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제도 속에 남아있는 디자이너가 성공하는 법

디자이너, 천재가 아니어도 괜찮아! - 최준혁

Think different. 

우리는 항상 디자이너로서 다르게 생각해야 한다는 말을 듣게 된다. 다른 방식을 시도한 예술가들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게 된다. 하지만 이런 예술가들은 대부분 제도 밖에 있다. 기존의 제도를 벗어나, 새로운 양식을 만들어 내고, 새로운 패러다임의 선구자가 되는 것이다. 즉, 우리가 “기억하는” 대부분의 예술가는 비제도권에 있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예술가는 이런 비제도권이 아닌, 제도권에 속해있다. 이러한 선구자들이 만들어 놓은 새로운 패러다임, 즉 새로운 제도 속에서 활동하게 된다. 우리는 물론 이렇게 새로운 패러다임을 바꾸는 선구자가 될 수도 있지만, 사실은 제도권에 속한 디자이너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제도권 디자이너가 될 우리의 활동은 아무 가치가 없는 것일까?


디자인이라는 새로운 예술 분야는 이전까지의 다른 예술 분야와는 특성을 달리한다. 특히 디자인은 “대량생산”과 맞물리며 성장을 하였기 때문에, 특정 패러다임의 규모가 이전과 달리 방대해졌다. 르네상스기를 시작으로 한 이전의 예술은 천재성을 중요시하며, 각각의 예술가 개인의 역량에 초점을 맞추었다. 예를 들어, 시스티나 대성당의 천장 벽화를 미켈란젤로 한 사람에게만 맡기는 것처럼 말이다. 즉, 예술 창출의 행위가 예술가 개인에 한정되어 있었다. 이와는 달리 디자인은 개인 단위가 아닌, 단체 단위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졌다. 자동차라는 물체를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한 명의 디자이너가 아닌 거대한 팀 단위로 작업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에 따라 예술 창출의 프로세스가 굉장히 복잡해졌다.


디자인에서의 복잡해진 프로세스로 인해 디자인 작업물에서 한 개인의 영향력은 감소하였다. 물론 디자인의 분야 중에서도 이전의 예술과 결을 같이 하는(그래픽 디자인, 공예, 하이엔드 가구 디자인 등) 것들도 존재한다. 하지만 내가 여기서 논하는 것은 디자인 산업을 이룬, 복잡한 프로세스를 가지게 된 분야이다. 디자인 산업 속에서는 이전과 같이 급진적인 패러다임 변화는 불가능하게 되었으며, 패러다임은 점진적인 변화를 하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르네상스 시절의 거장들처럼, 아카데미 미술에 반하던 인상파 화가들처럼, 패러다임을 뒤흔들 디자이너를 “천재 디자이너”라고 부르며 동경한다.


실제로 이러한 천재 디자이너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현실에 존재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 사람들의 공통점은 모두 창업하는 등 일종의 개인 스튜디오가 있다는 것, 그리고 기존의 제도(미술대학에서 시작되는 정해진 루트들)를 벗어나, 새로운 길을 찾았다는 것 등이 있다. 예시로 내가 노드 매거진에서 활동하며, 접하게 되었던 학교를 그만두고 바로 세상에 뛰어든 노매뉴얼의 김주현 대표님의 경우가 그러하다.


이러한 사례들을 접하고, 당연히 나를 포함한 많은 학생이 자신도 “천재 디자이너”가 되길 바랄 것이다. 하지만, 그러면 지금 “내가 속해있는 제도를 뚫고 세상으로 나가야 하는 것은 아닐까?”, “나도 이들처럼 학교가 줄 수 없는 경험을 더 많이 쌓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불안감이 생기게 된다. 하지만 적어도 디자인 분야에서만큼은 항상 제도를 거부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디자이너들은 어느 정도의 조직 안에서 협업을 통해 작업한다. 특히, 대규모 프로젝트에서는 팀 단위로 작업을 해야 하므로, 기존의 제도에 대한 팀원들의 공통적인 인식이 필요하다.


만약 어떻게 제도에서 탈피할지에만 몰두하여 작업을 하다 보면, 결국 급진적 아이디어만 존재할 뿐, 이를 실제로 구현하기 위한 준비는 제대로 되지 않을 것이다. 기존의 제도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실현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는 것, 그리고 그러한 아이디어를 혼자만이 아닌 다른 팀원들과 함께 실현할 수 있는 것, 그것이 제도권 디자이너가 가질 수 있는 가치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우리는 지금 우리가 속한 제도(서울대학교 디자인과)를 마냥 안 좋고 꽉 막힌 것으로 생각할 필요가 전혀 없다. 우리가 현재 속한 제도에서 얻을 수 있는 것(예를 들면 디자인 방법론이나 이미 현업에 종사하셨던 분들의 인사이트와 같은 것들)을 최대한 얻어서, 비제도권 디자이너가 갖추지 못한 부분에 특화된 디자이너로서 성장하면 분명히 미래의 디자인 산업에서 필요로 하는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 천재가 아님에 좌절하지 말자! 세상은 천재로 인해 돌아간다기보다는, 그 속의 제도에 속한 여러 일반적 인재에 의해 유지되고 지속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가질 수 있는 가치에 집중하기 시작한다면, 더 가치 있는 작업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

서울대학교 디자인 연합(SNUSDY) 인스타그램 | @snu_sdy.official

서울대학교 디자인 연합(SNUSDY) 링크트리 | linktr.ee/snu_sdy.official


이전 08화 불편한 예술, 불쾌한 예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