가하기보다는, 이해하고 응원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세계적 거장들이 한 번쯤 거쳐간 대회

2015년 한국의 조성진이 쇼팽 콩쿠르 1위를 차지했다. 정말 엄청난 일이었고, 우리나라 음악계에도 거센 감동의 물결이 휘몰아쳤다. 2015년은 당시 내가 피아노 전공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첫 해였는데, 내게는 멋진 선배님이자 롤모델인 조성진의 콩쿠르 실황 음반을 닳고 닳도록 반복해 들었던 기억이 난다.

또 다른 한국인 입상자는 2000년에 배출되었는데, 바로 임동민-임동혁 형제였다. 당시 2위 없는 3위를 한 임동민-임동혁 형제는 한국에 클래식 열풍을 불러왔고, 이 현상은 2015년 조성진이 우승했을 때에도 반복되었다.

https://youtu.be/dby89HL6zQE?si=7YF-hzyi5-Rew1Tv


해외의 거장들에게 눈을 돌려 보자.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마르타 아르헤리치, 크리스티안 치메르만, 마우리치오 폴리니,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 당타이손, 다닐 트리프노프 등등…(이외에도 여기에 이름을 싣지 못한 수많은 거장들이 있다) 입상자 목록을 훑어보면 유명한 거장들의 이름들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이들 중에는 1위를 하지 못한 사람들도, 심지어 결선 진출에 실패한 사람들도 있어, 쇼팽 콩쿠르라는 대회가 예로부터 얼마나 경쟁이 치열한 대회였는지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다.

이와 관련된 일화가 하나 있는데, 이는 쇼팽 콩쿠르의 우승자이기도 했던 마르타 아르헤리치와, 당시 참가자 신분이었던, 지금은 너무나도 유명한 피아니스트 이보 포고렐리치의 이야기이다.

1980년에 열린 제10회 쇼팽 콩쿠르. 파격적인 젊은이 한 명이 참가해서 사람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기 시작했다. 연주 스타일과 곡 해석 또한 파격적이었고, 연미복이 아닌 셔츠차림, 그리고 ‘세계적 콩쿠르에 참가한 일개 참가자’에 걸맞지 않은 도발적인 행동들은 심사위원들을 반대파와 찬성파로 갈라지게 만들었다. 반대파는 과장되고 도발적인 행동들이 음악의 본질을 왜곡하고 쇼팽의 존재감을 흐려지게 만든다며 비판했고, 찬성 파는 새롭고 신선한 인재의 등장으로 포고렐리치를 받아들였다. 이보 포고렐리치가 예선, 본선 1차, 본선 2차, 본선 3차까지 진출하는 동안 심사위원들과 관객들은 격렬한 의견 충돌을 빚게 되었다.

결국, 이보 포렐리치는 결선에 오르지 못했다.


후폭풍은 엄청났다.

https://youtu.be/V0GVaJq_CTM?si=rMSAv4GtEX3F0eun

포고렐리치의 쇼팽 피아노 소나타 2번 연주

https://youtu.be/zc9n2SOdksE?si=95iRgOQoBjoplzvj

일반적인 쇼팽 소나타 2번 연주. 한번 비교해서 들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당시 7회 쇼팽콩쿠르의 심사위원이었던 마르타 아르헤리치는 거세게 항의하며 심사위원직을 사임했다. 직후 기자회견에서는, 보수적인 동료 심사위원들을 비판하면서, 콩쿠르 전반에 깊이 실망한 모습을 보였다. 이는 곧 언론에 대서특필 되었고, 이는 현재까지도 쇼팽 콩쿠르의 가장 격렬하고 뜨거웠던 순간으로 기억되고 있다.

2025년 제19회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올해 2025년 제19회 쇼팽콩쿠르의 1위는 미국 국적의 에릭 루가 차지했다. 이 피아니스트는 쇼팽콩쿠르와 관련된 사연이 꽤나 길다. 에릭 루는 조성진이 1위를 차지한 2015년에 4위를 차지했던 경력이 있다. 조성진이 우승한 이후, 조성진을 포함한 17회 쇼팽 콩쿠르 입상자들의 전 세계 순회 갈라 콘서트가 서울에서도 열렸는데, 이 공연을 통해서 한국인들의 인지도가 꽤 올랐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후 10년 만에 열린 2025년 19회 쇼팽 콩쿠르에 출전한 에릭 루는 끝내 1위를 거머쥐었고, 그는 쇼팽 콩쿠르 사상 최초로 ‘재수생’ 우승자가 되었다.


https://youtu.be/GFTHzzFA-TQ?si=PitFjzM2uX7oNaC7

에릭 루의 결선무대_F.Chopin Piano Concerto No.2


이번 콩쿠르에서 흥미로웠던 점은, 아시아계, 그것도 중국계 피아니스트가 1,2,3,4,6위를 모두 석권했다는 점이다(중국계 미국인 에릭 루와 윌리엄 양 포함). 그 외에도 일본인 1명과 말레이시아 1명이 입상했다. 이를 통해 서양 클래식 음악에 대한 아시아 파워가 얼마나 강한지 체감할 수 있는 것 같다. 비록 한국인 피아니스트가 없어서 아쉽긴 하지만, 국적의 경쟁보다는 예술성의 경쟁을 우선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다.


[결과 정리]

1위 : 에릭 루
2위 : 케빈 첸
3위 : 쯔퉁 왕
4위 : 구와하라 시오리, 톈야오 류
5위 : 표트르 알렉세비치, 빈센트 옹
6위 : 윌리엄 양


das Meer의 감상평

이번 대회는 전체적으로 참가자들의 실력이 매우 뛰어난 대회였다. 전공자인 나 조차도 누가 붙을지 예상하는 것을 포기했을 정도로, 참가자들의 연주는 훌륭하고 아름다웠다. 한국인 참가자 중 이혁, 이효 형제의 결선 탈락에 아쉬워하는 한국인들이 많았는데, 그 점은 나도 아쉽다. 정말 아깝게 떨어졌다는 말이 나올 만큼 두 명 모두 훌륭한 피아니스트이고, 앞으로 더 정진하여 멋진 연주를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예술은 객관식 문제처럼 점수를 매길 수 없다. 공신력 있는 콩쿠르의 결과에 기대야 하는 세상이긴 하지만, 진정한 예술은 숫자가 아닌, 각자의 감정에 달려 있다. 당신이 좋아하는 음악가가 콩쿠르에서 고배를 마시고, 당신이 좋아하지 않던 음악가가 상을 거머쥐듯, 예술은 오로지 주관적이다.


2025년 쇼팽 콩쿠르. 당신 마음속의 1위는 누구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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