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척하기 좋은 클래식 깨알 정보
클래식 곡 제목은 약간, 아니 많이 복잡하다. 번호도 쓰여있고, 프랑스어, 독일어, 또는 이탈리아어로 문구가 적혀 있다. 도대체 이게 무슨 뜻일까?
예를 들어, 연주회 프로그램북을 펼쳤을 때 이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고 치자.
F.Chopin Piano Sonata No.3 in b minor, Op.58
I. Allegro Maestoso
II. Scherzo: Molto vivace
III. Largo
IV. Finale: Presto ma non tan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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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벳과 숫자의 나열. 영어도 하기 힘든데 이건 무슨 나라 말인지.
지금부터 위 제목을 낱낱이 뜯어보겠다.
F.Chopin
작곡가의 이름이다. 이 사람은 그 유명한 쇼팽이다. 전체 이름은 프레데릭 프랑수아 쇼팽 Frédéric François Chopin으로, 편하게 줄여서 F.Chopin이라고 쓴다.
Piano Sonata No.3
피아노 소나타 3번. 소나타는 하나의 기악곡 양식으로, 여러 악장으로 나누어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3~4악장으로 구성되는 것이 보편적이고, 보통 첫 악장은 빠르고 두 번째 악장은 느린 식으로 악장마다 대비를 준다.
소나타 1악장을 작곡하는 데에는 엄격한 규칙이 존재한다. 1악장은 ‘제시부 - 발전부 - 재현부’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것을 기승전결로 표현한다면 ‘기 - 전 - 기’에 가까울 것이다. 발전부에서 한바탕 요란한 소동이 지나간 뒤 재현부에서는 제시부에서 ‘제시’되었던 주제 멜로디가 다시 ‘재현’된다. 앞부분과 비슷한 듯 다른 멜로디가 흘러가며 악장의 끝을 맺는다.
고전시대 작곡가들은 이 소나타의 양식을 엄격하게 지켰다. 그러나 낭만시대에 들어서는 그 양식을 탈피하려는 움직임이 생겨났고, 각 악장이 개별적인 곡처럼 들리도록 작곡하는가 한편, 아예 1악장짜리, 2악장 짜리 소나타를 작곡하기도 했다.
Op.58
Op. 는 라틴어 Opus의 줄임말로, 작품이라는 뜻이다. Opus번호는 클래식 작곡가들의 작품번호로 주로 쓰이고 있다. 보통 작품이 출판된 순서를 기준으로 매겨지며, 대부분의 클래식 작곡가들의 작품은 Op.로 분류한다. 고로 Op.58은 작품번호 58이라는 뜻.
몇몇 작곡가들은 Op. 번호를 쓰지 않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시가 비발디, 바흐, 모차르트, 헨델, 하이든, 슈베르트이다. 이는 학자들이 연구하면서 붙인 번호로, 학자의 이름이 들어가 있다.
비발디의 작품은 RV. (Ryom - Verzeichnis)로 표기되며, 이는 학자 페테르 뤼옴Peter Ryom이 붙였다.
바흐의 작품은 BWV (Bach - Werke - Verzeichnis)로 표기되며, 이는 학자 볼프강 슈미더 Wolfgang Schmieder가 붙였다.
모차르트의 작품은 K. (Köchel - Verzeichnis)로 표기되며, 이는 학자 루트비히 폰 쾨헬 Ludwig von Köchel이 붙였다.
헨델의 작품은 HWV ( Händel - Werke - Verzeichnis)로 표기되며, 베른트 바젤트 Bernd Baselt가 붙였다.
하이의 작품은 Hob.(Hoboken)로 표기되며, 학자 안토니 판 호보컨 Anthony van Hoboken이 붙였다.
슈베르트의 작품은 D (Deutsch)로 표기되며, 학자 오토 에리히 도이치 Otto Erich Deutsch가 붙였다.
사실 보기만 해도 어지럽다. 이걸 다 외워야 할까? (사실 나도 가끔 헷갈린다…)
무리해서 외울 필요는 없다. 반복적으로 클래식을 찾아 듣다 보면 언젠가는 뇌리에 박힌다. 즐겨 듣던 노래의 가사가 어느 순간 입에 붙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게 가장 좋다.
I. Allegro Maestoso
드디어 1악장이다! 알레그로 Allegro는 ‘빠르고 활기차게’라는 뜻의 지시어이며, 마에스토소 Maestoso는 ‘장엄하게’ 또는‘웅장하게’라는 뜻이다. 결국 둘을 합치면 ‘빠르고 활기차며 장엄하게’ 정도가 되겠다.
클래식 음악의 빠르기는 크게 10개 정도로 나눌 수 있는다. 느린 지시어부터 빠른 지시어까지를 순서대로 적어보면,
렌토 Lento-아다지오 Adagio-라르고 Largo-안단티노 Andantino-모데라토 Moderato-알레그레토 Allegretto-알레그로 Allegro-비바체 Vivace-프레스토 Presto
이렇게 정리된다. 이 지시어들은 알아두면 쓸모가 많기에 가볍게 외워보는 것을 추천한다. 한 번에 외워지지 않아도 괜찮다. 이 지시어들을 감으로만 익히고 있어도 클래식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II. Scherzo: Molto vivace
이제 2악장이다. 스케르초 Scherzo는 해학, 희롱 등을 뜻하는 단어로, 주로 ‘빠르고 해학적으로’ 또는 ‘익살스럽게’ 연주하라는 지시어이다. Scherzo는 악장 지시어뿐만 아니라 곡 제목으로도 쓰인다.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쇼팽이 작곡한 4개의 스케르초다. 그중 2번이 가장 잘 알려져 있는데, 들어보면 왜 곡 이름이 Scherzo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Molto는 ‘매우’, ‘더’라는 뜻이다. Molto vivace는 ‘매우 빠르게’, 즉 Scherzo: Molto vivace는 ‘해학적이며 매우 빠르게’라는 뜻이다.
III. Largo / IV. Finale: Presto ma non tanto
3악장과 4악장에 도달했다! Largo는 아주 느리게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마지막 4악장은 말이 좀 긴데, 뜯어보면 어렵지 않다. Finale는 말 그대로 피날레, 마지막 악장이라는 뜻이고, Presto는 매우 빠르게, ma non tanto는 ‘그러나 지나치지 않게’라는 뜻이다. 즉 4악장은 ‘매우 빠르지만 너무 지나치지는 않게’ 연주하라는 의미다.
드디어 끝났다! 이렇게 글로 풀어써보니 엄청 어렵게 보이지만, 자주 쓰이는 음악 용어들을 잘 알아둔다면 클래식을 감상하는 폭이 더 넓어질 것이다. 빠르기말 옆의 부가적인 설명(?)은 나조차도 뜻을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다. 수다 떨듯이 몇 줄씩 지시를 적어놓은 곡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인터넷의 힘을 빌려 검색해 보면 된다. 너무 복잡해서 검색되지 않는 지시어는 번역기를 사용하면 뜻을 대강 알 수 있다. 그러니 부담 갖지 않고 클래식을 즐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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