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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메리크 Feb 27. 2024

너도 함께 미국에 오고 싶었는지 궁금해 (1)

내 자식 같은 고양이가 추가수하물이라고요?

미국 주재원 출국 준비 과정에서 가장 준비 시간도 오래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들었던 반려묘 비행기 탑승 문제. 고양이를 데리고 미국으로 출국할 경우 필요한 서류 준비와 과정에 대해 먼저 간단히 소개한다(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의 경우 준비 과정이 상이할 수 있음).





반려묘 해외 출국 시 필요한 서류 및 절차


키우던 고양이를 미국에 데려가려는 목적을 먼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1. 아예 한국으로 돌아올 생각이 없는지?

2. 일정 기간 미국에서 거주한 후 귀국할 계획인지?





1번 케이스처럼 출국만 하고 귀국을 하지 않을 경우는 정말 간단하다. 미국의 경우 가정에서 키우던 고양이를 데려갈 경우에는 인천 공항 체크인 시 항공사 측에 제출할 ‘검역증명서’만 구비하면 된다.


2번 케이스일 경우 한국 귀국 시 채혈일 기준으로 2년 내 발급받은 ‘광견병 항체 검사증명서’와 ‘마이크로칩’이 필요하다. 2년 이상으로 미국 거주 기간이 길어질 경우 미국에서 예방접종과 항체 검사를 다시 실시해야 하며, 미국에서 데리고 오는 사람 이름으로 서류를 발급받아야 한다.

광견병 예방접종 후 항체가 생성될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출국일 이전 60일 정도 준비 기간을 여유롭게 잡는 것을 권장한다. 또한 예방접종을 잘 했더라도 항체 검사 결과에서 일정 수치 이상의 항체가 형성되지 않았다고 나온다면 예방접종과 항체 검사를 다시 해야 하므로 꼭 미리미리 준비하도록 하자.


나의 경우 주재원으로 일정 기간 미국에 거주하다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2번 케이스여서 한국 귀국 시 필요한 광견병 항체검사 결과 서류 구비를 해야 했다. 당시에는 2년 내로 한국에 들어갈 계획이었어서 한국에서 미리 반려묘 귀국 시 필요한 서류들을 모두 준비하여 출국하였다.



1,2번 케이스 공통 준비 서류인 ‘검역증명서’는 출국 10일 이내에 가까운 동물병원에서 ‘예방접종 및 건강증명서’를 준비해서 검역본부에 방문하면 바로 발급이 가능하다. 고양이는 영역동물이라 외출 스트레스가 강아지에 비해서 큰 편이다. 출국 비행기 편이 저녁일 경우에는 출국 당일에 인천공항 검역본부에서 ‘검역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오전 9시에 미국행 비행기를 타야 했기에 출국일에 검역본부를 방문하기는 어려웠다. 동물병원에 들러 건강증명서를 발급받은 후 곧바로 가까운 농림축산검역본부 김포공항 사무소에 들르는 방식으로 외출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했다.






고양이(이하 구찌)와 함께 혼자 미국으로 출국하던 날은 정말 정신없고 힘들었다.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날을 꼽으라면 손가락 안에 들 거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아침 9시 30분 비행기를 타기 위해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전셋집 짐 정리를 최종적으로 끝내고, 아무 살림살이도 없는 집에서 조촐하게 컵라면으로 아침식사를 했다. 마지막으로 키우던 고양이를 우주선 가방에 넣고 공항으로 출발했다.

부모님과 함께 차를 타고 공항으로 가는 길에 그제서야 미국을 간다는 게 실감이 났다. 출국 전 혼자서 처리해야 할 퀘스트들이 너무 많았어서 설렘을 느낄 겨를이 별로 없었다. 만약 부모님이 도와주지 않으셨다면 사실상 혼자서는 거의 불가능한 출국 일정이다. 고양이가 없었더라도 출국일 새벽에 전셋집 마지막 집 청소까지 끝내고 이민가방 3개를 질질 끌고 공항에 혼자 가는 일은 꽤 만만치 않을 거다.



매번 해외여행 갈 때 저가 항공사만 타서 2 터미널은 갈 일이 없었는데 이날 대한항공 타러 처음 가봤다. 대한항공이 출국일자, 시간, 반려동물 탑승 등 모든 조건에서 가장 괜찮은 선택지였다. 참고로 미국 노선 중에 아메리칸에어라인, 델타항공도 있는데 최근에 규정이 바뀌어서 동물 권리 보호와 안전상의 이유로 10시간 이상은 반려동물 탑승이 불가해서, 미국에 반려동물을 데려가려면 거의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탑승권 구매 시 사전에 반려동물 탑승 잔여좌석이 남아있는지 유선으로 확인 후 발권하여야 하고 반려동물 동반 좌석은 지정되어 있어서 따로 선택은 어렵다.


반려동물 수속을 어차피 별도로 진행해야 하니까 셀프 체크인 대신 카운터를 바로 방문하는 것이 좋다. 무게 측정을 하고 난 후에 귀여운 핑크색 반려동물 가방 택을 달아주신다. 기내 반입이 가능한 기준은 이동장 포함 7kg 이내여야 한다. 보호자들은 보통 화물칸보다는 함께 기내에 탑승하는 것을 선호한다. 그래서 간혹 커트라인에 아슬아슬한 반려동물들은 출국을 위해 강제로 혹독한 다이어트를 실시하기도 한다. 다행히 우리 구찌는 4kg 정도로 1kg 이동장 무게까지 합쳐도 넉넉했어서 무게 걱정은 상대적으로 덜었다.


국제선 반려동물 운임요금 30만 원은 현장에서 당일에 초과수하물 카운터에 가서 지불하면 된다고 안내해 주신다. ‘초과 수하물’ 요금 종이를 들고 ‘초과 수하물’ 카운터 앞에서 줄을 서있다 보니까 잠깐 묘한 기분이 들었다.



‘구찌는 내 자식이나 다름없는데… 생명체한테 수하물이라니 너무 야박한 거 아니냐고!’



함께 데려가는 고양이도 항공사 입장에서는 절차상 초과 수하물로 분류될 수 있겠거니 싶기는 했지만 그 순간에는 살짝 서운(?)했다.








세관 보안 검사를 무사히 통과하고 평소에는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면세 구역이지만 과감하게 패스했다. 기내용 캐리어 위에 야무지게 우주선 백팩을 올려서 부지런히 게이트 쪽으로 걸어갔다. 게이트에 자리를 잡고 나서야 이제 한차례 고비를 넘겼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아직 비행기를 타지도 않았는데 벌써 이렇게 힘들다니. 겨우 세 시간 정도 지났는데 구찌 울음소리가 벌써 지쳤다. 앞으로 20시간은 더 걸릴 텐데 이동장에서 잘 버틸 수 있을까 걱정되고 미안했다. 이미 게이트까지 데리고 온 이상 돌이킬 수 없고, 이제 와서 구찌한테 해줄 수 있는 건 최대한 흔들림 없이 편안하도록 가방을 꽉 붙잡아주는 것뿐이었다. 마음을 단단히 먹기로 했다. 불안해하지 않도록 자주 목소리도 들려주고 아이컨택을 해주었다.


구찌는 비행기 안에서도 계속 울었는데 막상 비행기 소음이 심하다 보니 울음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다. 또 사람들이 대부분 헤드폰이나 이어폰을 끼고 영상을 시청하다 보니까 생각보다 민폐는 아닌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비행하는 동안 가방에 있는 구멍으로 구찌가 진짜 좋아하는 북어트릿도 몇 번 넣어줬는데 나중에 보니까 하나도 안 먹었다. 진짜 순전히 내 욕심에 무리하게 구찌를 미국에 데려가려고 너무 힘들게 한 것 같아서 눈물이 날 정도로 미안했다.



처음으로 고양이가 말을 할 수 있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지하게 미국에 가는 것에 대해서 함께 의논하고 결정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구찌한테 미국에 가려면 건강검진부터 예방접종도 해야 한다고 사전에 말해주고, 미국에 가는 것이 꽤 힘들 수 있겠지만 같이 가고 싶다고 설득도 해보고 그랬다면 조금 덜 미안했을까.


결국 주인이 바뀌는 것보다는 잠깐 힘들어도 함께 미국에 가는 게 더 나을 것이라고 내 위주로 결론을 내렸고, 일말의 상의도 없이 조그만 기내반입용 이동장에서 20시간을 넘게 물도 밥도 못 먹고 화장실도 못 가는 강행군을 시켜버렸다.



‘구찌는 미국 가는 거 어떻게 생각해? 같이 미국에 가면 우리 가족 쭉 함께 같이 살 수 있어. 다만 그 과정이 좀 많이 힘들 수도 있어. 이런 결정을 하게 해서 엄마아빠가 미안해. 구찌가 충분히 고민해 보고 알려줘.’



그렇게 고생해서 13시간 후에 겨우 도착한 애틀랜타는 우리에게 꽤 가혹했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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