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무더운 여름 저녁
비구름에 해가 가려서
그것이 가라앉았는지 아직 남아있는지
덜 어두운 길거리에서
보았다.
거품이 일은 우산을
물의 온도
우산이 말하길
비에도 온도가 있다 한다.
기다린 버스가 온 줄 알아
우리가 기다린 버스가 아니라
웬 택시가 우리를 가로질렀다
내 생각엔
우리가 이 정류장에서 맞는 비들은
그리 차갑지 않다고 느끼는데
가녀린 팔로 받치던 우산은
그게 아니었나 보다
하나도 뜨겁지 아니했던 사람이
택시에 올라탔다
한동안 그 사람의 온도를
지켜보고 느꼈다
창문 사이의 맺힌 빗방울 사이로
온도가 다른 남녀의 눈빛이 교차했는데
그것의 온도는 어땠을지
그때 우산을 집어던지고
서로가 뒤엉켜
증발해 버렸다면 어땠을지
택시가 지나간 웅덩이에
거품이 일었다.