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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여름 Jun 02. 2024

점과 별 그리고 행성

세상이 넓어지고 나서
서성이다 무너졌다

당신은 행성이 되어서
길 잃은 개들의 눈으로 흘겨본 세상을
작은 점들로 만들어버렸지

해수가 바닥에서 퍼올라오는
조금은 따뜻한 기로에서
파도와 나란히 누워있으니
알록달록한 점들이 내 몸을 취했다

샘은 결국 메말라버렸지만
세상은 다시 좁아지지 않았고
나를 스쳐간 점들은
천구를 밝히는 별이 되어서
더 이상 아프거나 하지 않았다
무너진 채로 호흡을 할 수 있었다

저 멀리 검게 빛나는 별 하나가
사실은 전혀 둥글지 않은 점과
차곡히 쌓아온 붕괴의 잔해라는 점을
이 행성 어딘가에
조금 삐져나오게 감춘 점은
꿈결에 어루 잡은 두툼한 손가락 사이
또 보랏빛 연기 속으로 녹아들었다

앞으로 더 많은 별들이 하늘을 메운다 해도
새까만 하늘 아래 너를 찾아 헤맨 날보다

덜 외롭진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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